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 이외수의 감성산책
이외수 지음, 박경진 그림 / 해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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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 시절 코끼리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책이 있었다. ‘아기 코끼리 덤보’라는 이름의 책이었는데 큰 귀를 가진 아기 코끼리가 서커스단에서 놀림을 받지만 결국 그 큰 귀를 통해 날 수 있게 된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나는 동물원에 가거나 TV에서 코끼리들을 볼 때면 생각보다 작은(?)귀를 가진 코끼리들에게 실망을 하고는 했다. 

책에서 봤던 그 커다란 귀를 펄럭이면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모습이 꼭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무의식속에나 자리 잡고 있었던 아기 코끼리 ‘덤보’가 불현 듯 내 머릿속에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바로 이 책 제목을 보고 말이다.

덤보에게 그 날개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 희망이자 미래였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인 이외수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이런 책 제목을 붙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예상대로 그는 우리 시대의 수많은 청춘들에게 또 한 번 다시 날아오르라고 응원하는 힘찬 메시지를 빼놓지 않았다. 예의 그 명쾌하고 임팩트 강한 단 몇 줄로 독자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 어쩌면 잊고 지냈던 삶의 진리들을 진중한 목소리로 툭툭 던져놓은 채.

인생이라는 이름의 열차에 탑승한 승객은, 탄생역에서 탑승하여 사망역에서 하차하실 때까지, 누구나 고난이라는 이름의 열차표를 지참하고 있어야 하며 무임승차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이 부디 보람 있는 여행으로 기억되기를 빌겠습니다. p.280

참 좋은 책이다. 작가의 유명세를 떠나서 이런 책들에서 우리는 진한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분 좋게 책을 덮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또 다시 이외수 작가에 대한 여전한 아쉬움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책장을 덮을 때 묘하게 대조되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그 하나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작가가 쉴 새 없이 떠들어대며 독자들을 거침없이 다그치지만 읽고 나면 ‘내가 지금까지 뭘 읽은 거지?’라는 느낌이 드는 책. 또 다른 하나는 별로 이야기도 많지 않고 여백도 많고 작가가 그냥 허공 한번 쳐다보고 그때그때의 감상을 짧은 몇 줄로 남겼을 것 같은데 다 읽고서는 ‘아, 그래 우리 인생이 그런 거지.’라고 다시 한 번 소회하는 그런 책이다. 그래서 이 두 책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외수 작가의 책은 당연히 후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이런 감성 에세이류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른 작가였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지만 내가 읽었던 그의 전작 ‘벽오금학도’나 ‘장외인간’ ‘황금비늘’을 생각하면 왜 이런 전작들을 뛰어 넘는 작품을 발표하지 않는가?라는 아쉬움이 쉬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신간을 출간했다는 소식이 들어오면 이런 작품들을 기대하다가도 다시금 실망을 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물론 독자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신속하게, 쉬지 않고 전달해주는 그의 노력 또한 고맙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문학적 저력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크게 남아 그의 신작이 기다려지다가도 막상 책을 읽고 나면 그 2%의 부족함에 갈증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다시 말해 나는 그의 날개가 그립고 보고 싶은 것이다.
예전보다 더 견고해지고 투명해진 문학적 날개를 달고 우리 앞에 나타나주길 바라고 또 바라는 중이다. 언젠가 이 기다림이 헛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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