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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절판


모두가 먹고 살기 바쁜 세상이라고들 한다. 추억도, 낭만도, 사랑도, 모두 뒷전이 되어버린, 그렇게 해야만 먹고 사는 생계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세상. 세상은 나날이 발전하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많아만 지는데, 사람들은 그것들을 누리기 보다는 매일매일 치열하게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지금보다 더 가난하고 지금보다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적었던 과거의 어느시절보다 지금이 더 살기 빡빡하고 숨이차다 느끼는 것은, 아마도 그 시절에는 싸워 쟁취할 이상이 있었고, 목숨보다 소중한 누군가를 아끼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일테다.

테헤란의 지붕에는 수 많은 수식어가 붙어있다, 각종 수상내역부터 평론가들의 극찬까지... 그래서 테헤란의 지붕을 읽고 난 다음 책을 다시 들여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불필요한 장신구를 과하게 덜렁덜렁대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는 책.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책이기 때문이다. 수상경력도, 평론가의 극찬도 이 책에 담겨 있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그래서 지붕위가 아니면 볼 수 없을 것 같은 별처럼 빛나는 감성을 담아낼 순 없을테니 말이다. 테헤란의 지붕... 더운 그곳의 대낮이 지나가고, 기온이 선선해지는 밤이 오면 하늘을 지붕삼아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만들고, 꿈을 그리는 그곳의 의미는 그저 테헤란의 지붕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했다.

테헤란의 지붕이 그려내는 이란의 풍경은 사실 여러면에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정권에 억압받는 국민들, 변화를 두려와 하는 지도층과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대립, 그리고 그 안에서 맞딱드려야 하는 국가의 잘못된 역사와 가족의 비극, 그리고 친구와 연인의 아픔들은 우리가 겪었던 역사의 일면과 너무 닮아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 전통에 맞서는 아메드와 파히메, 사회를 바꾸기 위해 위험도 무릎쓰는 닥터, 그리고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조차 하지 못하지만 존경했던 친구를 위해 한그루 장미나무를 심을 줄 알았던 이 책의 주인공 파샤까지.. 테헤란의 지붕은 이란의 변화하는 모습과, 그 변화를 가능하게 했던 힘, 그리고 그러한 혼란 속에서도 끝없이 피어나는 젊은이들의 우정과 사랑들을 너무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이란이라는 한 국가의 사회상과 더 나아가서는 변화를 주도 하는 젊은이에 대한 희망을 그려넣고 있기도 하다.

테헤란의 어느 집 지붕위에서 누군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사랑을 그리고, 누군가는 친구와 함께 우정을 쌓아가고, 누군가느 혁명을 꿈꾸며, 누군가는 자신의 미래를 그린다. 변화하는 세상과 그 변화를 이끄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자신의 안위와 계산된 숫자놀음을 할 줄 모르기에, 꿈과 희망, 사랑과 우정을 위해 돌진할 수 있는 유일한 세대. 그들의 저돌적이지만 순진한,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뜨거운 열정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국가를 움직이며,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을 만들어냄을, 그래서 인생의 한때, 그 순간만이 불태울 수 있는 뜨거움은 아끼고 간직할 것이 아니라 아낌없이 태어내야 한다는 것을, 테헤란의 지붕을 읽어내려가며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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