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노볼 2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고의 거부 워렌 버핏의 공식 전기다. 버핏이 작가에게 객관적으로 쓰기 위한 모든 정보 접근권과 재량과 자유를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않았다고 하던 책이다. 그런데 읽어보니 시간을 들여서라도 버핏이 썼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싶었다. 무엇보다 분량이 짧아졌을 거다. 책이 거반 두꺼운 사전 2권의 분량인데, 그건 버핏이 대단한 사람이라서라기 보단---물론 그렇긴 하다.---사건마다 본인의 생각이나 느낌으로 간단하게 종결짓는게 아니라 순전히 설명조로 풀어놓았기 때문이란 인상이 짙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한마디로 끝내면 될 것을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으로 책만 두꺼워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이 책에도 등장하는 버핏의 친구 캐서린 그레이엄의 ( 워싱톤 포스트의 사주) 자서전을 보면 이렇다. 그녀는 그곳에서 사건마다 그녀의 인상들을 한마디로 표현한다. 길게 설명할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일예로 남편이 바람을 피워 이혼하겠다고 나섰을 때 그녀의 반응은 이랬다.
"난 철저히 무너졌다. 이 회사가 누구건데? 그건 내거야, 내거! 이혼을 한다해도 회사만은 절대로 빼앗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캐서린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손 꼽히는 부자였다. 하지만 그에겐 대를 이을만한 아들이 없었고, 결국 딸 캐서린이 총명한 남자를 사윗감으로 데려오자 곧 그를 후계자로 삼는다. 당시엔 여자가 소유권을 쥐고 있으면 남자가 일을 책임감 있게 하지 않을거란 생각이 팽배했던 시절이라, 캐서린의 아버지는 모든 명의를 사위 것으로 돌려놓고 사망한다. 젊은 나이에 사장이 된 남편은 조금씩 회사를 키워 놓았지만, 그 후 십 몇 년이 흐르 뒤 그녀는 여전히 회사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남편은 그건 전적으로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난 부부란 아무리 오래 살아도 남남에 불과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게 기억난다. 자서전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추측이 아니라 자신이 느낀 것을 그냥 쓰는 것. 하니 아무리 수다장이라고 해도 분량이 한정되기 마련이다. 추측은 무성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느낀 생각들은 몇가지 안 될테니 말이다. 그런점에서 이 책이 한없이 길어진데는 본인이 아닌 작가가 썼다는 한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밖엔 없었다. 쉽게 썼다는 것이 다행이긴 했으나 그것이 무색하게 한없이 늘어지는 분량, 한 인간의 전기로 사전 두 개 분량은 심했다. 골자만 쓴다면 별로 길만한게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다. 어린 시절엔 이상한 놈이었고, 젊은 시절엔 기묘한 놈이었으며, 한참 돈을 벌 시기인 삼십대엔 무자비한 놈이었고, 그 이후 중년엔 한층 더 무자비한 놈이었다가, 중후반 이후엔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투자의 달인으로 우뚝 섰고, 말년엔 현명한 노인으로 거듭난 사람의 이야기 ,뭐 축약해보면 이게 전부다. 이 아니 간단하지 않는가!
처음 1부를 읽으면서는 그래도 좀 많이 놀랐었다.그의 삶이 <시티즌 케인>에 나오는 거부 케인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무엇이든 수집하는 편집증에 가족들을 내팽개치다 시피하는 감성의 결여, 도를 넘어서는 인색함, 같이 사는 여자들로 하여금 학을 떼게 만드는 통제력이나 첫번째 아내는 명문가에서 두번째 아내는 그냥 어쩌다 걸린 여자와 사는 것등... 그간 미디어의 거짓말속에서 전혀 알지 못했던 그의 실체를 보려니 놀라움 투성이었다. 결국 부자가 된다는 것은 성격적인 결함을 내포할 수밖엔 없는 것인가 싶어 실망스러웠다. 더군다나 그가 부자가 된 길을 쭉 따라가보니 그것도 역시 아무나 따라할 수있는 것이 아니더라. 천재적인 머리를 가졌다고 해도 어림없는 일이었다. 성실성과 통찰력, 그리고 타고난 직감 플러스, 무엇보다 정말로 간절하게 부자가 되길 원해야 되는 것이었다. 버핏의 돈을 향한 애정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는데, 그 욕망만으로도 남들과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그런 그의 욕망을 비난 하자는 것은 아니다. 욕망을 숨기지 않던 그 대단한 집념을 그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 집념이 어찌나 강하던지, 오히려 그가 부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것이였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돈이 생길만한 곳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던간에 따따따따...하고 나타나 패를 완전히 싹쓸이 해가는 그를 보면서 짱가가 생각났다. 그 정도의 오지랖이라면 그가 부자가 된 것도 당연하다. 사실 그래서 그가 그렇게 부자가 된 것이고...
2부를 보면서는 그래도 놀라움이 많이 줄었다. 버핏이 나이를 먹고, 이런 저런 일들을 겪어내며,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번 후라 그런지 한결 너그러워진 모습이었다. 지금의 현인이라 불리는 모습을 갖추던 시기였지 않는가 한다. 미국 제1의 부자이면서도 화려하거나 허영이 들뜨지 않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좋아하며, 성실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이 살아있는, 어떤 것이건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개방성등으로 다가가기 친근한 거부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힌 그를 보면서 다시금 존경심이 되살아났다. 재밌는 것은 그 역시 윌리엄 허스트 같은 부자가 되지 않기 위해 엄청 신경 쓴다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돈 많은 괴팍한 늙은이로 죽고 싶진 않은 모양이었다. 돈은 이미 쓸 수 없을 만큼 많다. 돈이 많아보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받는 것이더라고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버핏. 그런 모습이야말로 그가 다른 부자들과 차별되는 현명함이 아니겠는가. 보통 사람들 같으면 자신의 성공에 심취해 벽을 쌓아올리고 살기 쉽상인데 말이다. 그것뿐인가? 자신의 돈을 빌 게이츠의 자선재단에 몽땅 기부함으로써 다시금 세상을 놀라게 한 그를 보면서, 그는 부자의 개념을 새로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관습적인 것은 거부하던 분시니, 아마도 그의 명성에 걸맞는 부자상을 새로 정립하는 것도 그의 몫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 현실성을 추종하는 부자들을 많이 생겨나면 우리 지구도 보다 더 멋진 곳이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사생활적인 면은 그다지 배우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으로 뭉쳐 산다는 것은 역시 이상과 선택만으로는 안 되는 것인가보다. 돈 버는 일이라면 지나치게 현명한 비핏도 가족들 문제엔 그다지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돈을 세는 것과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다른 분야라서 그런 모양이다. 버핏 가족사를 보면서 돈이 많다는 것이 균형감각을 배우는 데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이 많이 주어지는 것도 권력이 주어지는 것과 비슷해서 잘 쓰기가 매우 어려운 듯했으니 말이다. 결국 이 책을 보면서 깨달은 한가지는...돈이 많다고 해서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걸 현명하게 쓸만한 균형 감각이 없다면 많이 주어진다고 저절로 행복해 질 수는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비극의 원인이 될 수도 있더라. 결국 산다는건 노력과 생각과 희생과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을... 돈이 많다해도 그것이 바뀔 수는 없다는 것이 이 책이 준 교훈이었다.
아마도 이 책은 버핏에 대해 잘 알고 싶으신 분들이 읽고 싶어하실텐데, 그런 분들에게 추천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버핏에 대해 망라적으로 쓴 책이라고는 하던데, 이 책을 읽기전보다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하는 말이다. 기껏해야 그동안 숨겨진 사생활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전부인데, 과연 그것을 알자고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는게 잘하는 짓일까? 그거야말로 버핏이 그렇게도 싫어한다는 시간낭비가 아닐런지... 쉽게 읽힌다는 것이 장점이긴 하나, 농담 하나 없는데다, 굵직굵직한 금융사고가 있을때마다 설명이 어찌나 늘어지는지... 사건을 파악하는 것에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정작 버핏이 뭘 했다는 것인지는 감이 잡히질 않았다. 참 어정쩡한 전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골자만 따져보면 이런 것이다. < 버핏을 존경하자. 그는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이 책을 참고하시고, 만약 책 읽는게 싫다시는 분들은 그냥 저 문장을 아무 선입견없이 받아들이시면 되겠다. 결론은 매한가지일테니 말이다. 나중에 이걸 내가 뭣하러 읽었을꼬 후회하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