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트 - Doub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964년 미국 브롱크스 교구의 활달한 성품의 신부 플린은 이제 교회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진보주의자다. 가족적이고 친밀한 교회를 만들고 싶어하는 그, 권위적이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그를 사람들은 모두 환영한다. 사사건건 삐닥하게 보는 교장 수녀 알로이시스만 빼고.  어느날 학교의 유일한 흑인 학생인 밀러가 플린 신부를 만나고 와서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순진한 제임스 수녀는 의혹을 품는다. 1주일 가까이 끙끙 댄 제임스 수녀는 결국 교장 수녀를 찾아가 넌지시 말을 흘리고, 이에 알로이시스는 당장 그의 성추행을 기정 사실화한다. 떠보기 위해 교장실로 플린 신부를 부른 두 사람, 크리스마스 공연 일정을 의논하기 위해 오란 줄 알았던 플린은 뜻밖의 이야기 전개에 상당히 불쾌해한다. 플린 신부의 마지못한 해명에 남을 의심하는 것이 천성적으로 힘든 제임스 수녀는 오해가 풀렸다며 기뻐하나, 산전수전 다 겪은 알로이시스는 오히려 죄의 증거라며 심증을 굳힌다. 가십의 해악에 대해 설교를 하는 플린 신부, 밀러의 엄마까지 불러 들이며 사건을 크게 만드는 알로이시스 수녀, 둘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제임스 수녀...플린신부와 알로이시스 수녀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나도는 가운데, 밀러의 엄마에게 협조를 거절당한 일로이시스가 다음 행동으로 나설거라 선언하자 결국 플린은 폭발하고 만다.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면서 알로이시스 수녀에게 당신은 자비도 없느냐고 되묻는 플린, 과연 플린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플린 신부--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기다리는 사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교를 할 줄 아는 남자, 아이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보듬을 줄 아는 남자, 어른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뭔가 해보려 하는 남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확신하는 남자. 여자들에게 다 거절 당하면 어떻게 하냐는 소심한 소년의 질문에 그럼 ,신부가 되면 되지, 하고 제때 유머를 날릴 줄 아는 남자인 플린신부, 현실이라고 믿기엔 너무 완벽한 그는 복사소년을 성추행했다는 교장 수녀의 심증앞에 결국 자신의 뜻을 접고 교구를 떠나고 만다. 그가 신자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의문에 휩싸였다. 그는 왜  더 싸워보지도 않고 백기를 들은걸까? 교장 수녀의 짐작대로 뭔가 켕기는게 있었단 것일까. 속타게도 영화속에선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 주지 않는다. 단지 친절하지 않게 군데군데 흩어진 단서들을 그러 모아 추측만 할 수 있을 뿐... 그렇다면 가장 가능한 조합은 무엇일까? 그의 겉모습이 악마의 가면이 아니었다는 전제하에, 싸워 보지도 않은 채 힘 없이 물러난 플린 신부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이었는지 한번 생각해보기로 하자.
 
그 의문을 풀기위해선 간간히 등장하는 플린 신부의 면면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잘 다듬은 긴 손톱을 자랑하는 신부, 말린 꽃잎을 성경 갈피에 넣는 신부, 넘어진 아이를 감싸안아 일으켜 세울줄 아는 신부, 농구를 가르치며 엉덩이를 흔들라고 조언하고, 꼬마 눈사람 캐럴을 좋아한다며 흥얼거리며,홍차에 설탕을 세 조각이나 넣는 신부, 무엇이 생각나시는가? 그는 게이가 아니였을까? 만약 그가 진짜 게이라면, 1960 년대 동성애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쉬쉬하던 시절에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밝힐만한 성직자가 과연 있을까? 그건 용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로이시스 수녀를 봐서 알겠지만 그 당시는 게이에 대한 논의가 가능한 시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성추행 여부를 떠나 구설수에 올랐을 것이고, 죄인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모든 게이가 아동 성추행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그 누가 이해하려 들겠는가? 어쩔 수 없이 시대가 변하기를 기다리는 쪽을 택할 수 밖엔 없었을 것이다. 난 그저 당신들과 성적 취향만 다를뿐, 당신들과 똑같이 선량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것은 벽에 대고 이햐기 하는 것과 마찬가지 였을테니까 

<교장 수녀--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내 뒤 뜰에서는 안 돼!> 

마침내 그를 몰아낸 수녀, 한치의 틈도 없을 것 같던 그녀가 내뱉는 소리에 우리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 I have doubt..... I have such a doubt "이라니...그럼, 의심할 여지도 없다는 그녀의 말은 어떻게 된 것일까? 확증도 없이 그를 몰아붙였단 말인가? 인정사정없이 신부를 몰아붙이던 얄미운 수녀가 안스러워 지는 장면이었다. 세상에는 규율이 필요함을, 그리고 사람들이 싫어할지라도 기꺼이 악역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던 그녀, 결벽적인 보수주의자인 그녀는 사실 심성이 고운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신부를 몰아냈어야만 했을까? 가장 그럴듯한 대답은 정말 그가 싫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뭘 떠들던지 간에, 그가 뭘 하려든지 간에, 그가 결백하건 아니건 간에 그저 자신의 영역에서 없어져 주기만을 바랐을지도 모른다. 감정이 이성을 이끈다는걸 혹 아시는지. 하지만 양심은 언제나 그자리에 남아 우리를 괴롭힌다. "아,난 생사람을 잡은 것이 아닐까, 그저 내가 싫다는 이유로?" 그래서 교장 수녀는 제임스 수녀를 잡고 울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제임스 수녀--오, 스윗 제임스> 

선량하면서도 순진한,그리고 또 걱정이 많은 제임스 수녀,플린 신부를 믿고 싶어하면서도 또 드러난 증거에 눈을 감지 못하던 그녀는 어쩜 우리네 보통 사람들과 많이 닮지 않았나 싶었다. 플린 신부와 교장 수녀 사이의 갈등에 어쩔 줄 몰라하던 그녀, 사람들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믿고 싶어하는 그녀, 고지식한 나머지 플린 신부의 사상을 다 이해하지 못해 주저하는 그녀는 가장 공감이 가는 인물이었다.
 
나의 완소남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출연한다길래 만사를 제치고 가서 본 영화. 신부역의 호프만은 물론 눈이 부실 정도로 멋졌고, 수녀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은 "소피의 선택"에서 봤던 모습들이 연상됐다. 흔들리는 연약한 내면을 필요에 의해 감추는 그녀의 냉정한 연기는 여전히 감탄스러웠다. 거기다 제임스 수녀 역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마저 딱 제격의 역을 맡은 듯 했으니... 교태를 떠는 역활보다 착한 역을 무리없이 소화하는걸 보면 성격이 그런게 아닐까 싶다. 아무리 연기자라 해도 자신에게 없는 성격을 만들어 내는 쪽이 더 어색할테니 말이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 신부와 수녀들의 대결을 보는 듯 했던, 셋의 연기 조화가 무척이나 훌륭했던 작품으로 진지한 작품을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애인과 함께 보러갈 영화를 고르는 중이라면, 글쎄...참, 이 리뷰는 전적으로 내 견해에 따른 것이란 것을 염두에 두셨음 한다. 다른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한 영화이기 때문이다.노파심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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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3-05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거 봐야하는데 여긴 개봉하는 곳도 한군데밖에 없더니
그나마 그것도 끝난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

이네사 2009-03-07 19:46   좋아요 0 | URL
그래,이제 보셧나요? 대본하고 연기가 탄탄한 점이 볼만했기 때문에 굳이 큰 영화관에서 보시지 않아도 될 것은 같거든요.놓치셨다면 DVD로 나온 것을 보셔도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