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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심장부에서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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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에는 사람마다 몇가지의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친한 누군가가 좋다고 추천해서 책을 골라들고, 누군가는 어느 책 말미에 적혀 있던 누군가의 추천서가 기억에 남아 선택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책의 수상경력에 눈길을 주고 책을 집어들기도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평소 좋아하는 장르라서 선택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작가의 이름에 끌려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저마다의 이유는 있겠지만, 그 기준이라는 것은 그 기준에 따라 책을 선택했을때 어느 정도의 재미와 감동을 보장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는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 <나라의 심장부에서>를 골라든 사람들은 어떤 기준에서 책을 선택한 것일까? <나라의 심장부에서>를 직접 선택한 나는 이 글을 쓴 작가의 이름에 매혹되어 이 책을 선택했다. 존 쿳시. 그 이름만으로도 뭔가 블랙홀처럼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작가의 이름이 아니던가.

내가 쿳시의 책을 접한 것은 사실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최근 접했던 그의 책은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라는 제목의 이야기로, 책의 디자인부터 구성까지 그 어느 하나도 평범한 것이 없었던 정말이지 특이하고도 특이한 책이었는데, 읽고 난 다음 느껴지는 소감이란 것이 ..."이게 뭐지?" 혹은 "응??" 정도로 압축될만큼 묘하고도 의문투성이인 이야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책을 통해 완벽한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쿳시라는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 관심이 많은 작가'라는 결론이었다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는 독일의 어느 출판사에서 '강력한 의견들'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청탁받은 노년의 한 작가가 그의 글을 타이핑해주는 아름다운 29의 필리핀 여인 안야와의 원고 작업기간 동안 벌어진 일들을 적어내려간 이야기이다. 또 안야 역시 노년기의 작가와 함께 타이핑일을 하며 겪었던 본인의 심경을 적어내려간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생각하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어지럽고 복잡하게, 그러나 다시 보면 일목요연하게 보이는 구성으로 적어내려간 이야기인 것이다.

<나라의 심장부에서> 역시 이런 면에서는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와 어느 정도 유사한 흐름을 가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의 어느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마그다라는 여성, 그 여성이 끝없이 내뱉고 읇조리는, 끝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이 책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고, 그 누구에게도 자신을 내보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마그다가 스스로를 확인하기 위해 끝없이 하는 사유와 이야기들, 때로는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의미가 넘쳐보이기도 하는 그 이야기들을 통해, 쿳시가 또 한번,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누군가의 존재의 의미와 가치, 스스로를 다 잡기 위한 개인의 노력을 보여주려 한 듯 하달까?

<나라의 심장부에서>를 따라 이야기를 구성하며 책을 정리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의 포기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이 그런 것이 아닐까? 마치 마그다의 이야기들 처럼, 그 의미를 알 수 없고, 의미가 없기도 하며, 또 때로는 의미가 넘치기도 하는 말들을 끝없이 내뱉어서라도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몸부림 치는 것. 바로 그 전체가 모두 사람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사는 순간과 평생이 모두 영화나 소설의 주인공들이 그러하듯이 순간순간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래서 때로는 누군가가 보이게 한 없이 멍청하고 바보스러운 일과 말까지도 하면서 사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인간이라는 존재라고 말이다. <나라의 심장부에서>는 바로 그 자체가 인간인, 인간의 존재를 마그다라는 불완전한 한 명의 여성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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