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대륙 - 상
안제도 지음 / 리버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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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다보면 종종 주변에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은 것' 그리고 '한 세대를 풍미한 대중문화를 공유'하며, 일종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목격할 때가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정의하자면 오늘날 판타지의 유행을 따르는 줄거리라고는 볼수 없다고 생각되지만, 정작 밀레니엄 이전부터 장르를 섭렵한 세대라면 의외로 그 큰(이야기의) 뿌리 가운데서 상당히 익숙한 감상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여겨진다.

이처럼 최근 이세계와 무쌍... 그리고 합리적인 보상?이 주를 이루는 이야기와는 달리, 이 책이 전달하는 주제는 꾀나 고리타분 한 것, 이른바 '운명'을 드러낸다. 실제로 주인공 본연의 모습으로만 판단하면 그는 노력가 이기는 해도, 결국 약소국의 신민으로서 전란에 휘둘려진 '불운에 맞닥뜰인' 평범한 청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주인공 개인의 신분이 올라가고, 또는 조국 포트니오의 손으로 대업을 완성시킨다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계기에는 어쩌면 그가(작품의) 세계관 속에서, 특히 그 시대에 원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질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신검 데이드리아가 불러들인 자는 절대적이다. 필연과 우연, 인과와 확률이 융합된 강력한 마법에 의한 선택이지. 앞일에 대해 그대가 걱정할 일은 없다.

35쪽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이 '영웅으로 불리우는 사람' 그리고 '영웅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방법' 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해답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라 생각한다. 특히 과거 현실세계에서도 드러나는 영웅 서사시와 그 인식과 같이, 대의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반대로 그 대의에 의해서 압살된 (해당)개인을 바라볼때... 역시나 이 소설이 드러낸 주인공은 어떠한 모습인가?

이에 대답을 해보자면, 역시나 이 주인공 또한 대의와 의지에 희생된 인물이 된다. 다만 그 과정을 가눙하게 한 신검과 마녀, 그리고 운명이라 불리우는 시대의 반복 가운데서, 어쩌면 그는 신들의 장기말로서, 부여된 역활을 다하고 치워진 장기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짧은 인생을 사는 인간과, 그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전쟁의 시대 가운데서, 주인공이 꿈꾼 대업은 '미래의 안정' 이라는 면면에서 보면 숭고하다. 물론 이를 바라보며 어느 이는 진 시황제나, 알렉산더 대왕 등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 그림자를 걷어낸 (소설 속)인물 카일 로스의 이면에는 역사와 창착, 그 모든 면면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의미를 떠나, 꿈과 의지에 삼켜지는 삶, 그야말로 일상과 행복의 레일에서 벗어난 특별한 (영웅의) 길을 달린 한 사람의 불행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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