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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캐서린 호우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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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마법사, 마법의 약.. 우리에게는 아무리 들어보아도 조금은 생소한 기운을 내뿜는 단어들이라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을 것 같은 이러한 말들은,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이해되지 않기도 하지만 그 거리만큼의 환상과 상상력을 끌어온다. 하늘을 날으는 마법 빗자루, 검은 모자와 검은 옷, 그리고 길쭉하고 볼쌍사나운 코를 가진 다소 코믹하고 희화화된 모습이라도 말이다.

마녀에 대해 아주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거의 아는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이런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굳어버린 마녀들에게 한때에는 핍박받고 고통스럽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는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역사속에서 인간들의 무지, 혹은 권력에 희생되어야 했던 사람들.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은 바로 그 역사속의 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지팡이를 휘둘러 비를 내리게 하고, 마법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할로윈 코스프레의 주인공이 아닌 역사속에 실제로 존재했던 진짜 마녀들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잔인하게 혹은 억울하게 희생된 마녀아닌 마녀들에 대한 이야기. 잔혹했던 역사의 어두운 면에 대한 이야기만을 펼쳐놓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역사속에서 희생되었으나 우리가 너무나 이성적으로만 판단하려했던 그녀들의 이야기에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 더욱 풍성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낸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책은 그래서 한없이 어둡고 잔혹하지 않고, 지나치게 환상적이라 코믹하고 즐겁기만 하지도 않다.

대학원의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코니는 어느날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한동안 방치상태에 있던 외할머니의 집에 들르게 된다. 산속 깊이 숨겨져 있다시피한 그 외할머니의 집을 정리해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방학을 그 집에서 보내기 위해 세일럼으로 향한 코니, 그녀는 외할머니와 그녀의 어머니가 한 시절을 보냈던 그 집을 정리하던 딜리버런스 데인이라는 이름이 적힌 쪽지가 들어있는 열쇠를 하나 발견하게 되고, 이 열쇠를 시작으로 그녀가 박사과정을 준비하기 위한 논문의 주제가 정해진다. 바로 세일럼의 마녀재판에 관한 진실에 대한 것들로 말이다.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어머니로 이어지는 그녀의 과거. 세일럼에서 이루어졌던 마녀재판과 평소 무언가 몽환적이고 이성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해왔던 어머니라는 조합은 자연스럽게 코니의 과거가 바로 그 세일럼의 과거와 연결되도록 이야기를 이어간다.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책은 어떤 장르로 규정지어야 할까? 실제 세일럼에서 행해졌던 마녀재판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그녀들이 역사적 희생양이기 이전에 실제로 마법을 행하던 마녀였을수도 있다는 다소 판타지적인 요소를 결합해 그 양쪽의 경계에 모두 발을 딛고 선 이 소설은 그래서 역사적 사실과 동화적 상상력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즐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냉정하고 다소 건조했던 코니가 그녀 자신의 역사를 받아들이고 이성적이지 않은 세상의 신비에 대해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과 개인적인 욕망으로 그녀의 연구를 이끌어가려고 한 칠튼 교수들의 모습들을 통해 사실적이고 냉정한 현실의 인간들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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