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2주

드라마든, 영화이든, 주인공은 언제나 고달프다. 수 없이 많은 갈등과 고뇌속에 놓이는 것도 주인공이요.  엄청난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것도 주인공이요,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여야 하는 것도 주인공이요, 결국 모든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주인공이니 말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일생에 한번 만나기도 어려운 일들이, 정말 말도 안되게 주인공 옆에서만 터지고, 주인공과 함께 있는 친구나 주변인물들은 10분이 멀다하고(물론 러닝타임상의 시간으로..) 죽어나가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알고 있다. 주인공이 절대 죽지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적어도 영화의 러닝타임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는 말이다. 왜냐고? 주인공이니까...
 

 

 

어려서부터 알 수 없는 능력을 타고난 한 아이. 한쪽 발은 의족을 하고 사는 절름발이 신세이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조종할 수 있는 신비로운 능력으로 인해 아이는, 부모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그 능력으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 능력으로 철저하게 홀로 살아야 했던 아이는, 부모마저도 자신을 두려워하고 죽이려했다는 사실 때문에 세상에 대한 적대만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세상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아이는, 홀로 철저하게 홀로 자라야만 했고, 그 누구도 이 아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름조차도 불리우지 못한, 귀신같은 존재로 흔적없이 살고 있을 뿐이다. 그에비해 눈에 띄는 능력하나 없이 그저 사람좋고 바보스러우리만치 순수하기만한 규남은 눈으로 모든 것들을 조종하는 이름없는 초능력자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다. 귀신같이 존재없이 살아가는 그 놈이 없었다면 규남은 어쩌면 영원이 특별할 것 없이 있으나 없으나 한 인생으로 살아가다 자신이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살다 갔을지도 모른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규남, 그리고 규남만은 통제하지 못하는 이름없는 그놈. 그들이 만나 서로를 쫓기 시작한다.
 

 

 초능력자는 강동원, 고수라는 두 멋진 남자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여성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강점을 지닌 영화이다. 그래서 11월 개봉하는 한국 영화중 아마도 가장 많은 기대를 모은 영화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영화속에서 멋진 비주얼로 여성관객들의 숨을 죽이게 만드는 초절정 꽃미남의 강동원과 고수를 기대하고 있었다면 약간은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속에서 강동원은 의족을 달고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는, 그러나 알 수 없는 힘으로 세상을 조종하며 사람들의 목숨을 종이장보다도 쉽게 던지는 신경질적인 나쁜놈으로 나오고, 고수는 태닝으로 검어진 얼굴에 시종일관 트레이닝 복이나 일명 촌빨날리는 어정쩡한 양복정도가 최고의 패션 아이템인 별볼일 없는 남자로 나오니 말이다. 하지만 초능력이라는 한국 영화에서는 다소 특이하다 할만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소재의 특이성이 있고, 주로 고수와 강동원이 영화의 80% 이상을 채우고 있기 때문에 이 두배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즐거움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절대로 죽지 않는 고수이다. 초능력자 강동원이 눈에 보이는 능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는 것에 반해, 고수는 확실하게 있는지 없는지조차 확인이 되지 않는 절대죽지 않는 불사신같은 생명력을 무기로 강동원에게 맞선다. 교통사고를 당해도 죽지 않고, 목이 졸려도 죽지않으며,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고층건물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고수.-_-;;;; 슈퍼스타 K의 강승윤이 강곱등이라면, 초능력자의 임규남 역시 임곱등이라 불러도 결코 아깝지 않으리란 생각.. 보는 사람들은 다 했을 듯 하다. 아쉬운 점은, 분명, 눈으로 사람들을 조종하는 강동원의 초능력은 어느 정도 설명이 되는 것에 반해, 고수의 절대 죽지않는 곱등이 생명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이게 정말 나름 능력인지, 아님 운이 좋은 건지도 확실하지 않다는 거다. 물론, 고수가 절대 죽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또 한명의 초능력자라는 것을 영화전반에 확실하게 밝혔다면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에 나오는 치어리더 아가씨 같은거냐?'라는 생각을 하긴 했겠지만, 이런 설정 자체가 불확실하다보니 정말 그가 초능력이 있어 죽지 않는건지, 아님 그냥 주인공이라서 안죽는건지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고 할까? 때문에 전체적인 마무리가 어쩐지 개운치가 않은 영화가 되어버린 면이 분명 있는 듯 하다.
 

 

 

학교에서도 일상에서도 찌질남으로 찍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데이브, 있으나 없으나, 매일반인 그는 소심하고 찌질한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한심하다. 그래서 그는 꿈꾼다.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가 되어보리라고 말이다. 인터넷을 통해 어이없는 올인원 슈트한장을 구입하고, 나름대로 세상을 구할 준비를 한 다음 발걸음을 내딛어 보지만, 여전히 그는 그냥 우스꽝스러운 초록색 올인원을 입은 찌질이일 뿐이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날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휴대용 통신기기 덕에 그의 치기어린 영웅심은 인터넷을 타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킥 애스라는 이름으로 그토록 원하는 히어로가 되는 듯......하지만 사실은 여전히 별 힘없는 몽상가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영웅놀이하던 데이브 앞에 어느날 진짜 영웅이처럼 날아다니며 악당들을 물리치는 모녀가 나타난다. 게다가 이 영웅모녀는 자신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기까지 한다. 물론 그들도 개인적인 원한이 있긴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위기의 빌미의 제공하며 기어이는 소녀의 아버지를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데이브. 이제는 소녀와 함께 소녀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하는 길 밖에는 없다.
 

킥 애스는 여러모로 초능력자와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한 설정들을 가지고 있다. 일단 주인공인 데이브는 초능력자의 임규남처럼 현실에서 있으나 없으나 별반 차이없는 존재이다. 오히려 보통의 사람들보다 뒤떨어지는 쪽에 가까울 지경. 게다가 돈이 되었든 조직이 되었든 혹은 초능력이 되었든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힘에 대항해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입장마저도 비슷하다. 하지만 상대방에 비교해볼때 뭔가 능력이 있는것 같기도 혹은 없는것 같기도 한 데이브는 초장부터 맞고 터지는 장면만을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차에 치여 온몸에 붕대 칭칭 감는 것도 초능력자와 비슷한 설정이다. 

신기한건, 역시나 주인공은 주인공이라는 거다. 온 몸의 뼈가 부서지는 교통사고에도, 고문을 당하고 폭행당하는 무시무시한 상황에서도 어쨋든 살아나는 무시무시한 생존력을 보여주는데, 그 막강 생명력으로 기어이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영웅노릇 한번 제대로 못하고도 진짜 영웅처럼 온갖 고생 다한 소녀를 구해내며 '나도 영웅일지 몰라~'분위기를 폴폴 풍긴다. 초능력자의 임규남이 끝까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은것과는 다르게, 데이브는 끝까지 능력하나 없는 평범한 찌질남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조금 더 성숙한다는 점에서 임규남에게까지 어쩌면 있을지 모르는 초능력의 빌미를남겨두는 초능력자와는 조금 다른 현실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절대로 죽지 않은 주인공의 신화를 언급하자면 아마도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제목부터 죽기도 어렵다고 말하는 바로 그 영화.다이하드. 우리에게는 추석이면 추석, 설이면 설, 한동안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명절마다 채웠던 영화이기도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라는 배우를 확고부동한 액션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하고 그의 대표작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총 4편의 시리즈물로 완성된 이 영화는 현재 각본을 마치고 촬영준비에 들어단다던 5편에 6편도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들이 종종 들리곤 하는데, 역시나 우리의 존~맥클레인 브루스 윌리스가 그 자리를 여전히 지킬것이라고 한다. 물론 나이가 나이인만큼 살짝 걱정되기도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의 최근작인 레드를 생각해본다면, 다이하드5,6편... 불가능하진 않을 것도 같다. 다이하드는 앞서 설명했던 초능력자와 킥 애스와는 약간의 차이를 두고 있는 영화이다. 우선 주인공인 맥클레인은 FBI요원이라는 공식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주로 꽃미남과에 별볼일 없었던 초능력자와 킥 애스의 배우들보다는 몸으로 뛰고 달리는 액션에 능한 능력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통점 역시 있으니, 제목 그대로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거다. 터지고 총을 쏘고 테러위협까지 당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절대로 죽지 않고 살아나 기필코 사건을 해결하고야 마는 맥클레인은 말 그대로 곱등이 주인공의 원조격이자 살아있는 곱등이 전설. 게다가 초능력자와 킥 애스의 배우들이 다소 소극적이고 현실에서는 그 존재감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 반해, 맥클레인은 원래 성격이 천상 주인공 성격이다. 또, 약간은 허무맹랑한 능력을 기반으로 영웅행세를 하려는 초능력자와 킥애스의 주인공들에 비해 직접 몸으로 뛰고 달리며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액션영화의 정수라 할 수 있다는 점도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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