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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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 중 한명이다. 특히 현대 일본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내 기억에 일본추리물은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서 독자들도 놓치고 있던 어떤 중요한 소재(사물)를 통해 극적인 반전을 꾀하기에 그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바로 이 맛이 독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끄는 것 같다. 반면 고전적 추리소설은 오로지 ‘논리적 해결’법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 작가가 ‘천재’구나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이미 사건의 범인과 살인방법은 일찌감치 독자들에게 알려주고는 어떻게 그가 살인을 하게 되었으며(아니면 왜 살인자가 아닌지를) 어떤 방법으로 살인을 했는지(혹은 하지 않았는지)의 논리적 추론을 통해 진짜 범인과 사건을 재구성하는 흐름을 보인다는 말이다.

  이번에 읽은 도로시 L. 세이어즈의 추리소설 <맹독>은 바로 그러한 고전적 추리소설의 묘미를 한껏 살린 책으로 ‘피터 윔지 경’이라는 새로운 인물과 조우한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1923년 이후 15년간 고전 추리소설을 쓰면서 피터 윔지 경이라는 인물을 등장시키는데 이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부유한 공작의 아들로 태어나 약간 한량의(?) 기질도 보이는 이 인물은 예술적인 면도 뛰어나 여러 방면으로 자신의 취미를 즐기는데 한마디로 ‘귀족탐정’이라 불릴 수 있었다. 다른 시리즈는 읽지도 않고 오로지 이 한 권 맹독으로만 피터 윔지 경을 만날 수 있었는데도 그가 보여주는 활약이나 인간적인 매력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살인죄로 기소된 여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라니!!!

이야기 스토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한 쌍의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이별 후 여자를 잠깐 만나고 온 남자가 죽어버린다. 비소라는 치명적인 독성물질로 살해된 것으로 추측할 뿐인데 문제는 이 여자가 비소를 직접 구입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비소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을 집필 중이었기에 이 여인은 살해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선다. 모든 정황상 그녀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지만 누군가는 이 여자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시작하고 여기서부터 진짜 작가의 추리소설가적 역량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게다가 이 소설에서는 법정소설처럼 법정에서 판사와 변호사, 배심원들이 등장하여 사건을 총정리해주고 누군가는 범죄사실을 입증하려 애쓰고 또 누군가는 무죄사실을 입증하는 치밀한 두뇌싸움과 명쾌한 논리적 추론이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한다. 마치 현장에서 실제로 사건을 접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들의 리얼한 대화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유죄에 대한 확신이 사라질 정도로 치밀했고 근사했다.

여기에 피터 윔지경의 엉뚱하고도 재기발랄한 등장이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 않게 끌고 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본 추리물과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영국식 고전추리소설을 만나게 된 것 또한 큰 기쁨이었다. 저자의 책이 이미 2권 더 출간되었다고 하니 조만간 피터 윔지경을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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