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카의 여행
헤더 모리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카의 여행 l 헤더 모리스 l 김은영 옮김 ㅣ 북로드




"이곳엔 얼마나 있었나?"

"1942년 4월 23일, 막 열여섯 살이 되고서 이곳에 왔어요."

"꽤 오래됐군,"

"끝이 보이지 않았죠."

"1942년 4월부터 여기에서 무엇을 했지?"

"살아남는 일이요."

"그렇군.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했지?"

"살아남기 위해 일했습니다."

"간단하게 묻지, 나치와 잤나?"

"그들은 나의 적이었습니다. 나는 이곳에 끌려온 전쟁 포로였고요."





실카는 겨우 열여섯 살이었고, 그들은 악랄한 나치였다. 실카는 살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자신을 뺏겨가며 살아남았지만 아우슈비츠를 점거한 소련군은 그녀에 대한 기록과 그녀가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감옥에 가두고는 노역 15년형을 선고한다. 그녀는 감옥에서 나와 시베리아 보르쿠타 굴라크 수용소로 떠난다. 그녀는 언제쯤 자유를 가질 수 있는 걸까? 그녀는 열아홉이 되었다.




전쟁은 누구에게나 가혹하지만 어린이와 여성들에게는 천형 같다. 소녀인 실카가 독일군의 노리개가 되었어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텨왔지만 그 정신력은 그녀의 자유를 반기지 않았나 보다. 장소만 달라졌을 뿐 다시 수용소에 갇히게 되고 찾아온 기회를 그녀는 멀리한다. 그것은 그녀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다른 여성들과 달리 장교의 눈에 띄었던 것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강인함으로 그 트라우마를 이기고 간호사 훈련생으로 일한다. 아우슈비츠에서의 생활로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던 걸까? 굴라크에서도 다른 여성들을 배려하고 여러 언어를 할 줄 아는 실카는 막사의 여성들을 도와준다. 마치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속 랄레가 했던 것처럼 막사의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려 애쓰는 실카.



각종 사유로 잡혀온 그녀들. 모두들에게 적대적 감정을 표하는 여성도 있고 실카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여성도 있다. 그럼에도 항상 그녀들을 보호하려 애쓴다. 언니를 잃고 혼자가 된 실카. 부모를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일까? 실카에게는 막사의 그녀들이 실카가 지켜야 하는 가족이 된다. 시베리아는 매우 추운 곳이다. 추위와 두려움, 노역, 그리고 때때로 찾아오는 남자들을 받아내야 하는 실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그 생각 하나로 버텨낸다. 이런 강인함은 간호사 훈련생이 되어서도 빛이 난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무너진 탄광으로 들어가는 실카의 용기가 바로 그녀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인 듯하다. 또한 자신에게 온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를 친구를 위해 기꺼이 양보하는 실카.




"이곳을 떠날 수 있게 도와줄 게요. 금방 가능할 수도 있어요. 남편은 이곳에 임시 근무 중이예요. 우리는 곧 모스크바로 돌아갈 거예요. 이번이 당신을 도울 유일한 기회일지도 몰라요."

"저 대신 다른 사람을 좀 도와달라고 부탁드려도 될까요?"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작년에 읽은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을 읽으며 용서와 홀로코스트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었고 <실카의 여행>의 전작 <아우슈비츠의 문신가>를 읽으며 주인공이 겪었을 양가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얼마 전 블로그에 <피에 젖은 땅>을 소개했는데 책을 읽고 있는 지인은 '끊임없이 죽이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각 홀로코스트 관련 도서들은 여러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실카의 여행>은 어쩌면 홀로코스트만의 얘기는 아니다. 홀로코스트 속의 피해자이지만 그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다시 피해자로 만드는 전쟁이 낳은 가장 잘못된 케이스이지만 상황을 딛고 일어선 가장 용감한 여성의 이야기다.



앞서 <아우슈비츠의 문신가>는 테토비러가 된 남자의 전쟁 속 생존기라면 이제 막 열여섯이 된 소녀의 생존기로 작가는 <아우슈비츠의 문신가를> 출간하고 실카가 아우슈비츠를 떠나 어떻게 되었냐는 쇄도하는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카의 삶을 조사해 취재 내용을 기반으로 썼다. <실카의 여행>을 읽다 보면 갑자기 용기가 생기거나 숙연해지기도 하고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시베리아의 추위 속에 매일매일 자신을 믿고 용기를 내어 강인하게 버티는 것은 열아홉 살 숙녀에게 기대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의 강인함과 이타심으로 막사의 그녀들을 끌어안고 결국 친구가 되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한 편으로는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끌어안는 모습에서 따뜻함도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실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 책
류이스 프라츠 지음, 조일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속 환상적인 미스터리의 세계로 떠나보는 파란 책, 아이와 함께 읽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픽윅 클럽 여행기 찰스 디킨스 선집
찰스 디킨스 지음, 허진 옮김 / 시공사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픽윅 클럽 여행기 ㅣ 찰스 디킨스 ㅣ 허진 옮김 ㅣ 시공사




픽윅 클럽은 새뮤얼 픽윅 씨가 자신이 제출한 논문과 자신이 줄기차게 연구해 온 분야를 여행을 통해 더 많은 분야를 고찰하고 탐구하기 위해 회의를 통해 결성되었다. 회원은 새뮤얼 픽윅 씨와 트레이시 터프먼, 오거스터스 스노드그래스, 너새니얼 윙클 네 사람으로, 그들의 유쾌하면서도 엉뚱하며 조금은 불쾌하기도 한 여행기를 담은 이야기가 픽윅 클럽 여행기이다.




찰스 디킨스의 작품 중 <두 도시 이야기>, <올리버 트위스트>는 서민, 민중들의 이야기들이다. 특히 <두 도시 이야기>의 경우는 프랑스의 시민혁명을 배경으로 그들의 고통과 아픔에 주인공들의 삶을 엮었으며 <올리버 트위스트>는 나라가 점점 부강해지는 시기에도 영국의 그늘 밑 최하층민들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찰스 디킨스의 시선이 시민들을 향하고 있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동하고 희망을 꾀하는 소설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픽윅 클럽 여행기>는 시민들이 아닌 사회적으로 지위를 갖추고 있는 네 남자의 여행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여행기는 어쩌면 단순 여행기가 아닌지도 모른다. 여행을 통해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것, 이것이 여행기라면 <픽윅 클럽 여행기>는 여행기가 가진 기본 배경에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경험, 바로 해프닝의 연속이라고 말할수 있다. 그 해프닝을 겪으며 네 남자들은 우정도 사랑도 그들 것으로 만든다. 19세기에 코미디라는 장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 말하자면 픽윅 클럽 여행기는 코미디다. 픽윅 클럽의 회장이자 가장 나이가 많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픽윅 씨는 여행을 가는 곳마다 해프닝을 겪는다. 군대의 사열식을 보러 갔다가 사열식의 희생물이 될 뻔한 일들이라든가 사기꾼의 말을 믿고 여자 기숙사에 숨어들었다가 치한으로 몰린다든가 즐거운 여행길에 하지도 않은 혼약 파기 소송을 당하는 등 픽윅 씨는 어쩌구니 없는 일들을 당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걱정거리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해프닝은 유쾌한 코미디로 느껴지는데 이것은 바로 디킨스의 문체 때문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상황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다 보니 마치 그 상황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일 때가 많고 그 느낌들은 바로 이것이 디킨스의 유모 코드인가? 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디킨스의 다른 두 작품에서처럼 교훈적인 매력 외에 코미디적 요소는 디킨스가 이런 유의 작품을 쓰기도 했던 전천후 작가임을 알 수 있다.



#픽윅클럽여행기는 코미디의 성격 외에도 픽윅이란 인물을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준다. 사기꾼들을 용서하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거나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강직한 모습도 보여준다. 이러한 그의 행동을 통해 주변인들은 그를 대부로 생각하게 되는데 바로 이런 점이 코미디적 요소가 짙은 <픽윅 클럽 여행기>가 단순히 유쾌한 해프닝으로만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픽윅 클럽 여행기>는 디킨스의 첫 장편소설인데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들이 담겨 있다. 단편 소설로 몇 편이 실려있는데 마치 1+알파의 느낌이다. 이야기 속 이야기를 지닌 <픽윅 클럽 여행기>는 1,268 쪽의 꽤 분량이 있는 편에 속한다. 두껍지만 유머적 요소와 교훈, 이야기 속 또 다른 이야기는 바로 <픽윅 클럽 여행기>의 커다란 매력이다. < 올리버 트위스트>나 <두 도시 이야기>는 영화로 또는 책으로도 많이 접했을 듯한데 <픽윅 클럽 여행기>는 생소하게 와닿는 책일 수도 있다. 찰스 디킨스의 또 다른 작품인 <위대한 유산>과 <크리스마스 캐럴> 또한 유명한데 출판사에서 왜 <두 도시이야기>, <올리버 트위스트>와 함께 세 권을 디킨스 사후 150주년 기념 선집으로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위에 나열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직접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다. <픽윅 클럽 여행기>를 읽어야 디킨스를 읽었다고 할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성인소설로 격상시킨 듯합니다. 스토리텔링의 힘을 기대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양장) 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종권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아름다운날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는 꼭 읽어야지 하면서도 어려워서 뒤로 미루던 책인데 알기 쉽게 풀어 썼다고 하니 당장 도전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