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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정희승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그녀의 어린시절에 먹구름과 뱀은 비단 하늘과 땅에만 존재하지 않았고 그녀의 집 천장에도 짙게 드리웠으며, 뱀은 그녀의 방바닥을 기어다니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사람이 쉴 수 있는 편안한 장소, 따뜻한 사랑과 화합된 정서가 꽃피울 기회를 제공하는 가정이라는 소박한 공간에서 어린 소녀 시절 하루하루 이겨내야만 하는 지겹고 끔찍한 전쟁과 같은 일상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저희 부모님 사이에는 서로 물리적인 갈등은 전혀 없었습니다만 그 시절에 몇 번 없었던 말다툼 중에서도 과격한 고성이 오간 적은 손에 꼽았던 것 같습니다. 폭행도 없었고 단지 말다툼일 뿐이었지만 그때 겨우 한 두번 겪었던 당시의 끔찍한 불안감조차 성인이 된 지금까지 제게는 작은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인데 저자가 느꼈던 공포와 정신적 고통, 깊은 절망은 제가 감히 측량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아팠을 것 같았습니다.


그녀가 겪어야 했던 일들과 당시의 감정을 제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책을 완독했던 한 명의 독자로서 책을 읽는 동안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시절의 저자에게 상처를 주었던 아버지와, 이 트라우마를 극복해 내면서 지금은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아들에게는 정반대 행복한 모습을 갖춘 가정을 선물하는 저자에게 뭉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저자의 감정이 책을 통해서 오롯이 전달되는 듯해서 다른 어떤 에세이보다도 책에 깊게 몰두할 수 있었을뿐만 아니라 문장 표현이 물 흐르듯 잘 읽혀서 너무 빠르게 읽히다 보니 다 읽고나서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저자의 주치의가 저자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 어린시절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던 조언이 현실이 되어 가냘픈 과거 그 시절 홀로 눈물을 머금은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던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평화가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