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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구판절판


여행이란 단어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말이 된다. 어떤 이에게는 현실의 고통과 어려움을 잊고자 하는 도피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힘들게 일한 당신 떠나라는 휴식의 의미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과거를 버리고 새로움을 시작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는 깨달음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각자가 처한 상황, 각자가 끌어안고 사는 현실에 맞게, 그리고 자신이 필요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여행을 찾는다. 때로는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때로는 과거를 대신한 미래를 위해 말이다. 그리고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는 무엇인가를 깨닫기 위한, 혹은 무엇인가를 끝없이 궁금해하고 답을 얻기 위한 이유로 여행을 선택했다. 산티아고라는.. 여행지라고 보기엔 다소 고생스러워 보이는 그곳을 목적지로 하고 말이다.

왜 산티아고였을까? 여행이라는 이름보다, 순례라는 이름이 어울리고, 휴식이라는 이름보다 고행이라는 이름이 더욱 어울리는 산티아고. 왜 그녀는 그곳을 선택했던것일까? 물론 독실한 종교인인 그녀가 끝없이 이어지는 자신의 기계적인 삶에 염증을 느끼고, 그 안에 안주하려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때, 무엇인가를 끝없이 갈망하고 계획과 준비없이도 무엇인가를 추구할 수 있었던 무모함 대신, 익숙함에 더욱 가까워진 스스로의 모습이 싫어졌을때 순례라는 이름의 고행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편안하고 즐거움을 보장하는 여행보다는 스스로가 잃어버렸던 과거의 모습들을 흘리는 땀방울로, 몰아쉬는 한숨으로 떠올릴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산티아고의 순례길은 종교적인 의미이기 보다는 자신을 찾는, 잃어버린, 혹은 잃어버린 것 같은 망연자실함을 느끼게 하는 어느날엔가의 자신을 되찾는 자신 안으로의 순례였을지것이다.


그래서 일까?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안에는 종교적인 깨달음이나 신에 대한 무한한 사랑보다는 여행 그 자체나 자신의 감정이 일으키는 작은 그러나 강한 소용돌이들에 집중하는 그녀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순례중에 들르는 모든 경유지들에서의 자신의 이야기. 단순히 그곳을 설명하고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들렸을때 자신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그곳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를 고스란히 고백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읇조림과 마음속 작은 한마디 수다까지도 모두 쏟아내는 그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여행의 안내서가 아니라 그녀의 산티아고 순례일지요, 그곳에서의 그녀의 매일의 일기이기도 하다. 지극히 사적인, 그렇게 소소하고 자그마한 이야기들 말이다.

산티아고는 분명 순례지이다. 그곳에는 예수의 열두제자중 한명이었던 야고보의 무덤이 있고, 파울로 코엘료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흔적이 남아있다.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에서 그들과 같은 길을 걷고 그들과 같은 것을 보며 그들이 갔던 장소에 머문다. 안락한 차도 없이, 즐거운 눈요기 거리도 없이, 순례라는 이름의 고행에 가까운 걷기를 계속하며 그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차를 두고 많은 것들을 산티아고를 통해 공유한다. 하지만 그들의 그 여행길에서, 그들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그들이 얻는 것들은 모두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순례를 결정하는 이유가 모두 다를 수 있듯, 그들이 그 길에서 얻어가는 것 또한 모두가 다를 수 있을테니 말이다. 모두 다른 이유로 모두 다른 것들을 바라고 오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맞아들이는 곳. 산티아고. 어쩌면 다른 여행지들에 비해 볼 것도 가져갈것도 빈약할지 모르는 그곳이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그곳을 향해 눈을 돌리는 것은 그곳에 가면 누군가의 깨달음처럼 자신도 무엇인가를 깨달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느날 문득,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때,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자신의 자리가 한없이 두렵고 무서울때, 그 두려움에 더 이상 한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을때, 바로 그 순간 산티아고를 떠올리면 그곳의 노란 화살표와 조개 껍질이 자신을 인도해 줄 것 같은 희망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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