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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과의 전쟁
카렐 차페크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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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 작가의 이름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도롱뇽... 소재 역시 나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것 같다.

꽤 묵직해보이는 볼륨감을 자랑하며, 소설이라는 장르를 담고 있다고 하기에는 다소 유치하고 깜찍하기까지한 표지를 옷으로 삼아 나타난 책. 책의 옆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여느 책들처럼 그저 하얀, 혹은 약간의 미색을 띄고 있는 종이들로만 구성된 책도 아닌 모양이다. 주황색, 노랑색, 녹색등의 형형색색의 색지들이 책장의 갈피들을 확연하게 구분하고 있다. 게다가 책 장을 살짝 떠들어보니, 이건 뭐 글자들이 빼곡하다 못해 넘칠만큼 꽉꽉 들어차 있다. 도대체 뭘까? 이 알 수 없는 책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특이하다 못해 당황스럽게 책을 구성한 것일까?

<도롱뇽과의 전쟁>을 굳이 문학의 장르로 구분지어야 한다면 아마도 이 책은 SF소설의 장르로 구분될 것이다. 분명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들이 한데 어울린 범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독특한 소재를 재료삼아 그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깔린 배경을 살짝 살펴본다면 이 이야기는 그저 단순히 상상력에 기인한 작가의 재기넘치는 공상과학소설이라고만은 할 수 없게 된다. 당시의 세계가 놓인 현실과 상황들을 도롱뇽과의 전쟁이라는 독특한 재료를 써 비판하고 그려낸 너무도 정확하게 현실을 적용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작가 역시 이 책이 단순히 소설이 아닌 현실을 반영한 또 하나의 현실비판적 이야기로 읽혀가기를 바랬던 듯 하다. 책에 대해 너무도 분명히 이 책이 미래에 대한 추측이 아닌 지금 우리 앞에 존재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이야기라고 밝혀두었으니 말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던 당시의 현실이 놓인 위기와 위험요소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도롱뇽이라는 다소 황당하기까지한 소재를 가지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현실이란 도대체 어떤 모습이었을까? <도롱뇽과의 전쟁>을 읽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의문과 시대에 대한 고민이 분명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도롱뇽과의 전쟁> 안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발단은, 사람들이 도롱뇽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면서부터 시작된다. 사람처럼 언어를 사용하고 지능을 갖춘, 그러나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지는 않는 순응적인 도롱뇽의 재발견,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의 입장에서 이들을 이용해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단으로도 도롱뇽을 관찰하고 이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도롱뇽 이용하기는, 시간이 흐를 수록 생활의 구석구석으로 침투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어느날, 이 도롱뇽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이제 자신들이 살아야 할 곳이 필요하니 당신들이 살고 있는 육지를 희생시켜서라도 해안선을 높여야겠다는, 인간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름 그대로의 <도롱뇽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인간으로부터 그 이용이 시작되었으나 주객이 전도되고만 상황, 그래서 인간들은 종국에는 자신들의 경제적 혹은 정치, 사회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 했던 도롱뇽들에 의해 전면적인 도전을 받게 되는 상황. 도롱뇽이라는 이야기의 소재를 제외하면 어쩐지 우리가 직면한 지금의 현실과, 현실에서 조금 떨어진, 그러나 멀지 않은 미래에 전개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들과 너무도 닮아있는 이야기를 <도롱뇽과의 전쟁>라는 제목으로 이 오래된 책이 하고 있는 것이다.


<도롱뇽과의 전쟁>은 확실히 상상력이 넘치고 그 창의력이 빛나는 소설이다. 하지만 그 소설 안에 담고자 했던 작가의 시대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은, 그 창의력과 상상력 이상의 빛을 발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꽤 오래 전에 씌여진 이 이야기가, 그 시대의 현실뿐 아니라, 지금의 현실까지도 정확하게 반영하며,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커다란 위기를 가져오는지를 경고한다는 점은, 카렐 차페크라는 조금은 생소한 이름의 이 작가가 가진 남다른 통찰력에 대해 감탄을 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롱뇽과의 전쟁>속에서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해 인간들을 향해 반란을 일으켰던 도롱뇽들은 멸종한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들에 대한 경고의 말은, 이야기 속에서 멸종한 도롱뇽과 함께 끝을 맺은 것이 아니다. 여전히 우리에게 존재하는 위험이며, 여전히 우리에게 존재하는 인간의 이기심이기 때문이다. 현실에는 도롱뇽이 반란을 일으켜 인간에게 생존의 위협을 가하진 않겠지만, 인간이 여전히 모든 것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도구만으로 생각하는 이상. 세상에는 언제고 도롱뇽의 위협이 다시 출현하게 될 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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