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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 김숨 장편소설
김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절판
사람에게는 가끔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하는 특정 이미지들이 있다. 너는 꽃같고, 나는 구름같으며, 누군가는 투명한 유리병같은 이미지들이 있는 사람들. 때로는 향기로 때로는 사물로 표현되는 그들의 이미지들은 그런 이미지들이 없는 사람들보다 설명하기 쉽고 이해받기 쉬운 특징이 되기도 하고 가끔은 그들을 규정짓는 기준이나 편견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를 무엇인가로 설명한다는 것.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리고 그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누군가를 사물로 말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것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물>이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나에게 그런 의문을 가지게 한 이야기였다. 과연 나는 어떤 사물로 설명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말이다.
<물>은 독특한 소설이다. 물과 불, 소금과 금, 그리고 공기라는 이름의 가족들. 모두가 사물의 이름을 가지고 그 특성으로 자신을 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독특하다는 표현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처럼 그 이름에 꼭 맞는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옛말에 있다는 "꼴 보고 이름지으라."는 말에 정말 딱 들어맞는 것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름만으로 그들을 가늠하고 그들의 규정지을 수 있게 만든다. 물의 상태에서 수증기와 얼음을 오가며 가족을 아우르는 어머니, 물의 기운을 가장 두려워하는 불의 아버지, 물이 되고 싶고, 물을 원했으나 물을 원할수록 자신과 물을 괴롭히게 되는 소금, 그리고 존재 자체만으로 빛이 나는 금과 모든 것들을 존재하게도, 혹은 소멸하게도 만드는 공기는 그 자체로 가족들을 설명하고 가족들을 말하는 이름들이다.
<물>의 가족들은 모두가 하나의 존재이다. 물과 불, 소금과 금, 그리고 공기. 말 그대로 모두 다른 이름을 가진, 가족이지만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각각의 존재. 서로가 너무 다르기에 가까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가족이라 이름짓기에는 너무도 확고한 스스로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개인말이다. 그렇기에 <물>의 가족들은 끝없이 서로를 갈망하고 원하기도 하며,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 속으로 서로를 밀어넣기도 한다. 가족이기에 하나가 되려 하고 가족이기에 서로를 해치기도 하는 애증의 관계. <물>의 가족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서로에게서 멀어지려 하는 가족의 다양한 모습을 한데 묶어 놓은 모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누군가를 향한 갈망과 집착, 그리고 그 욕심으로 인해 빚어지는 누군가 혹은 어느 가족의 고통과 해체에 대해 무엇인가의 이름으로 설명하고 말하려는 소설 <물>. 그 안에서 모든 것의 근원인 <물>이 가지는 의미와 가족 안에서 어머니의 이름이 가지는 진리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 또한 <물>이 가지는 의미이다.
<물>을 읽는 내내 이 책의 제목이 되는 <물>을 떠올렸다. <물>이라는 제목을 지었으니 작가는 아마도 불도 소금도, 금도, 공기도, 납도 아닌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리라. 때로는 의미없이 공간을 차지하는 불필요한 존재로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 존재로 인해 모든 것들을 존재하게 하는 바로 그 물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300톤의 물을 몰아내고 하나의 집을 지었지만 물이 없는 집에서 가족이 끝없이 불화를 일으키고 갈등을 일으키다 결국은 어떤 것도 지켜내지 못했던 것처럼, 그 곳에 존재하는 단 한방물의 <물>인 어머니가 죽음에 이르렀을때 결국은 물 없는 세상은, 그 스스로 빛을 내는 금을 가지고도 타인을 중독시키고 해를 끼치게 되는 납만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 바로 그것이 <물>이라 이름 지어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근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