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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 원자 단위로 보는 과학과 예술의 결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화학은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에서 끝나는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전체가 화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친절하면서도 깊이 있게 전달해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것—사람, 사물, 음식, 공기, 감정까지—그 속에는 화학이 숨 쉬고 있다. 이 책은 화학이 단지 실험실 속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삶 그 자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인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는 단순한 과학자 그 이상이다. 그녀는 스페인의 라코루냐대학교 첨단 과학 연구센터에서 재료 과학을 연구하는 화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페인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예술 전시 큐레이터로도 활약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과학과 예술, 인문학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화학이라는 학문을 철학, 예술, 인간의 감성과 접목시켜 전달하며, 과학을 좀 더 따뜻하고 포용력 있게 다가가게 해준다.
이 책의 구성은 매우 독창적이다. 각 장은 저자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감정에서 출발해 특정한 소재로 연결되며, 그 소재에 담긴 화학 원리와 과학적 개념을 소개한다. 마치 저자의 회상을 따라가며 독자도 함께 추억 속에 잠기는 느낌이 들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화학에 대한 지식과 통찰을 얻는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금이라는 물질에 대해 아주 익숙하다. 금은 보석으로, 예술품으로, 때로는 음식 위에 금박으로 사용되며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금을 화학적 관점에서 탐구하고, 그 물질이 지닌 고유의 성질과 과학적 정의를 통해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이렇게 물질에 대한 탐구는 단순한 과학적 정보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인간의 문화와 예술, 감정과 가치관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은 단지 화학에 대한 설명서가 아니다. 그것은 화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인간과 세계, 감정과 예술, 철학과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많은 과학 서적들이 과학의 역사나 전문 지식에 집중해 독자에게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반면, 이 책은 그런 틀에서 벗어나 과학과 인문학의 거리를 좁히고, 융합적 사고와 감성적 이해를 가능하게 해준다.


과학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화학적 성분과 원리를 기반으로 한 실생활의 흥미로운 설명이 풍성하게 제공되며, 과학을 어렵게 느꼈던 이들에게는 화학이라는 학문이 사실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렇게 과학은 더 이상 낯설고 복잡한 기호들의 나열이 아니라, 우리 주변 모든 사물의 언어가 된다.
이 책은 주변의 사물을 다정한 어조로, 과학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풀어낸 유익한 교양 과학서이다. 화학과 예술, 감성과 이성이 만나는 이 책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과학을 어떻게 느끼고 해석할 수 있을지를 새롭게 제시하는 안내서이자 사색서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