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들  숨겨진 수작이라도 발견한 듯 난리를 쳐대길래 본 책. 실은 3년 전엔가 이웃 블러그 포스트에서 본 단편인데, 그때는 감동을 받은 기억도 있고 해서 다시 보게 되었다. 두번째 본 느낌을 말하자면, 아무래도 이 작품은 과대평가되고 극찬된게 아닐까 싶다는 것. 완벽한 단편소설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오로지 뇌리에 남는 것이라면 못다이룬 꿈에 대한 나른한 향수 뿐인데...뭐, 살다보면. " 아 ,내 꿈은 어디고 갔는고, 난 원래 이렇게 살게 될 줄 전혀 몰랐는데..." 라면서 한탄도 하게 되지만서도, 어떻게 그런 인생살이에 빠져들게 되었고, 꿈을 잃어버린 자의 절절한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꿈만 있고, 삶은 없는 그런 글에는 생명력이 없다는 것이지. 생명력이 없는 글은, 그리고 땀 냄새가 배여 있지 않고, 치열하게 산 흔적이 없는 문장들은 결국은 한가해 보이기 마련이다. 삶이 그렇게 한가하기만 하다면 참 좋겠지만서도, 인생이란게 언제나 놀이하러 나온 놀이터는  아니질 않는가. 물론 놓쳐버린 꿈에 미련을 가지면서 추억하고 사는게 인생의 비극적인 비장미를 보여줄 수는 있으나, 도무지 언제까지 그렇게 길 잃은 아이처럼 놓쳐버린 꿈만 되뇌이고 산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면서 마냥 안스러워 하는게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는 모르겠으나, 보는 나는 질리더라. 철 좀 들라고 말하고 싶다.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고...그치? 꿈을 잃어버렸다면, 현실에 부딪쳐 보는 것도 멋진 인생살이 방법이 아니겠는가. 꼭 내가 꿈꾼 목적지가 아니라고 해도 흥겹게 살아갈만한 의지나 유연함이 없다면 이 지루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꿈의 상실에 비참해 하는 것은 안 배워도 아는 것이니까, 알려 주면 고맙겠다는 것이지. 삶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말이야. 그런데 이 단편엔 그런 점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난 이 책이 별로였다. 지리 감각이 없어서 종종 길을 잃는 듯한 작가의 말투도 반복되니 질리고 말이다. 무슨 배를 타고 가면서 종착지를 헷갈려 하는 단편에서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아 참...그것 외엔 그렇게 쓸게 없다요? 지도를 갖고 다니시던가, 아니면 그냥 집에 있으쇼. 적어도 길을 잃지도 않고, 목적지가 아닌 곳에 떨어졌다고 난리를 필 염려도 없고 말이죠, 종착지가 거기가 아니라고 하면서 승객들과 다툴 일도 없으니 말이요...라고 작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하여간 지리 문제로 헷갈리게 구는건 멀미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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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리얄리 2011-03-3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네사님 평은 언제나 시원시원해서 좋아요. 저는 감상쓸 때 그렇게 잘 못하거든요. 그래서 더 즐겨찾게 되지만..
어쨌거나 제게는 그럭저럭 괜찮은 책이었던 것 같아요. 두번째 읽게 되면 생각이 좀 달라질지 모르겠지만요.

이런 류(?)의 책으로는 예로페에프의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가 어떨까 하네요. 주인공이 술에 만취한지라 지리감각 실종의 개연성도 있고, 승객들과 싸우고 어울리고 하면서 뭔가 정신분열(?)적인 말과 행태가 비꼬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곰스크...]보다 더 높게 쳐주고 싶은 책인데, 괜히 이네사님께 혹평받는거 아닌가 해서 걱정이 되네요.

이네사 2011-03-31 12:53   좋아요 0 | URL
예, 그럭저럭 괜찮은 책이긴 했죠. 수작이라고 할만한 책은 아니었다는 말이었어요.
그리고 두번째 보니까, 긴장감이 없어서 그런가 싱겁게 느껴지더라구요. 결말을 알고 보는 거잖아요.
아마 그 탓도 있었을 듯 싶지만서도..아니여요. 처음 봤을때도 그냥 그랬네요. 사람들은 이런 나른한 낭만들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던거요.
여긴 안 썼지만 이 책의 느낌은 이런 사람을 만났을때와 기분이 비슷했어요.
실은 나 능력이 대빵 많은 사람인데 말이야, 사정이 이러저러하다보니 인생이 이모양 이꼴이 되어버렸어..라고 말하는 우울증 환자요. 아마도 어느정도는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지 않을까 해요. 처음 이 글을 소개해주신 블러거도 좀 그 비슷하신 분이었거든요.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치지 못하고 늙어간다는 것이 무척 우울해하시던 분이었죠. 자신은 절대 이렇게 늙어갈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는데. 솔직히 그런 사람이 한둘인가요?

소개해주신 책은 처음 듣는 작품인데, 찾아봐야 겠네요. 혹평 받으면 어떤가요? 안 그래요?
본인이 쓴 글도 아니잖아요? 그죠? 이런 소개 고맙게 생각하니까, 그런 걱정일랑 마시고, 좋은 책 있으면 저한테도 좀 알려 주셔요~~~다른 사람들은 건성으로 들을지 모르지만 전 꼬박꼬박 찾아서 본답니다.
그건 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