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2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다른 결말을 가져오는 작품들을 만나게 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 두 작품이 모두 재미까지 갖추고 있기는 더더욱이 힘들고 말이다. 추석을 얼마 앞두지 않고 개봉한 두 영화, 해결사와 골든 슬럼버는 한명의 주인공을 두고 치밀하게 짜여진 "누명씌우기"라는 공통의 소재를 다룬 작품이다. 자신과는 사실 크게 상관없는 자신보다 거대한 집단 혹은 인물에 의해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소모품으로 타켓이 되어버린 두 주인공. 이 두 주인공이 어떻게 위기를 벗어나는지, 그리고 두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를 비교하는 것은, 두 영화를 모두 본 관객에게만 주어지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듯 하다.

해결사는 설경구 주연의 영화로 코믹과 액션이 절적하게 섞인 작품이다. 사이코패스에 의해 아내를 잃고 친족사건은 직접 수사할 수 없다는 경찰내규를 어기면서까지 범인을 잡아넣은 후 경찰을 그만두고 현재는 일명 심부름센터라 불리우는 일을 하고 있는 강태식. 어린 딸과 함께 살며, 매일매일 남의 뒤를 밟고 불륜현장 급습하느라 바쁜 이 남자가 어느날 잘 짜여진 시나리오 속에 자신도 모르게 주인공으로 참여하게 된다. 정치권의 완력다툼에 결정적인 키가 되어줄 전직 변호사의 양심선언을 앞두고, 이 증인을 검찰에 출두하지 못하게 하라는 조건을 붙여 살인사건에 엮이게 된것. 증인의 검찰출두를 막으면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이 촬영된 테입을 넘겨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꼼짝없이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써야 하는 상황에서, 강태식이 홀로 고분분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만큼 점점 덩치가 불어나는 살인사건과 모든 정황이 자신을 범인이라 지목하는 상황에서 맞딱드리는 위기탈출의 순간들이 바로 이 영화의 매력. 또 하나를 살짝 언급하자면, 이 영화에서는 상당히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영화의 즐거움으로 꼽을 수 있다. 방자전에서 어딘지 오묘한 말투로 시종일관 관객들을 웃겼던 변사또 송새벽이 해결사에서도 역시나 그 특유의 말투로 어리버리함을 보여주는 형사로 출연하고, 서양골동양제과점 엔티크에서 게이 파티쉐 민선우에게 폭 빠져 정신못차리는 보디가드 역을 맡았던 최지호역시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 


 

해결사보다 살짝 앞서 개봉한 일본 영화 골든슬럼버는 조금 다른 듯 비슷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2년전 여자 아이돌을 구해 유명해진 택배기사 아오야기는 평소에도 타인을 의심할 줄 모르고 마냥 착하기만한 속 좋은 남자이다. 어느날 자신에게 낚시나 가자며 연락한 옛 친구 모리타를 만난 남자는 그에게서 "너는 오스왈드가 될거야"란 말을 듣게 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일본의 총리가 퍼레이드 중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신도 모르게 총리의 살해범으로 지목되고, 자신이 하지도 않았던 일들이 영상으로 남아있는 상황. 모든 증거들이 자신이 총리의 살해범이라 확신하게 되는 상황에서 아오야기는 도망치는 일 밖에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끝없이 도망만 칠 수 밖에 없는 상황. 자신이 범인이라도 모두가 말하는 세상에서 그가 계속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오로지 그가 믿어왔던 누군가에 대한 신뢰에서 오는 가느다란 한 줄기 희망 뿐이다.




골든 슬럼버는 원작인 소설이 이미 있는 리메이크 작품이다. 때문에 이미 작품을 읽은 이들에게는 이 영화가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날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품. 개인적으로는 아직 골든 슬럼버라는 작품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원작이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는 영화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재미와 뭔가 생각할만한 거리를 주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자신보다 거대한 하지만 구체적인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 혹은 인물에 의해 만들어진 누명을 홀로 뒤집어쓴 가운데에서도 아오야기가 끝까지 기억해내고 믿음을 쏟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감동의 매개로 하여, 가장 위급한 순간에 적절한 위트를 이용할 줄 아는 일본영화 특유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있는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



 해결사 VS 골든 슬럼버

누군가에 의해 뒤집어 쓴 누명을 벗기 위해 고분분투 한다는 기본적인 이야기의 시작점은 비슷하지만, 해결사와 골든 슬럼버는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에서 상당히 다른 방법으로 영화를 풀어간다. 해결사는 이야기가 진행되며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 곳곳에 거대한 정권 유력인사의 개입은 물론, 주인공인 강태식과 오랜 연을 맺어온 지인들이 개입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마지막으로 믿었던 그 누군가조차도 믿을 수 없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타락을 보여주며 속칭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를 처절하게 보여주지만 골든 슬럼버는 이와 반대로 인생의 어느 순간을 나눈 진실한 마음은, 나에게 남은 것처럼 상대에게도 남아 전해진다는 "그럼에도 믿을 건 인간에 대한 신뢰"라는 어쩌면 지극히 순진하고 이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결국에는 그 어떤 인간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태식이, 결국에는 인간을 포기하고 시나리오를 구성했던 자신의 오랜 동료를 직접 잡아 누명을 벗는 해결사와는 다르게, 골든 슬럼버는 자신보다 거대한 힘에 의해 짜여진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시나리오에서 주인공이 되어버린 아오야기가 마지막까지 인간에 대한 신뢰를 통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자신이 쓴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두 작품 모두 비슷한 소재로 다른 결론을 내리며, 어떤 의미에서는 해피앤딩도 새드앤딩도 아닌 끝맺음을 맺는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도 가지고 있는 것.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재미라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고, 심각한 순간에도 순간순간 유쾌함을 주는 위트를 잊지 않는다는 점에서 직접 극장을 찾아 만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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