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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 해냄 / 2010년 3월
품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은 정말 사실일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사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란 불완전한 존재들이고 그 불완전한 존재들이 경쟁하고 싸우며 지금에 이어져온 역사임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란 결국 이긴자들의 기억속에 남은, 혹은 승리한 자들이 필요로 하는 사실일 뿐이니 말이다. 결국 역사 또한 약간 불편한 시선으로 본다면 승리한 자들의 또 하나의 전리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에는 여전히 논란이 되는 것들이 많다. 승리하지 못한 자들이 소리내어 말하지 못했던 어쩌면 진짜 진실일지도 모르는 또 다른 역사와 관점들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논란이 예상되는 문제들은 언제나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요, 풀어야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보이니치 코드>는 바로 이러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하나의 사실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펼쳐간다. 실제로 존재하는 보이니치 필사본을 소재로 하여 이 보이니치 필사본을 둘러싸고 역사속에 존재했던 수 많은 사건들과 사람들, 그리고 관련된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설로 구성해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몇년 전 세계를 거의 들었다 놨다 하다시피한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처럼 <보이니치 코드> 역시 역사적 사실과 작가적 상상력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절묘하게 섞어놓은 팩션이라는 장르의 소설이기도 하다. 아직도 해석되지 않은 문장들과 수 많은 그림들로 구성된 실존하는 보이니치 필사본에 관심을 가지고 이 필사본을 해독하기 위해 모이는 보이니치 리스트라는 이름의 온라인 동호회 회원들. 이 회원들 중 스페인 예수회 사제인 엑토르와 아름다운 멕시코 여성 후아나,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존이라는 이름의 학자가 주축이 되어 보이니치 필사본의 해독을 위한 모험을 진행하는 것이 <보이니치 코드>의 주요 내용이라고 간추릴 수 있다

<보이니치 코드>에는 예상치 못했던(물론 이것은 내가 보이니치 필사본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 인물들이 다수 출연한다. 뛰어난 수학자로 알려진 요하네스 케플러부터 루돌프 2세 그리고 튀코라는 또 한명의 학자와 예수회라는 종교단체등 실제로 존재했고 여전히 역사로 존재하고 있는 이들 말이다. 보이니치 필사본을 해독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필사본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들과 그들의 추측들이 더해진 풍성함을 가지게 된다. 단순히 인디아나 존스식의 뛰고 달리는 모험이 아니라 지식들이 총동원되는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기 위한 모험. 때문에 <보이니치 코드>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뛰고 달리는 생동감 대신 뛰어난 두뇌와 다량의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이야기를 긴장감 있고 풍성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역사라는 또 하나의 분야에 대한 관심을 고양시킨다는 점에서는 이미 많은 인기를 누렸던 팩션의 대표작 다빈치 코드보다도 한 수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다.

<보이니치 코드>는 책을 통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 혹은 진실에 대해서는 어떠한 추측도 하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강박감 없이 여전히 진행중인 보이니치 필사본의 신비함과 그 안에 가려져 있을지도 모를 진짜 진실에 대한 이야기만을 내어놓을 뿐이다. 혹자들은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후 뭔가 개운하지 못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어떤 이들은 반대로 이 책을 통해 여전히 진행중에 있는 수 많은 명확하지 못한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태우는 것으로 이 책의 의미를 갈음할지도 모르겠다. <보이니치 코드>는 분명 재미있는 소설이다. 게다가 그 안에 담고 있는 엄청난 양의 지식은 역사라는 분야, 그것도 세계사라는 분야를 한동안 멀리하고 있었던 이들에게는 새록새록 그 깊이와 흥미로움을 다시 느끼게 해줄 요소도 갖추고 있다. 궁금하면 다음 편을 기대하라는 to be continued 방식의 맺음까지도 완벽한 마무리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소설. <보이니치 코드>는 그런 면에서 팩션이라는 장르에 다시 한번 매력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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