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마시지 마라 - 하루 8잔의 물을 마시는 당신에게
하워드 뮤래드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뜰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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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수분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좋다. 현재 내 몸 상태를 알고 난 뒤라면 저자의 이야기가 훨씬 쉽게 이해되고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본문을 펼치면 리스트가 기재되어 있으니 귀찮다고 넘기지 말고 재미삼아서라도 한 번 참여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물을 마시지 마라는 책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은데 나 역시도 물 마시는 일을 좀 싫어라 하는 사람이라서 왠지 위안이 되는 기분이다. 사실 내가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귀찮음’이다. 물 많이 마신 후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게 되면 오히려 이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인데 많은 이들이 나에게 ‘좋은 피부’와 ‘체질 개선’ 혹은 ‘신진대사’를 위해 많은 물을 마셔야 한다고 강조를 하는 통에 요즘엔 오히려 물 마시는 일이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가 되어 버렸다.
그러던 차 이 책의 제목이 어찌나 반갑던지^^. 많은 사람이 예라고 대답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처럼 누군가 내 소심한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물 많이 마시는게 오히려 몸에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나름대로의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갔다.

 

연구기간 30년, 5만명의 사례연구를 통해 <워터 시크릿>이라는 독특한 이론을 만들어낸 저자는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지표로 ‘위상각’(Phase Angel, PA)을 언급했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건강검진 시 피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지표들이 아니다. 즉, 세포를 통해 사람의 건강상태를 측정한다는 말인데 물을 가득 머금은 젊은 세포들이 이 지표의 핵심으로 보인다. 자신의 PA를 간략하게나마 테스트 해보고 싶다면 웹사이트 http://www.thewatersecretbook.com/ 으로 접속해보면 된다.

저자에 따르면 노화는 세포 내 수분상실 때문에 일어난다. 그렇다면 간단한 이치가 아닌가? 세포의 수분을 유지하도록 하면 저절로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니. 몇 십 만원짜리 고가의 화장품이나 관리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동안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쁘겠다. 그래서 저자가 주장하는 건강한 세포를 유지하고(수분을 가득 채운) 노화를 막는 프로그램이 바로 ‘워터 시크릿’이다. 물을 마시는 게 아니라 먹자는 모토로 하루 2.5L의 물을 억지로 마실 것이 아니라 수분이 충분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해야한다. 단, 야채를 가열하거나 건조시키면 수분이 날아가므로 되도록 날것 그대로를 섭취해야 함에 주의해야 한다. 야채와 과일에 포함된 물은 세포 속으로 쉽고 빠르게 들어가는 걸 도와주는 분자들로 둘러싸여 있어 최적의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이론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워터시크릿을 직접 체험하고 습관화할 수 있도록 10단계의 실천 프로그램을 정말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는데, 이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세세하냐면 하루 하루 먹는 식단은 물론 어떤 식품이 어디에 좋고 나쁜지, 또 운동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어 놀랍기까지 하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충분히 잠을 자야한다는등..)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적절한 영향과 건강을 위한 수분까지 고려한 독특한 식단은 정말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자극적이고 영양가 없는 인스턴트 식단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좀 힘들겠지만 10주가 아니라 한 3일만 그 식단을 그대로 따라한다면 몸이 훨씬 건강해질 것이 분명해 보였으니 현대인들이 섭취하는 식단에 문제가 많기는 한가보다.

아무튼 물 마시지 말고 먹으라는 그의 이론은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독특하게 다가왔고 건강한 세포를 유지하여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않을까? 요즘엔 오래 사는 것 보다 어떻게 오래 사는냐하는 삶의 질, 건강의 질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이니 만큼 아프지 말고 건강한 삶을 위해 많은 것들에 도전하고 바꾸는 기회가 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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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하버드 박사의 한국표류기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지음 / 노마드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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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책 제목과 부제에 낚였다. 아니, 그렇다고 이 책이 절대로 부족하다는 말은 아니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고 저자가 말하는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의 현재, 더 나아가 인생의 목표와 가치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꽤나 파란만장했으니까.

앞서 내가 낚였다고 한 건 책 내용이 아니라 단지 “하버드 대학 교수”라는 요 단어 때문이라고 고백하련다. 이상하리만큼, 아니 남들보다 쫌 심하게 나는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그래도 서울 4년제 대학졸업했고, 대학원도 서울서 나왔음^^)

사회에 나와 보니 학벌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절실히 느꼈지만 이제 그런 열등감쯤은 쿨하게 넘겨주어도 될 나이인데 소위 말하는 SKY앞에서는 괜히 주눅드는 몹쓸병이 아직 고쳐지지 않는다. 게다가 어린 시절 에릭시걸의 “닥터스”를 읽은 후 사랑도 공부도 몸살 나도록 정열적으로 하는 대학생, 아니 바로 “하버드 대학생”에 대한 환상이 뼛속까지 박혀 있는 상태가 아직 그대로인 것이 틀림없다.

이런 연유로 “하버드”가 언급된 어떤 것이라도 자연스레 고개가 돌아가고 귀가 커져 온 정신이 그쪽으로 집중되어 버린다. 이번 책 역시 출간소식과 함께 책 소개 글을 보자마자 “이건 읽어야 돼”라고 이미 마음을 정한 터였다.

 

책의 저자는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로 한국 이름은 이만열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이 책은 외국인이 쓴 책을 번역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역자가 없이 저자 이름만 달랑 보여 좀 당황했는데 내용을 읽고는 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인 편집자가 손을 보았는지는 몰라도 모든 문장, 단어사용, 게다가 동양학적 뜻과 풀이까지... 도저히 외국에서 나고 자란 외국인의 글이라고 생각되지가 않았다. 학벌은 또 어떤가! 말 그대로 엄친아 저리 가라다.

예일대, 동경대, 대만국립대, 서울대, 하버드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라 한다. 여기에서 또 한번 저자에게 홀딱 빠져 버렸다.

본문을 보면 흔한 외국인들의 한국 체류기처럼 이 책 역시 저자가 어떻게 한국으로 오게 되었는지 이질적인 한국문화에 대한 속내, 여러 해 동안 살며 겪은 좌충우돌 에피소드등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그런 흔한 한국체류 에세이류와 확연히 다른 점은 바로 저자의 독서노트라고 밝힌 부분과 인문교육의 위기로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나아가 그 대안을 제시한 부분이었다. 특히 독서노트 부분은 쉽게 말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기술한 부분인데 언급된 책들이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연암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시작으로 장자의 나비이야기, 홍루몽, 살아남은 자의 아픔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가 깨달은 문학적 소양과 철학적 풀이를 보면 저자의 학문적 깊이를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물론 그가 한문도 알고 동양의 유수 대학들을 거친 학력의 소유자이기에 가능한 것도 있겠지만 이 독서노트를 읽노라면 문학과 동양사상을 총체적으로 연결시킨 독자적인 시각이 부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는 빨리 빨리 경쟁에 너무 몰입한 대한민국 교육, 더 나아가 인문학이 부재된 현재 상태에까지 시각을 넓힌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독서교육과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찾는 것은 물론 저자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어 그냥 쉽게 읽고 지나가는 에세이가 아님을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세상의 이치를 통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인문학의 부활이야말로 찬란한 한국 문화유산을 빛나게 해 줄 원동력이라는 그의 말이 점점 깊이 각인되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제목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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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최고의 날
카를로스 발마세다 지음, 박채연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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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사랑이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 인생이 아름답게 완성되느냐 아니면 구질구질하게 추락 하느냐도 모두 사랑 탓이다. 이 불완전한 사랑을 두고 영원불변을 약속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실 그렇게 진실되지도 순진하지도 않은 생명체니까.

이 소설에는 두 명의 매력적인 남녀 주인공이 등장한다. 서른 살 대학 강사 파울리나는 정열적인 남미여성을 연상시키는 인물로 일도 사랑도 모두 화끈하게 하는 매력적인 여성이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 주인공 역시 잘생긴 미남형의 대학교수 호나스이다.
둘은 첫 눈에 반해 사랑을 느끼고 연인관계가 되는데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하는 파울리나와는 달리 호나스는 종종 연락이 두절되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파울리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남녀 관계가 처음에는 마냥 좋았다가 결국 한 쪽이 다른 쪽에 집착하면 의심과 경계가 생기고 자꾸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것처럼 이 커플 역시 점점 상대를 의심하고 사랑도 슬슬 지쳐 가기 시작하는데 머리로는 용서가 안 될 지언정 가슴은 여전히 뜨겁기에 쉽사리 이별을 고하지도 못한다.
이런 불안하기만 한 사랑이 지속되는 가운데 파울리나는 드디어 호나스로부터 이별통보를 받고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는데...

  줄거리만 보자면 사실 통속적인 연애소설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데 사랑과 이별, 그리고 복수에 이르는 구조는 내가 보아온 남미소설이나 드라마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르고 있다. 다만 이 책이 흔한 연애소설이라 치부하기에는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고 연결시키는 역량이 너무도 뛰어나 오히려 진짜 이야기는 파울리나와 미카엘라와의 대화로 완성되는 바로 그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랑에 대한 이중적이고 양면적인 모든 속성들과 본질에 대해 풀어놓은 이 부분은 주로 파울리나가 꾸는 악몽 같은 꿈들을 통해 방출되고 여기에 파울리나의 박사논문 [사랑과 연인들의 책]이라는 글에 요약 정리됨으로써 독자들은 잠시나마 사랑에 대한 인문사회서적을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신비스러운 신화와 문학작품, 연극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풍부한 사랑에 대한 본질들은 인류가 멸망하는 그 날까지도 계속 논의되고 탐구되어야 할 정답 없는 문제로 기억될 것만 같다.
 
사랑은 자신의 목소리도 어휘도 없다. 단지 연인들을 통해서 말할 뿐이다.
따라서 생생한 증언인 동시에 불확실한 고백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광적인 감정가 관능적 욕구, 흥분으로 가득 찬 정신,
초월하고자 하는 바람과 영원의 문턱까지 함께 즐기고자 하는
열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모든 설명, 정당화와 변명을 반박한다.
사랑에 있어서 집단적이거나 사회적인 정체성은 없다.
그것은 유일한 경험이며 전부이고 은밀하며 양도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용돌이치는 운명을 상기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할 때,
그 대답이 자신들의 심장에 찍혀 나타나도록 기도할 때에만
우리는 연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이 “사랑이란 단지 일회성인 것인가?”라고 질문할 때
연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본문 중]

 그렇다면 그녀는 사랑의 본질을 어떻게 정의 내렸을까?
이는 책의 말미에 그녀가 사랑했던 연인을 위해 준비한 최고의 날을 직접 확인하면 알 게 된다고만 살짝 언급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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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붙잡는 여자들의 1% 비밀 - 10년차 워킹맘이 욕심 있는 후배들에게
권경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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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는 일하는 엄마라면 왠지 능력 있고 멋있어 보이는 여성으로 생각되었다.
부모님이 항상 일하시느라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던 내 친구는 하교 후 집에서 티비를 보며 빈둥대거나 맛있는 사탕과 과자만 먹어대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아 속으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특히 숙제해라, 공부해라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 다는 점 때문에 왜 우리 엄마는 밖에서 일을 하지 않으실까 살짝 불만스럽기도 했다. 그 당시 철없던 나에게는.
그런데 자라고 보니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했던 학창시절 엄마가 곁에 계셔서 우리 형제들이 얼마나 행운아였는지를 생각해보니 그저 감사드리고픈 마음뿐이다. 숙제나 준비물을 빼먹고 와도 쉬는 시간에 쪼르르 달려 나가 엄마에게 당당히(?) 전화를 했고, 상장이라도 받은 날이면 빛의 속도로 집으로 뛰어 들어가 엄마의 칭찬을 온몸으로 느끼며 행복해 했었다. 만약 그런 날 집에 갔는데 엄마가 안 계시면 괜히 심통나고 짜증나 상장도 던져 버렸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요즘 아이들은 이런 행복을 느끼지 못하겠구나,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은 그저 빈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며 엄마를 기다리거나 학원셔틀을 하며 시간을 때우겠지 싶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가슴 아프게 이런 말을 한다. 워킹맘의 가장 큰 피해자는 그 엄마의 아이들이라고 말이다. 참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능력 있고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강한 여성들을 집안에 앉혀 놓는 것도 국가적 손실이 분명하다. 맞벌이를 해야만 유지가 되는 경제적인 요인도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하고.

저자는 누구보다도 이런 워킹맘의 불안한 심정과 힘에 부치는 현실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당찬 커리어우먼이다. 두 아이의 엄마지만 여전히 직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저녁에는 MBA석사과정도 등록했고 이렇게 책 까지 출간했으니 그녀의 하루가 얼마나 촘촘하고 빡빡할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워킹맘들을 응원하고 현재의 힘든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자의든 타이든 워킹맘의 길로 들어섰으면 멋지게 그 길을 나아갔으면 하는 선배의 간절한 바램이 바탕이 된 것이리라.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좌불안석하지 말고 포기할 건 깨끗이 포기하고 얻을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도 필요한데 저자는 바로 이러한 노하우를 알려 주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일하는 엄마가 프로다워지는 11가지 방법, 일하는 엄마의 전략적 자원분배를 위한 7가지 방법, 남편으로부터 일하는 아내에 대한 배려와 외조를 이끌어내는 8가지 방법등은 그녀가 일하는 엄마였기에 알 수 있었던 유용하고도 현실적인 조언들이기에 공감이 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승진 대상이 된 해에는 임신하지 말라는 날카로운 조언은 어쩌면 너무 일에 집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도 잠깐 들었지만 이내 커리어경력을 쌓으려면 길게 봐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상당한 워킹맘들이 엄마와 커리어우먼 사이에서 희미한 경계선을 긋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엄마가 될 것인지 아니면 일로 승부할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도와주는 것이 그녀들에게는 실질적인 조언이 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고급 노하우를 생생하게 전하는 인생 선배가 바로 이 책의 저자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워킹맘들이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이 책을 읽는다면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일하는 엄마의 전쟁은 냉혹하다. 그 전쟁은 아이와의 전쟁으로 끝나지 않고 가족과의 전쟁, 시댁과의 전쟁, 직장과의 전쟁으로 확전되기도 한다. 이 전쟁에서의 관건은 힘을 많이 빼지 않고 얼마나 평화롭게 끌고 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일하는 엄마가 이기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전쟁의 목적 자체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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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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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 중 한명이다. 특히 현대 일본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내 기억에 일본추리물은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서 독자들도 놓치고 있던 어떤 중요한 소재(사물)를 통해 극적인 반전을 꾀하기에 그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바로 이 맛이 독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끄는 것 같다. 반면 고전적 추리소설은 오로지 ‘논리적 해결’법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 작가가 ‘천재’구나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이미 사건의 범인과 살인방법은 일찌감치 독자들에게 알려주고는 어떻게 그가 살인을 하게 되었으며(아니면 왜 살인자가 아닌지를) 어떤 방법으로 살인을 했는지(혹은 하지 않았는지)의 논리적 추론을 통해 진짜 범인과 사건을 재구성하는 흐름을 보인다는 말이다.

  이번에 읽은 도로시 L. 세이어즈의 추리소설 <맹독>은 바로 그러한 고전적 추리소설의 묘미를 한껏 살린 책으로 ‘피터 윔지 경’이라는 새로운 인물과 조우한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1923년 이후 15년간 고전 추리소설을 쓰면서 피터 윔지 경이라는 인물을 등장시키는데 이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부유한 공작의 아들로 태어나 약간 한량의(?) 기질도 보이는 이 인물은 예술적인 면도 뛰어나 여러 방면으로 자신의 취미를 즐기는데 한마디로 ‘귀족탐정’이라 불릴 수 있었다. 다른 시리즈는 읽지도 않고 오로지 이 한 권 맹독으로만 피터 윔지 경을 만날 수 있었는데도 그가 보여주는 활약이나 인간적인 매력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살인죄로 기소된 여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라니!!!

이야기 스토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한 쌍의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이별 후 여자를 잠깐 만나고 온 남자가 죽어버린다. 비소라는 치명적인 독성물질로 살해된 것으로 추측할 뿐인데 문제는 이 여자가 비소를 직접 구입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비소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을 집필 중이었기에 이 여인은 살해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선다. 모든 정황상 그녀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지만 누군가는 이 여자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시작하고 여기서부터 진짜 작가의 추리소설가적 역량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게다가 이 소설에서는 법정소설처럼 법정에서 판사와 변호사, 배심원들이 등장하여 사건을 총정리해주고 누군가는 범죄사실을 입증하려 애쓰고 또 누군가는 무죄사실을 입증하는 치밀한 두뇌싸움과 명쾌한 논리적 추론이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한다. 마치 현장에서 실제로 사건을 접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들의 리얼한 대화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유죄에 대한 확신이 사라질 정도로 치밀했고 근사했다.

여기에 피터 윔지경의 엉뚱하고도 재기발랄한 등장이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 않게 끌고 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본 추리물과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영국식 고전추리소설을 만나게 된 것 또한 큰 기쁨이었다. 저자의 책이 이미 2권 더 출간되었다고 하니 조만간 피터 윔지경을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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