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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수민족의 눈물
장샤오쑹 외 지음, 김선자 옮김, 루셴이 외 사진 / 안티쿠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소수, 마이너라는 단어는 나에게 있어 어딘가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어감이 강하다. 주류에 밀려 조그맣게 제 목소리를 하고 있지만 없어져서는 안 될 존재라는 느낌과 함께 말이다. 의외로 그들은 항상 강인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그 생명력의 가치를 애잔하게 전하곤 한다.
예전에 남미에서 잠깐 살 때였다. 휴일이면 차를 타고 그 나라 곳곳을 여행하는데 도시에는 얼굴이 하얗고 키가 큰 스페인 혼혈이 많아 이질감이 덜하다. 그런데 아주 먼 시골 동네나 오지, 혹은 고산지대를 가면 키가 작고 얼굴이 까무잡잡한 인디오 계통의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오랜 시간 그곳에서 대를 이어가며 전통을 지키고 산다. 그들의 어머니들이 제작해 생활했을 민속 공예품을 이제는 딸들이 정교하게 만들어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어딘가 신비로워 보이는 약초들을 소개하면서 그 효능을 소개하느라 바쁘다.
그렇다면 아직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그들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을텐데 현재 그들의 삶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오늘 읽은 책은 ‘중국 소수민족’에 대한 이야기로 이번에는 중국이라는 그 거대한 민족의 한 부분으로 들어가 본다.
잘은 모르지만 중국에는 다양한 소수민족이 산다는 말을 얼핏 들어본 적은 있다. 중국 당국조차도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소수민족이 있음은 물론 아주 깊은 오지의 민족은 관리조차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 인류학 전공자들로서 직접 발품을 팔아 쓴 고귀한 자료들이기에 더욱 섬세하고 가깝게 소수민족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겉에서 보는 낯선 전통과 풍경은 물론 실제 그들 사이의 갈등이나 혼란 조차도 자연스럽게 내보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잔리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1949년 이후 인구의 자연증가율이 계속해서 0%라는, 형사사건 발생률 역시 0%라는 기적에 가까운 기록을 접하면서 깜짝 놀랐다. 1970년대부터 729명이었던 마을인구가 1999년에도 여전히 726명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은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면서 많은 문제와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내 오래된 관념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었다. 특히나 90%이상의 가정이 1남 1녀인데 태아의 성별도 바꾸는 신비로운 풀 ‘환화초’와 전통적인 피임방법 그리고 가족계획의 역사는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물론 이런 인구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저질렀던 낙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것 역시 그들의 삶이자 전통이기에 감정적인 개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옮긴이의 후기에 이런 말이 있다.
산골마을에 가보면 여인들의 삶은 더욱 고달픕니다. 그들에게 “당신들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지키며 살아가라, 우리 도시인들이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 그곳에 갈 때면 당신들은 언제나 그런 생활방식을 우리에게 보여 달라.”고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더구나 외부인들은 그들의 마을로 끊임없이 들어오고, 그것 또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지요.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환경에서 살고 싶은 것이 그 마을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가장 큰 소망입니다. 전통의 고수와 개발, 이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크고 심각한 문제이지만 거친 변화의 바람 앞에 서 있는 구이저우 산골마을의 ‘마이너리티’들에게는 더욱 절박한 문제인 것이지요. [본문 중]
언젠가 그들의 모습을 실제로는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는 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당신들만은 그곳에서 여전히 마이너로 살아달라는 말은 누구도 할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이 책의 저자들이 느꼈을 간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