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진냄비로 만드는 매일 레시피 60 - 맛있고! 귀여운! 모로코 냄비
쿠치오 아사미 지음, 오경화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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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와 내가 자주 즐겨보는 TV프로그램 중에 요리프로가 있다. 생전 먹어보지도 못하고 만나본 적도 없는 새로운 퓨전요리도 많지만 요즘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재료로 간편한 요리를 소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집에서도 여러번 해 먹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요리연구가의 손을 거쳐 완성된 요리는 더욱 맛나보이고 별나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나는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엄마도 저렇게 한 번 해봐, 맛있겠다.”

그러면 엄마가 말씀하신다. “야, 저래 보여도 저기 들어가는 재료가 한 두가지인 줄 알아?

게다가 저 요리도구들이 얼마나 좋은 건데, 나도 저런거 있으면 저만큼은 하지~“라고.

 

사실, 그때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도 요리를 한 두가지 해먹기 시작하면서 식재료 못지않게 조리도구들도 엄청난 종류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맛있고 특별한 요리를 위해서는 또 그에 맞는 조리도구들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꼭 비싼 브랜드의 것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냄비도 각 음식에 따라 크기나 두께, 원자재가 다 각각이듯이 말이다.

 

오늘은 신기한 냄비그림을 발견하고는 또 다른 미식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타진냄비라는 말은 처음 들었는데 삼각형의 약간은 오묘한 그림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그 냄비안에 담긴 음식은 또 어찌나 맛깔스럽게 보이던지 책 몇 장 펼쳐보지도 않았는데 침이 꿀꺽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타진냄비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는 일본 주부들이 뽑은 가장 갖고 싶은 주방기기 베스트 3위라는 놀라운 위시리스트의 상위권 품목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주부들에게 요리를 위해 꼭 있었으면 하는 기구라는 말로 이해해도 될 듯하다.


이 책은 그 타진냄비(모로코 사막의 원주민들이 만들어낸 냄비)에 대한 소개와 함께 어떤 요리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요리 레시피까지 소개해주는 근사한 책이다. 사실 요리책 대로 따라한다고 모두 성공하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보였고, 또 이런 새로운 냄비를 써서 요리를 해보고픈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아침,점심,저녁의 독특한 메뉴는 물론 디저트까지 꼭 한번 먹어보고픈, 그리고 이 타진냄비로 만들어 보고싶은 요리들의 사진들이 어찌나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지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구입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모로코 음식의 레시피는 아직 먹어보지도 못한 새로운 메뉴였는데 어느 특별한 날에 손님들을 위해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맛나보인다.

 

타진냄비와 함께 떠나는 신비롭고 맛있는 미식기행을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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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추락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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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작가 하진. 나는 그를 ‘전쟁 쓰레기’라는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책을 즐겨 읽으며 또 많은 양서들을 끊임없이 소개하는 어느 블로거의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그녀가 지난 한 해 동안 읽은 책 베스트에 1위에 이 책을 올렸는데 작가도 작품도 처음 보았다. 블로거가 외국인이라서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미국에서는 꽤나 유명한 작가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오히려 호기심이 일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만난 ‘전쟁 쓰레기’는 하진의 책이 왜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지 않는가라는 불만으로 이어졌는데 그러던 차 이 단편집을 알게 된 것이다.

전쟁 쓰레기만큼의 큰 임팩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이 책은 또 이 책 나름대로의 읽는 즐거움과 이야기들이 넘쳐 흘렀다.

 

멋진 추락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추락하는 게 멋이 있을까 싶은 이 묘한 반어적 뉘앙스 때문에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다. 열 두 편의 단편들이 엮어내는 삶의 이야기들은 웃음과 눈물 한숨과 좌절 등...다양한 인생의 냄새들을 풀풀 풍겨대며 독자들의 시선을 이끈다.

이민자로써 타국에서 살아가기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법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이 한 사회에 오롯이 섞여 사는 방법을 배우고 찾기 전에 그가 속한 가족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결코 작지 않은 문제들을 겪게 된다. 이 멋진 추락은 그런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여러 인물들, 가족들의 삶을 또 다른 이민자인 작가 하진을 통해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문화와 문화, 세대와 세대간의 갈등을 섬세하게 풀어낸 ‘원수같은 아이들’편은 무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면 성형미인의 스파이 같은 삶을 반전의 묘미로 살려낸 ‘미인’편은 작가의 깜찍함에 너털웃음을 짓게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아름다움’의 진정성에 대한 씁쓸함을 안겨 주기도 한다.

삶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또 다양한 모습들이 공존하지만 이 책은 ‘이민자’라는 공통된 요소가 있어 하나의 큰 방 안에 여러 작은 방들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느낌이었다. 낯선 문화를 접하면서 오는 이질감과 두려움, 신선함도 이야기하면서 또 그 공간을 살아가는 평범한 삶의 고민들도 적나라하게 밝혀내는 작가의 치밀한 시선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단편소설의 묘미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하진의 이 작품을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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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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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

역시 최고의 이야기꾼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전작인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읽었을때만 해도 이 작가의 저력이 이리도 대단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특히나 00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그런 타이틀들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는 독자로써 큰 기대없이 읽었던 작품이 꽤나 인상적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딱 한 작품만 읽었던 터라 괜찮네..정도의 느낌만으로 생각을 정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이 두 번째 작품을 읽고 난 뒤 그녀의 앞으로가 다른 어떤 작가보다 더 기대된다는 건 괜한 설레발이 아닐 듯 하다.

 

특히 정유정 작가의 책은 읽으면서 영화처럼 재구성되어지는 힘이 강력하다. 전작도 그랬지만 이 7년의 밤 또한 읽는 내내 한 장면 한 장면이 머릿속에 활자보다는 영화처럼 기억되는 특이한 경험을 했더랬다. 내 생각이지만 저자는 책을 집필하면서 이런 걸 염두에 두고 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닌게 아니라 이 작품 역시 영화사에서 엄청난 러브콜을 보낸다고 한다.

 

7년의 밤은 두 사내가 얽힌 복수의 이야기다. 그 곁에서 철저히 희생된 가족들은 예외로 둔다면 말이다. 세령호에서 벌어진 무시무시한 사건으로 졸지에 살인자의 아들이 되어 살아간 세원. 그 아들을 중심으로 사건은 천천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 진짜 살인자는 누구인지 또 희생자는 누구인지...

추리소설처럼 퍼즐의 하나하나를 맞추어 큰 그림을 그리게 된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진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사이코적인 모습을 보이는 오영제와 아들 세원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것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내 최현수.

이 둘은 팽팽한 복수전 속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그들에게는 암흑 같은 7년의 밤 동안.

 

그가 원하는 건, 서원이 늘 이렇듯 평화롭게 잠드는 것이었다. '최현수'를 살인범이 아닌 아버지의 이름으로 기억하는 것이었다. 그럴 수 있을까. 본문 p. 411

 

인생은 항상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임을 확인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은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 된다. 예상하지 못한 강펀치를 맡고 새롭게 펼쳐진 생의 진로 앞에서 선택은 우리의 몫이고 결과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는 과거의 나로 되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나아가기 힘겨운지 모른다.

살아있음이 희망이라는 교과서적 답변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이 책. 올 해 읽은 최고의 책으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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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수민족의 눈물
장샤오쑹 외 지음, 김선자 옮김, 루셴이 외 사진 / 안티쿠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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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 마이너라는 단어는 나에게 있어 어딘가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어감이 강하다. 주류에 밀려 조그맣게 제 목소리를 하고 있지만 없어져서는 안 될 존재라는 느낌과 함께 말이다. 의외로 그들은 항상 강인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그 생명력의 가치를 애잔하게 전하곤 한다.

  예전에 남미에서 잠깐 살 때였다. 휴일이면 차를 타고 그 나라 곳곳을 여행하는데 도시에는 얼굴이 하얗고 키가 큰 스페인 혼혈이 많아 이질감이 덜하다. 그런데 아주 먼 시골 동네나 오지, 혹은 고산지대를 가면 키가 작고 얼굴이 까무잡잡한 인디오 계통의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오랜 시간 그곳에서 대를 이어가며 전통을 지키고 산다. 그들의 어머니들이 제작해 생활했을 민속 공예품을 이제는 딸들이 정교하게 만들어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어딘가 신비로워 보이는 약초들을 소개하면서 그 효능을 소개하느라 바쁘다.


 
 
 

그렇다면 아직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그들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을텐데 현재 그들의 삶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오늘 읽은 책은 ‘중국 소수민족’에 대한 이야기로 이번에는 중국이라는 그 거대한 민족의 한 부분으로 들어가 본다.
 

잘은 모르지만 중국에는 다양한 소수민족이 산다는 말을 얼핏 들어본 적은 있다. 중국 당국조차도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소수민족이 있음은 물론 아주 깊은 오지의 민족은 관리조차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 인류학 전공자들로서 직접 발품을 팔아 쓴 고귀한 자료들이기에 더욱 섬세하고 가깝게 소수민족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겉에서 보는 낯선 전통과 풍경은 물론 실제 그들 사이의 갈등이나 혼란 조차도 자연스럽게 내보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잔리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1949년 이후 인구의 자연증가율이 계속해서 0%라는, 형사사건 발생률 역시 0%라는 기적에 가까운 기록을 접하면서 깜짝 놀랐다. 1970년대부터 729명이었던 마을인구가 1999년에도 여전히 726명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은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면서 많은 문제와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내 오래된 관념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었다. 특히나 90%이상의 가정이 1남 1녀인데 태아의 성별도 바꾸는 신비로운 풀 ‘환화초’와 전통적인 피임방법 그리고 가족계획의 역사는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물론 이런 인구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저질렀던 낙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것 역시 그들의 삶이자 전통이기에 감정적인 개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옮긴이의 후기에 이런 말이 있다.


산골마을에 가보면 여인들의 삶은 더욱 고달픕니다. 그들에게 “당신들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지키며 살아가라, 우리 도시인들이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 그곳에 갈 때면 당신들은 언제나 그런 생활방식을 우리에게 보여 달라.”고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더구나 외부인들은 그들의 마을로 끊임없이 들어오고, 그것 또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지요.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환경에서 살고 싶은 것이 그 마을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가장 큰 소망입니다. 전통의 고수와 개발, 이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크고 심각한 문제이지만 거친 변화의 바람 앞에 서 있는 구이저우 산골마을의 ‘마이너리티’들에게는 더욱 절박한 문제인 것이지요. [본문 중]


 언젠가 그들의 모습을 실제로는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는 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당신들만은 그곳에서 여전히 마이너로 살아달라는 말은 누구도 할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이 책의 저자들이 느꼈을 간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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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판타지 - 패션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나 샤넬에서 유니클로까지
김윤성.류미연 지음 / 레디앙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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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긴 겨울이 드디어 자취를 감추려는 듯 하다. 겨울옷을 정리하면서 봄옷을 뒤져보니 입을 옷이 별로 없다. 참 신기한 건...매년 적지 않은 옷값을 지불하며 구입하는데 왜 항상 나가려면 입을 옷이 하나도 없느냐는 거다. ㅎㅎ 그 법칙은 올해도 어김없이 작용했고 나는 간만에 쇼핑을 위해 집을 나선다.

오늘은 좀 멀리~ 가기로 마음먹고 친구를 꼬득인다.

 

약 1시간 후 명동 롯데 백화점에서 만난 우리. 애비뉴엘이라 명명된 곳에 입점한 다양한 명품관들을 눈으로 훑어본다.

많은 명품들이 신상을 걸어놓고 여성들의 눈을 자극하는 그 곳.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갈 때마다 그냥 들어간 적이 없다. 항상 2,30분은 대기를 하고 있다가 들어가게 되는 불편한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보다 길게 늘어선 줄이 30분 정도로는 끝날 것 같지 않다. 대충 보아도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할 것처럼 보인다. 각자 한 손에는 또 다른 명품백들을 들고 서서 또 다른 명품을 기다리는 사람들... 무엇이 이 기다려야 하는 귀중한 시간도 아깝지 않게 하는 걸까? 루이비통이니 구찌니 하는 것들이 도대체 무엇 이길래 이 사람들에게는 황금 같은 주말 매장에 들어가는 데에만 30분 이상을 허비해도 상관없는 것일까? 명품녀니 된장녀니 하는 안 좋은 시선들과 사회적 조롱에도 아랑곳없이 그곳을 찾는 여성들은 ‘명품’을 자신의 또 다른 얼굴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미국판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로 상징되는 패션 미디어들은 그것을 “꿈”이라고 하고 돈을 다루는 경제학자들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판타지’라고 부르고 있다.

 

‘거의 완벽한 당신은 이제 이 구두 하나면 완벽해 질 수 있어요.

자, 어서! 이 명품 가방을 어서!‘

 

명품? 명품이라고? 그렇다. 완벽한 패션을 완성하기 위해선 명품이 필요하다고 요정은 말한다. 명품. 원래 영어로 된 이름은 럭셔리Luxury. 럭셔리는 국어사전에 ‘사치품’으로 나오지만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패션 미디어들은 럭셔리(사치재)라고 쓰고 ‘명품’이라고 읽는다. 단지 단어 하나의 해석을 바꾸었을 뿐이지만 하나의 영리한 작전이고 계획이다. 럭셔리를 파는 사람 쪽은 그 물건 뒤에 사치스럽다는 형용사가 연상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치스럽다는 얘긴, 물건 가치에 비해서 돈을 너무 많이 쓴다고 비난하는 말이기 때문에 이런 뉘앙스가 있으면 물건을 파는 데엔 거치적거릴 뿐이다. 그래서 ‘사치스럽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산다’는 느낌이 싹 빠진 ‘최고의 기술로 잘 만들었기 때문에, 내 취향에 맞아서 산다’는 느낌만 남은 ‘명품’이란 말을 만들어서 유행시켰다. [본문 19P.]

 

이 책은 우리가 열광하는 명품에 대한 저자만의 해석을 바탕으로 판타지와 결합한 명품의 허상을 살짝 비꼬는 감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제목처럼 명품 판타지에 대한 겉만 살짝 맛보았을 뿐 진짜 주제에 대한 부분은 약하지 않았나 싶다. 명품이라고는 하지만 샤넬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 원래 샤넬의 디자이너 정신과 시대를 앞서간 멋진 생각의 전환, 그리고 여성 해방에도 영향을 끼쳤을 그녀의 대단함을 칭송한다. 게다가 결론 역시 다양성이 공존하는 패션계, 지금 이 시대의 샤넬 장군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이 책을 집었을 때 기대했던 명품과 사회현상에 대한 이야기에는 좀 미치치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사회학적으로 명품과 패션을 언급하는 부분들도 많았고 미디어와 마케팅의 효과로 명품 판타지를 경험하는 소비자들이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것등도 알려준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내용들이 많았다.

 

명품은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일지 모른다. 나를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혹은 나 이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는 소리 없는 항변의 일부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허구와 허상에서 눈을 뜨면 현실은 그저 달기만 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허망한 만족감과 씁쓸한 현실을 작지 않은 댓가를 지불하면서도 지켜야 하는 그들만의 프라이드도 이해해주고 싶기는 하다.

세상은 변한다. 정말 빠르게 말이다.

분명 명품패션 또한 얼마 안가 그 얼굴을 달리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때는 또 어떤 허상이 인간의 욕망을 두드릴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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