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판 스케치 연습장 100선
야마다 마사오 지음, 오경화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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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학창시절부터 유난히 예체능과목에 취약했던 나는 이 분야에 탁월한 실력을 뽐내는 아이들이 그렇게 질투가 나고 부러울 수 없었다. 특히 미술대회만 나가면 입상을 하고 학교에 떡하니 액자까지 달고 걸어놓은 그림의 주인공들은 선망의 대상이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미술에 대한 열병을 않다가 처음 미술학원의 문을 열었지만 생각보다 엄해 보이는 선생님과 곁눈질로 흘끗 본 아이들의 그림 솜씨에 기가 죽어 그대로 집으로 도망쳐왔다.

내가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피식’웃음이 났던 이유도 바로 그때의 기억 때문이었으리라.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처음부터 연습을 했다면 나도 미술이나 그리기에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말 그대로 이 책은 스케치를 전혀 하지 못하는 초보자라 할지라도 차근차근 책대로 스케치를 배워나가면 기본적인 그림 그리기는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처음에 직선, 사선 같은 선들로 시작해서 차츰 형태를 갖춘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약 100개의 사물을 따라 그리다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스케치 실력이 는다는 마법 같은 책이다. 정확히 3주간 집중 레슨을 통해 어느 정도 스케치의 기초를 다지고 본격적으로 입문할 수 있는 기본기 혹은 자신감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처음 책을 펴고 저자가 시키는 대로 선 그리기를 시작으로 사각형 입체그리기, 타원을 이용한 동그란 형태 그리기, 친숙한 사물 그리기, 분할 이해하기를 거쳐 마지막으로 풍경그리기에까지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시작할 수 있어서 그다지 부담스럽지도 않고, 처음부터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꾸준히 100일 만에 어느 정도의 기초는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초반에 열심히 해봐야지 라는 무리한 욕심 때문에 선그리기도 따로 더 해보고 하다가 팔이 아파서 다음날엔 오히려 쉬는 안 좋은 결과도 있었지만 그냥 꾸준히 따라해 본 결과 지금은 그린 그림을 보면서 혼자서 뿌듯해하기도 한다.

참, 이 스케치 연습을 통해 더 신기했던 건 뭔가에 열중하다보니 집중력도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학원 같은데 다니면서 어느 정도 기초실력을 쌓은 분들보다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또 어떤 그림들을 연습해야할지 모르겠는 절대 초보자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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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신 - 그와 그녀를 끌어당기는 사랑의 기술
송창민 지음 / 해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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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연애컨설턴트라는 말을 저자를 통해 처음 접했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가 아니고 몇 년 전에 TV를 통해서다. 그때 그 프로를 보면서 참, 신기한 사람이다. 저렇게 나 바람둥이예요~하고 온국민에게 선전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았던 것 같다.

물론 이 저자는 양다리, 문어다리처럼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난 건 아니고 여자에게 작업(?)해서 성공할 확률이 엄청 높다는 것이었는데 보수적인 관점을 지닌 나는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그때의 느낌이 떠올랐고 아직까지 이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이름을 날리며 몇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말에 혹은 연애 컨설팅에 공감한다는 말이 아닐까싶다. 이 책도 그만의 연애필살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다양한 상황과 유형에 따른 기법을 제시한다고 보여진다.

 

가령, 본문의 글을 짧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잘해준다→잠시 관심 없는 척한다’는 것이 밀고 당기기의 기본원리다. 간혹 “넌 예쁘니까 잘해 주지 말고 무조건 튕겨”라고 조언하는데, 이는 이른바 ‘밀땅’ 원칙에 철저히 위배된다. 밀고 당기기를 통해 상대에게 기대하는 감정은 나에 대한 소중함과 아쉬움이다. 그런데 이 같은 감정이 생기려면 애틋한 추억이 있어야 한다. 사랑의 만기일이 다가오는 시점에 튕기다가는 영원히 튕겨나가버릴지도 모른다. [본문중]

 

연애를 하면서 가장 어렵다는 게 바로 이런 ‘밀땅’이다.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오랫동안 연애를 할 수 있다는 게 거의 정석처럼 알려져 있다. 상대에게 마음을 열은 것처럼 하다가도 어느 순간 무관심하게 대해서 항상 애정과 관심을 갖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은 불안함을 안겨주는 것, 그리하여 더 집중하게 만드는 것, 한마디로 상대를 애가 타게 하는 것이다.

연애를 해본 사람은 안다. 이것이 잘 먹힐 때가 있지만 어떤 때는 진짜로 생각지 못한 ‘빠이빠이’로 연결되어 아뿔싸 후회해봤자 이미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경우에 다다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자존심 지키기는 이 밀당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가 있다.

 

이렇게 연애라는 과정이 남녀 사이에 얼마나 많은 두뇌싸움과 열정을 필요로 하는지를 안다면 이 책처럼 적절한 컨설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리라. 비록 영화지만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우리는 한 편의 잘 만들어진 각본이 얼마나 달달한 연애스토리를 만들어 내는지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저자도 밝혔듯이 누구에게나 100% 똑같이 딱 들어맞는 연애비법은 없다. 각자가 완급을 조절해서 필살기를 구사할 타이밍을 찾아야 할뿐.

그러니 이 책 하나로 모든 연애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고 일단 직접 상대에게 부딪쳐보자. 그러다 보면 당신만의 연애 노하우가 분명 탄생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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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지대
쑤퉁 지음, 송하진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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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의 첫줄에 나는 이렇게 쓸 작정이었다.  

'지금 현재 청춘임에도 삶이 너무 버겁고 암울하다면 절대로 이 책을 읽지 마시오.’라고.
당신이 기대하는 위로나 희망 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할테니까라는 글로 시작을 알리려 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런 사람들에게 더 추천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가 자신보다 더 비참하고 힘든 이들을 보면서 그동안 망각하고 있었던 꽤나 괜찮은 ‘내 인생’에 다시금 감사함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이 책을 읽으라고 또 강력히 권고하게끔 만드니 결국 선택은 독자의 몫이라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고 말았다.

‘성북지대’라는 책 제목 때문에 한국소설이 아닐까 오인했는데(나는 성북동에 가까운 서울시민이니까^^)쑤퉁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보니 좀 낯선 느낌의 중국작가라는 냄새가 확 난다. 물론 이 작가의 작품도 처음이기에 도대체 어떤 분위기의 글일지 좀처럼 예상을 할 수 없었다. 197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했다는 책 소개처럼 그들의 삶은 현재 나의 삶과는 많이 동떨어져있었다. 마치 6,70년대의 흑백영화를 보듯이 연상되는 성북의 어두운 모습과 투박한 그들의 삶이 책을 읽는 내내 나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쉽게 동화되지 못하게 막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줄거리는 또 어떤가? 아직 자라나는 청춘의 성장소설이라기에는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는 암울한 미래만이 앞에 떡하고 버티고 있는 형상이다.

  


여기 네 명의 소년이 있다. 물론 그 주변 인물들 또한 그들의 삶에 주요한 영향을 주며 자리 잡고 있기는 하다. 먼저, 다성을 볼까? 다성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서 쌈박질하며 자라는 폭력기질이 다분한 소년이었고 그의 옆에는 나쁜 짓하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문제아 친구 쩔룩이가 있다. 이에 더해 유부녀와 내통해서 아이까지 낳게 한(그의 아버지 또한 같은 여자와 내통해 막장가족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쉬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같은 동네의 예쁜 소녀를 강간해 자살에 이르도록 한 홍치까지 유난히도 이 소설의 청춘들은 하나같이 현실세계에서조차 보기 힘든 문제아들이다.


이 넷이 성북지대에 살아가면서 만들어내는 인생사는 검고 탁한 연기가 앞을 막은 것처럼 뿌옇고 질식할 것만 같다. 도대체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가장 변변치 않을 것 같던 쩔룩이는 극적인 반전을 일으키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그것도 참 아이러니한 삶의 한 면일 뿐이다. 희망이 없어서 두려울 것이 없었던 소년들이라고 해야 할지 날카롭게 날이 선 모습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삶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보는 내내 마음 졸이게 만들었나보다.

이 책이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라는데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간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청춘이 있지도 않고 열정 가득한 젊음의 패기도 보이지 않는 이 소설이 유독 가슴 한곳을 찌르르하게 하는 건 어쩌면 그 어둡고 긴 터널을 건너가는 이들의 삶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청춘이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어 나가야 하는 청춘이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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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 이외수의 감성산책
이외수 지음, 박경진 그림 / 해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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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 시절 코끼리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책이 있었다. ‘아기 코끼리 덤보’라는 이름의 책이었는데 큰 귀를 가진 아기 코끼리가 서커스단에서 놀림을 받지만 결국 그 큰 귀를 통해 날 수 있게 된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나는 동물원에 가거나 TV에서 코끼리들을 볼 때면 생각보다 작은(?)귀를 가진 코끼리들에게 실망을 하고는 했다. 

책에서 봤던 그 커다란 귀를 펄럭이면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모습이 꼭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무의식속에나 자리 잡고 있었던 아기 코끼리 ‘덤보’가 불현 듯 내 머릿속에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바로 이 책 제목을 보고 말이다.

덤보에게 그 날개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 희망이자 미래였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인 이외수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이런 책 제목을 붙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예상대로 그는 우리 시대의 수많은 청춘들에게 또 한 번 다시 날아오르라고 응원하는 힘찬 메시지를 빼놓지 않았다. 예의 그 명쾌하고 임팩트 강한 단 몇 줄로 독자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 어쩌면 잊고 지냈던 삶의 진리들을 진중한 목소리로 툭툭 던져놓은 채.

인생이라는 이름의 열차에 탑승한 승객은, 탄생역에서 탑승하여 사망역에서 하차하실 때까지, 누구나 고난이라는 이름의 열차표를 지참하고 있어야 하며 무임승차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이 부디 보람 있는 여행으로 기억되기를 빌겠습니다. p.280

참 좋은 책이다. 작가의 유명세를 떠나서 이런 책들에서 우리는 진한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분 좋게 책을 덮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또 다시 이외수 작가에 대한 여전한 아쉬움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책장을 덮을 때 묘하게 대조되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그 하나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작가가 쉴 새 없이 떠들어대며 독자들을 거침없이 다그치지만 읽고 나면 ‘내가 지금까지 뭘 읽은 거지?’라는 느낌이 드는 책. 또 다른 하나는 별로 이야기도 많지 않고 여백도 많고 작가가 그냥 허공 한번 쳐다보고 그때그때의 감상을 짧은 몇 줄로 남겼을 것 같은데 다 읽고서는 ‘아, 그래 우리 인생이 그런 거지.’라고 다시 한 번 소회하는 그런 책이다. 그래서 이 두 책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외수 작가의 책은 당연히 후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이런 감성 에세이류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른 작가였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지만 내가 읽었던 그의 전작 ‘벽오금학도’나 ‘장외인간’ ‘황금비늘’을 생각하면 왜 이런 전작들을 뛰어 넘는 작품을 발표하지 않는가?라는 아쉬움이 쉬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신간을 출간했다는 소식이 들어오면 이런 작품들을 기대하다가도 다시금 실망을 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물론 독자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신속하게, 쉬지 않고 전달해주는 그의 노력 또한 고맙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문학적 저력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크게 남아 그의 신작이 기다려지다가도 막상 책을 읽고 나면 그 2%의 부족함에 갈증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다시 말해 나는 그의 날개가 그립고 보고 싶은 것이다.
예전보다 더 견고해지고 투명해진 문학적 날개를 달고 우리 앞에 나타나주길 바라고 또 바라는 중이다. 언젠가 이 기다림이 헛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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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지식갤러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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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엄청난 활약을 한 위키리크스에 대한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나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더 기대했었다. 출처불명의 이러저러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에 지쳐있었기에 책으로 제대로 된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어떻게 그들이 그런 비밀문서들을 손에 넣고 어떤 식으로 그 조직이 운영되는지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아직 웹상에서 밝혀지지 않은 더 큰 비밀이라도 넌지시 알려주면 ‘대박’일거라 스스로 상상하면서 책을 기다렸다.

하지만....
정말 어이없게도 나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기에 정말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물론, 이 책이 완전 허섭스레기로 책의 가치마저 없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내가 궁금했었던 그들의 초창기 설립과정, 운영과정, 무엇보다도 설립자인 줄리안 어샌지에 대해 알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줄리안 어샌지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도 편파적으로 비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그는 누구도 하지 못한 일(물론 그 폭로가 정의인가 아닌가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판단하지 않겠다)을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생각하고 실제로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것이 순수한 정의를 위한 것인지 아닌지는 차후에 논의하더라도 말이다.
미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만 봐도 그 폭로가 얼마나 중요하고 불편한 내용인지는 상상이 가기에 설립자인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예의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자칭 위키리크스의 초기 멤버요, 2인자였다는 저자가 책에서 발설하는 ‘진실’이라는 건 줄리안 어샌지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고 비도덕적이며, 개인주의이며, 독단적인 한 마디로 상종하기 힘든 작자라는 폭로정도였다.

예를 들어볼까?

내 생각에 줄리언은 명성을 누군가와 나눠가져야 한다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 자기의 후광으로 빛나는 누군가, 멋진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누군가, 그리고 위키리크스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고집스럽게 자기 생각을 펼치는 누군가가.
줄리언은 그 누군가와 실패를 나눌 생각은 있었지만 성공을 나눠가질 준비는 아직 되어 있지 않았다. P.151

줄리언을 완전히 흥분시키는 확실한 방법이 있었다. 위키리크스에 관한 기사에 ‘다니엘 슈미트’가 설립자로 소개되는 것이다. 줄리언에게 ‘설립자’라는 단어는 투우사의 붉은 수건이었다. 그는 내가 그의 설립자 타이틀을 빼앗기라도 할 것처럼 과민반응했다. 내가 뭔가 반기를 들 수 있다는 것이 몹시 두려운 듯했다. P.183

당시 줄리언은 항상 기자들이 증거 자료도 없이 비학술적으로 기사를 작성한다고 불평했었다. 그러는 본인도 아무런 증거 자료도 없이 잡다한 미행스토리를 작성했다. 줄리언의 이런 미행강박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P.187

나는 자주 줄리언이 독재자라고, 항상 모든 결정을 혼자 내린다고, 나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은 타당했다. P.213


이 외에 이런 내용들이 수도 없이 나온다. 저자 자신은 그를 설립자로써 최대한 존중하려 했지만 그의 독선과 독단으로 이런 지경까지 왔다느니, 편집증적이고 이상한 행동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자신이 모든 뒤처리를 깔끔하게 마무리해서 아무 문제 없었다느니..하는 식이다.

물론, 어샌지가 성폭력으로 기소되었다는 기사도 읽었고 그에 관한 안 좋은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를 비방하는 말들에 책의 상당부분을 할애한 저자의 의도가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정말 황당했던 건 저자 소개란에서 그가 현재는 위키리크스보다 더 투명성 있는 웹 사이트, ‘오픈리크스’를 출범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위키리크스에서 공개하지 않은 상당수의 비밀문서가 그의 손에 들어 있다는 글을 읽었을 때였다. 

전 조직을 나오면서 가져온 비밀문서로 그와 유사한 새로운 사이트를 열겠다고???
이쯤되니 이 저자야 말로 그동안 어샌지에 의해 어둠에 가려져있던 자신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 보이며 하이라이트를 받으려 안달한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위키리크스라는 비밀조직에 대한 궁금증도 상당부분 해소되었지만 읽는 내내 찡그려진 주름이 펴지지 않았던 이 책.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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