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러시 소재집 : 흑백 일러스트·만화 편 - CLIP STUDIO PAINT 브러시 소재
배경창고 지음, 김재훈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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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유화를 그리던 학생시절... 그 당시 친했던 친구들과 재미삼아 그렸던 만화 케릭터 등이 창조되던 '시대'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오늘날 (웹툰을 포함한) 만화가들이 활용하는 기술은 감히 최첨단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들 들어 나의 상식에 기댄 만화는 거의 모든 부분을 손수 그려내야 하는 아날로그적인 것이였으나, 적어도 이 책의 내용에 따르자면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 만으로도' 그 중간과정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대폭 아낄수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브러시란? 만화의 배경과 바탕, 그리고 데이터화 된 원고를 수정하는데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이해된다. 때문에 이를 비추어 과거 수 많은 보조(어시스턴트)를 거느리고, 더욱이 펜과 수정액으로 손을 더럽히던 모습이 사라지고, 오롯이 만화가 스스로의 창작과 개성 그리고 기술을 바탕으로 충분히 퀄리티 있는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더욱이 실제로 온라인 편딩사이트 이곳저곳에도 브러시와 스체치업을 활용한 독창적인 데이터가 판매되고 있기에, 스스로가 마음만 먹는다면 판타지에서, 시대물에 이르는 광범위한 만화의 모습을 얼마든지 '손쉽게'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브러시 소재 혁명은 잉크 하나로 모든 것을 그리던 시대에 등장한 스크린톤, 만화 제작 환경을 크게 변화시킨 디지털 페인팅 도구의 보급과도 통하는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머리말

그렇기에 앞서 언급한 배경에서, 빛과 음영을 표현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이에 자신의 창작 케릭터를 더욱더 입체적이고 또 세세하게 표현해줄 기술에서부터, 일일히 배경을 그려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줄 기술 모두를 익히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 이 책은 그 활용에 익숙해질 방법과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물론 디지털 프로그램의 특성상 하드웨에의 용어와 설정등 많은 부분에 익숙해지는 것이 먼저겠지만, 그래도 도리어 '컴맹'이라는 단어가 낮설게 된 시대 속에서, 조금만 공부해보면? 반드시 노력한 만큼 활용의 폭도 넓어질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생각해보면 이제 만화가를 꿈꾸는 사람들과, 현재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그 광범위한 곳에서 브러시의 활용은 기본적인 능력으로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고 본다. 물론 그로 인하여 발견되는 단점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소재의 활용에 대한 능력의 향상보다는 이전과는 다른 능력을 요구하게 된 그 변화의 모습을 접하게 된 것이 더욱 더 인상깊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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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대륙 - 상
안제도 지음 / 리버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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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다보면 종종 주변에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은 것' 그리고 '한 세대를 풍미한 대중문화를 공유'하며, 일종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목격할 때가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정의하자면 오늘날 판타지의 유행을 따르는 줄거리라고는 볼수 없다고 생각되지만, 정작 밀레니엄 이전부터 장르를 섭렵한 세대라면 의외로 그 큰(이야기의) 뿌리 가운데서 상당히 익숙한 감상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여겨진다.

이처럼 최근 이세계와 무쌍... 그리고 합리적인 보상?이 주를 이루는 이야기와는 달리, 이 책이 전달하는 주제는 꾀나 고리타분 한 것, 이른바 '운명'을 드러낸다. 실제로 주인공 본연의 모습으로만 판단하면 그는 노력가 이기는 해도, 결국 약소국의 신민으로서 전란에 휘둘려진 '불운에 맞닥뜰인' 평범한 청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주인공 개인의 신분이 올라가고, 또는 조국 포트니오의 손으로 대업을 완성시킨다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계기에는 어쩌면 그가(작품의) 세계관 속에서, 특히 그 시대에 원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질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신검 데이드리아가 불러들인 자는 절대적이다. 필연과 우연, 인과와 확률이 융합된 강력한 마법에 의한 선택이지. 앞일에 대해 그대가 걱정할 일은 없다.

35쪽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이 '영웅으로 불리우는 사람' 그리고 '영웅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방법' 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해답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라 생각한다. 특히 과거 현실세계에서도 드러나는 영웅 서사시와 그 인식과 같이, 대의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반대로 그 대의에 의해서 압살된 (해당)개인을 바라볼때... 역시나 이 소설이 드러낸 주인공은 어떠한 모습인가?

이에 대답을 해보자면, 역시나 이 주인공 또한 대의와 의지에 희생된 인물이 된다. 다만 그 과정을 가눙하게 한 신검과 마녀, 그리고 운명이라 불리우는 시대의 반복 가운데서, 어쩌면 그는 신들의 장기말로서, 부여된 역활을 다하고 치워진 장기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짧은 인생을 사는 인간과, 그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전쟁의 시대 가운데서, 주인공이 꿈꾼 대업은 '미래의 안정' 이라는 면면에서 보면 숭고하다. 물론 이를 바라보며 어느 이는 진 시황제나, 알렉산더 대왕 등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 그림자를 걷어낸 (소설 속)인물 카일 로스의 이면에는 역사와 창착, 그 모든 면면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의미를 떠나, 꿈과 의지에 삼켜지는 삶, 그야말로 일상과 행복의 레일에서 벗어난 특별한 (영웅의) 길을 달린 한 사람의 불행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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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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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역사를 비추어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어쩌면 그것은 어느 상황과 필요성, 그리고 선택의 가능성 등에서 가장 합리적인 것을 택할 수 있는 교훈, 즉 데이터를 뽑아내는데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세상 속에서 다루어지는 역사의 활용에는 이른바 정치.인문학적 가치에 기대어, 어느 민족과 계층간의 합일과 (반대의)갈등을 조장하며, 최악의 경우에는 그 역사의 의미(결말)을 변질시켜 스스로 주장하는 바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이른바 외곡된 역사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역사에 만약은 없다" 라는 단어를 (학문의)철칙으로 삼으려 한다. 물론 그 이면에는 역사의 해석 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활용에 있어서... 그야말로 나름 폭 넓은 가능성을 열어 둔다는 것은? 물론 그 발전될 가능성을 열어놓는 동시에,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피치못할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이에 기대어 생각해보면, 이 책이 표현하는 가능성, 흔히 '가상에 기댄 해석'은 당연히 역사로서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이처럼 저자는 '흑역사'라는 단어를 빌어, 인류의 역사 최악의 결과를 낳은 많은 사건들과 인물들을 드러내지만, 이에 독자 스스로가 "만약 그랬더라면"에 기댄 주장에만 귀를 기울일 경우 분명 이 책은 저자 스스로가 의도한 것을 떠나, (tv방송) 서프라이즈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버린다.

인류의 역사는 수 많은 제국의 몰락을 목격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몰락을 막지 못했냐고?

83쪽

그러나 조금 더 나아가, 어째서 저자가 '역사의 결말을 넘어' (어떠한) 가능성을 열어 놓는가?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된다면, 그것에는 오래도록 철저하게 반성해 온 역사의 본질 그자체에 대한 저자 나름의 비유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책 속의 헤이스팅스 전투와 색슨왕가의 몰락, 그 중심에 선 인물 '해럴드 고드윈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며, 저자는 역사 속 노르만 왕조의 형성과는 다른 색슨 왕가가 지속되었을 경우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물론 그가 주장하는 바의 핵심은 단순한 권력구조의 변화가 아닌 대의적 행정(정부)을 대체한 과두정치가 만들어낸 왕국과 중세의 모습, 그야말로 고대 민주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법치주의 국가의 등장을 지연시킨 '전쟁'과 '지도자'를 마주하며, 보다 더 나은 시대를 열어갈 수 있었던 기회의 상실과 그 사실 등을 가늠하는데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자유와 권리, 그리고 인권과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정치.사회적 개념과 제도가 완성되기까지, 인류는 기나긴 암흑의 터널을 지나고 또한 큰 희생을 치루었다. 이에 저자는 인류(또는 지도자)가 조금만 더 현명했다면? 그리고 현대의 최선의 방향성을 향한 '역사의 방황'이 조금만 더 짧았다면? 이에 결과적으로 최소한의 잘못을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물론 이에 내용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이는가, 그리고 그 나름의 해석을 통해 (저자의)주장을 마주하는가에 대해서는 독자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는 하다. 다만 나는 지금껏 하나의 해답과, 무책임한 가설... 그 가운데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추어 던지는 '의외의 질문들'이 나름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그림으로 성공한 히틀러, 빙산을 피하는데 성공한 타이타닉, 스탈린을 밀어낸 레닌... 이처럼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역사가 흥미로운 까닭은 무엇이고, 또한 그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실질적은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거울삼아 대비해야 하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라면? 과연 독자들은 이 망상의 이야기에서, 어떠한 본질을 뽑아내야 할까? 어쩌면 바로 그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진짜 목적이 아닐까? 그야말로 역사의 최악을 마주함에 있어서, 오롯이 그들의 잘못과 어리석음에 주목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당시 최선의 선택, 그리고 다수가 고심을 거듭하며 이끌어낸 선택이 결과적으로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내게 된 이유... 이에 나는 그것에서 역사 속에서의 한계와 진보의 본질 그 많은 것에 대한 생각거리를 건져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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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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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서운 설산 가운데 추락한 캠핑가, 아니면 바다 한 가운데서 침몰한 선박... 이처럼 세상에는 고립과 난파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맞서서 생존한 많은 실화들이 전해진다. 물론 개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절대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소설과 영화 등의 소재로서 끝임없이 표현되는 이유에는? 어쩌면 그 극한의 환경 속에서 피어난 인간미나 (반대의) 도덕적 딜레마를 마주하며, 그 '인간'이란 주제에 대해 끝임없는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때로 누군가는 냉정함을 넘어, 냉혈한 사람이 된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는 그 상황(또는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은 인물... 또는 목격자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사고로 죽은 주인공'(영혼)을 등장시킨다. 그야말로 춥고, 배고프고, 언제 올지 모르는 구조대를 기다리는 등의 공포와는 무관하지만, 정작 이들의 불행에 크게 공감하고 아파할 수 있는 존재로서, 어쩌면 주인공000는 소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육체를 초월한 대가로, 진실을 마주한다. 실제로 사고 이후 여러 선택이 있었고, 이후 희생 또한 있었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이 '기적의 생환'을 감사해했고, 또 열광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당하고, 또한 극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인000가 보여준 리더십과 헌신이 결실을 맺었다는 이야기는 이후 영웅적인 미담으로 소개된다. 물론 이후 그 결과로 인하여, 각각의 생존자들의 삶은 변화했다. 너무나도 혹독한 추위 속에서 괴사한 신체를 잘라내고, 멋대로 산 속을 해매다 죽을 뻔하고, 끝까지 캠핑카 속에서 버티다 구조된 그 다양한 형태의 선택 이후... 세상과 사람들은 이들을 각각 동정과 연민, 그리고 영웅이라는 다양한 틀에 비추어 본다.

물론 주변의 연민과 도움, 공감 또한 큰 힘이 될때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주인공의 눈에 들어온 가족과 이웃... 그야말로 사고의 당사자들은 외면 뿐만이 아닌, 내면 그 깊숙한 곳에 숨겨진 '진짜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진실을 접한 유령은 거짓된 영웅, 가식적인 영웅의 존재를 알기에 더더욱 큰 분노를 느낀다. 이에 어쩌면 그 극한의 상황 속에서, 비스킷 한조각, 작은 불씨 하나, 더욱이 약자를 구슬러 장갑 한 켤레를 빼앗는 행위는 그 어떠한 악행보다 더 잔인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이후 과거 둘도없는 친분을 이어온 이웃, 유능하고 매력적이였던 한 인물의 추락을 마주하며, 이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은 당시 (주인공의) 가족 뿐만이 아닌, 독자로서의 '나'에게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였다. (물론 큰 불쾌감도 함께)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소설의 주제가 그저 '잘못' 과 '징벌'에 있지 않다고 본다. 물론 딜레마에 대한 고뇌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주인공만큼은 그저 몸에 상처가 나면 딱지가 앉듯이 서서히, 그러나 결코 예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상처를 안고도 살아가야 하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이 최소한 평생 슬픔과 절망 속에서 살지 않기를 바란다. 그야말로 어느 한 영혼과, 그 가족이였던 생존자들 이 모두가 어제 보다는 내일, 점차 서로의 아픈 기억을 지워가며 살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어쩌면 이 책의 진짜 주제 (또는 의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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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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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여느 작품들을 접하다보면, (그 속에서) 어느 작가와 장르 등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이 소설의 경우에는 (미스터리) 추리소설로서 분류가 되어지며, 특히 책 표지의 소개글에도 보여진 것과 같이, 저자는 과거 추리소설의 왕도를 닦은 '문호'들의 뒤를 이어, 보다 옛 감성(또는 문체)을 표현하는 것을 시작으로, 소위 21세기형 아가사 크리스티를 꿈꾼다.

이처럼 소설 속 이야기의 무대, 그리고 그 속의 등장인물들을 비추어보면, 분명 과거의 영국과 일본의 추리소설에서 마주했던 가장 익숙한 형태가 드러난다. 더욱이 시작에서부터 피의자으로부터 '강한 부정'과 '억울함'이 묻어나는 편지가 보여주듯이 역시나 이 살인사건 또한 단순한 잔인성 뿐만이 아닌, (어떠한)석연치 않은 파편이 존재하기에 이에 독자는 그 결과를 마주하기까지 기나긴 (주인공의)옛 기억을 더듬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이 책 속에는 추리소설로서 당연히 등장해야 하는 해결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른바 어느 사건의 해결을 위해 동원되는 수사관과 탐정의 존재가 없이, 이 책은 오롯이 진실을 주장하는 피의자의 기억과 기록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이에 독자로서인 '나' 또한 오롯이 주인공의 입장에서 해석되어진 장소와 인물, 특히 인간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감정 등을 받아들이며, 이른바 제3자가 아닌 주인공의 입장에 보다 몰입하고 말았다.

전 사실을 다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여기에 갇혀 버렸어요.

432쪽

그렇기에 결국 주인공이 겪는 그 모든 사건에 있어서, 표현된 '알 수 없는 것' '무서운 것' '미스터리한 것' 이 모두는 소위 헤더브레 저택을 중심으로 휘감기는 악의나 저주 같은 것이 아니라, 거의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만들어진 어느 감정의 표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소설의 마지막을 기점으로 드러난 주인공의 '진정한 목적'을 떠나서, 왜 어린 '메디'가 죽어야 했는가를 생각해보아도, 이는 줄거리 내내 드러난 저택의 비밀과, 유서깊은 독화원의 역사, 그리고 오래도록 으스스한 기분을 안겨주었던 괴현상과는 상관없이 앞서 언급한 '왕도' 그야말로 단순한 충격과 반전의 영역을 넘어서, 오래도록 추리소설에서 활용되었던 '인간의 모습'이 나름대로 표현되었을 뿐이라는 감상이 든다.​

실제로 결말을 마주하다보면, 소설의 대부분에서 긴장감을 형성했던 많은 요소들은 그 결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주인공이 저택에 들어서 겪은 그 많은 관계가 결국 비극으로 이어지기까지, 그 주된 견인차의 역활을 수행한 것이 결국 '사람의 감정' 이였다는 것 만큼은 눈여겨 볼만하다. 결과적으로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도우미로서, 주인공은 그 본연의 역활을 벗어나 서서히 다른 존재로 인식된다... 아니 주변의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때문에 그녀의 존재가 방해가 된다는 내용, 저택이 그녀를 밀어낸다는 황당한 생각이 만들어지게 되는 그 내용의 본질을 떠올려볼때, 이에 그녀가 뒤집어쓴 '죄'란? 이른바 저택에서 살고 있었던 사람들, 그야말로 가족이라는 형태에 (알게 모르게) 위협이 됨으로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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