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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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여느 작품들을 접하다보면, (그 속에서) 어느 작가와 장르 등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이 소설의 경우에는 (미스터리) 추리소설로서 분류가 되어지며, 특히 책 표지의 소개글에도 보여진 것과 같이, 저자는 과거 추리소설의 왕도를 닦은 '문호'들의 뒤를 이어, 보다 옛 감성(또는 문체)을 표현하는 것을 시작으로, 소위 21세기형 아가사 크리스티를 꿈꾼다.

이처럼 소설 속 이야기의 무대, 그리고 그 속의 등장인물들을 비추어보면, 분명 과거의 영국과 일본의 추리소설에서 마주했던 가장 익숙한 형태가 드러난다. 더욱이 시작에서부터 피의자으로부터 '강한 부정'과 '억울함'이 묻어나는 편지가 보여주듯이 역시나 이 살인사건 또한 단순한 잔인성 뿐만이 아닌, (어떠한)석연치 않은 파편이 존재하기에 이에 독자는 그 결과를 마주하기까지 기나긴 (주인공의)옛 기억을 더듬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이 책 속에는 추리소설로서 당연히 등장해야 하는 해결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른바 어느 사건의 해결을 위해 동원되는 수사관과 탐정의 존재가 없이, 이 책은 오롯이 진실을 주장하는 피의자의 기억과 기록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이에 독자로서인 '나' 또한 오롯이 주인공의 입장에서 해석되어진 장소와 인물, 특히 인간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감정 등을 받아들이며, 이른바 제3자가 아닌 주인공의 입장에 보다 몰입하고 말았다.

전 사실을 다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여기에 갇혀 버렸어요.

432쪽

그렇기에 결국 주인공이 겪는 그 모든 사건에 있어서, 표현된 '알 수 없는 것' '무서운 것' '미스터리한 것' 이 모두는 소위 헤더브레 저택을 중심으로 휘감기는 악의나 저주 같은 것이 아니라, 거의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만들어진 어느 감정의 표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소설의 마지막을 기점으로 드러난 주인공의 '진정한 목적'을 떠나서, 왜 어린 '메디'가 죽어야 했는가를 생각해보아도, 이는 줄거리 내내 드러난 저택의 비밀과, 유서깊은 독화원의 역사, 그리고 오래도록 으스스한 기분을 안겨주었던 괴현상과는 상관없이 앞서 언급한 '왕도' 그야말로 단순한 충격과 반전의 영역을 넘어서, 오래도록 추리소설에서 활용되었던 '인간의 모습'이 나름대로 표현되었을 뿐이라는 감상이 든다.​

실제로 결말을 마주하다보면, 소설의 대부분에서 긴장감을 형성했던 많은 요소들은 그 결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주인공이 저택에 들어서 겪은 그 많은 관계가 결국 비극으로 이어지기까지, 그 주된 견인차의 역활을 수행한 것이 결국 '사람의 감정' 이였다는 것 만큼은 눈여겨 볼만하다. 결과적으로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도우미로서, 주인공은 그 본연의 역활을 벗어나 서서히 다른 존재로 인식된다... 아니 주변의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때문에 그녀의 존재가 방해가 된다는 내용, 저택이 그녀를 밀어낸다는 황당한 생각이 만들어지게 되는 그 내용의 본질을 떠올려볼때, 이에 그녀가 뒤집어쓴 '죄'란? 이른바 저택에서 살고 있었던 사람들, 그야말로 가족이라는 형태에 (알게 모르게) 위협이 됨으로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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