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추락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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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작가 하진. 나는 그를 ‘전쟁 쓰레기’라는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책을 즐겨 읽으며 또 많은 양서들을 끊임없이 소개하는 어느 블로거의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그녀가 지난 한 해 동안 읽은 책 베스트에 1위에 이 책을 올렸는데 작가도 작품도 처음 보았다. 블로거가 외국인이라서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미국에서는 꽤나 유명한 작가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오히려 호기심이 일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만난 ‘전쟁 쓰레기’는 하진의 책이 왜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지 않는가라는 불만으로 이어졌는데 그러던 차 이 단편집을 알게 된 것이다.

전쟁 쓰레기만큼의 큰 임팩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이 책은 또 이 책 나름대로의 읽는 즐거움과 이야기들이 넘쳐 흘렀다.

 

멋진 추락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추락하는 게 멋이 있을까 싶은 이 묘한 반어적 뉘앙스 때문에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다. 열 두 편의 단편들이 엮어내는 삶의 이야기들은 웃음과 눈물 한숨과 좌절 등...다양한 인생의 냄새들을 풀풀 풍겨대며 독자들의 시선을 이끈다.

이민자로써 타국에서 살아가기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법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이 한 사회에 오롯이 섞여 사는 방법을 배우고 찾기 전에 그가 속한 가족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결코 작지 않은 문제들을 겪게 된다. 이 멋진 추락은 그런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여러 인물들, 가족들의 삶을 또 다른 이민자인 작가 하진을 통해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문화와 문화, 세대와 세대간의 갈등을 섬세하게 풀어낸 ‘원수같은 아이들’편은 무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면 성형미인의 스파이 같은 삶을 반전의 묘미로 살려낸 ‘미인’편은 작가의 깜찍함에 너털웃음을 짓게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아름다움’의 진정성에 대한 씁쓸함을 안겨 주기도 한다.

삶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또 다양한 모습들이 공존하지만 이 책은 ‘이민자’라는 공통된 요소가 있어 하나의 큰 방 안에 여러 작은 방들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느낌이었다. 낯선 문화를 접하면서 오는 이질감과 두려움, 신선함도 이야기하면서 또 그 공간을 살아가는 평범한 삶의 고민들도 적나라하게 밝혀내는 작가의 치밀한 시선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단편소설의 묘미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하진의 이 작품을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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