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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붙잡는 여자들의 1% 비밀 - 10년차 워킹맘이 욕심 있는 후배들에게
권경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어릴 때는 일하는 엄마라면 왠지 능력 있고 멋있어 보이는 여성으로 생각되었다.
부모님이 항상 일하시느라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던 내 친구는 하교 후 집에서 티비를 보며 빈둥대거나 맛있는 사탕과 과자만 먹어대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아 속으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특히 숙제해라, 공부해라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 다는 점 때문에 왜 우리 엄마는 밖에서 일을 하지 않으실까 살짝 불만스럽기도 했다. 그 당시 철없던 나에게는.
그런데 자라고 보니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했던 학창시절 엄마가 곁에 계셔서 우리 형제들이 얼마나 행운아였는지를 생각해보니 그저 감사드리고픈 마음뿐이다. 숙제나 준비물을 빼먹고 와도 쉬는 시간에 쪼르르 달려 나가 엄마에게 당당히(?) 전화를 했고, 상장이라도 받은 날이면 빛의 속도로 집으로 뛰어 들어가 엄마의 칭찬을 온몸으로 느끼며 행복해 했었다. 만약 그런 날 집에 갔는데 엄마가 안 계시면 괜히 심통나고 짜증나 상장도 던져 버렸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요즘 아이들은 이런 행복을 느끼지 못하겠구나,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은 그저 빈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며 엄마를 기다리거나 학원셔틀을 하며 시간을 때우겠지 싶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가슴 아프게 이런 말을 한다. 워킹맘의 가장 큰 피해자는 그 엄마의 아이들이라고 말이다. 참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능력 있고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강한 여성들을 집안에 앉혀 놓는 것도 국가적 손실이 분명하다. 맞벌이를 해야만 유지가 되는 경제적인 요인도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하고.
저자는 누구보다도 이런 워킹맘의 불안한 심정과 힘에 부치는 현실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당찬 커리어우먼이다. 두 아이의 엄마지만 여전히 직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저녁에는 MBA석사과정도 등록했고 이렇게 책 까지 출간했으니 그녀의 하루가 얼마나 촘촘하고 빡빡할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워킹맘들을 응원하고 현재의 힘든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자의든 타이든 워킹맘의 길로 들어섰으면 멋지게 그 길을 나아갔으면 하는 선배의 간절한 바램이 바탕이 된 것이리라.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좌불안석하지 말고 포기할 건 깨끗이 포기하고 얻을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도 필요한데 저자는 바로 이러한 노하우를 알려 주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일하는 엄마가 프로다워지는 11가지 방법, 일하는 엄마의 전략적 자원분배를 위한 7가지 방법, 남편으로부터 일하는 아내에 대한 배려와 외조를 이끌어내는 8가지 방법등은 그녀가 일하는 엄마였기에 알 수 있었던 유용하고도 현실적인 조언들이기에 공감이 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승진 대상이 된 해에는 임신하지 말라는 날카로운 조언은 어쩌면 너무 일에 집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도 잠깐 들었지만 이내 커리어경력을 쌓으려면 길게 봐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상당한 워킹맘들이 엄마와 커리어우먼 사이에서 희미한 경계선을 긋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엄마가 될 것인지 아니면 일로 승부할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도와주는 것이 그녀들에게는 실질적인 조언이 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고급 노하우를 생생하게 전하는 인생 선배가 바로 이 책의 저자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워킹맘들이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이 책을 읽는다면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일하는 엄마의 전쟁은 냉혹하다. 그 전쟁은 아이와의 전쟁으로 끝나지 않고 가족과의 전쟁, 시댁과의 전쟁, 직장과의 전쟁으로 확전되기도 한다. 이 전쟁에서의 관건은 힘을 많이 빼지 않고 얼마나 평화롭게 끌고 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일하는 엄마가 이기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전쟁의 목적 자체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