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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아 극장
엔도 슈사쿠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10년 2월
품절


듣고, 보고, 느끼는 예술의 거의 모든 종류에는 작가의 이름이라는 것이 만들어내는 아우라가 존재하곤 한다. 누구누구가 만들었다더라 하면 연상되는 일관되는 색감이라든지, 음률이라든지, 주제의식 따위의 것들 말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두 사람 세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처럼 마냥 다채롭고 천태만상일수는 없다보니 그 사람의 인생과 인성이 드러나는 문학작품, 음악, 예술에 이름지워지는 이런 일관되는 분위기들은 엄마와 아빠가 각각 한명인 자식들이 비슷한 유전자로 비슷한 성격이나 용모를 가지는 것처럼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한 작가가 만들어내는 수 많은 작품들에게 부모는 그 작가 한명 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책이 나왔을때 그 작가의 이름이 귀에 익거나 눈에 익으면, 더 나아가 한번이라도 그 작가의 작품을 만나본 경험이 있으면 앞선 경험을 토대로 그 작품을 상상한다. '그 작가의 신간이니 이런 느낌일꺼야. 이 작가의 작품은 그런 느낌이었어.' 따위의 방식으로 말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배경을 제공하는 한방이 있다면 문학사적으로 의미를 남기는 수상경력이라든지, 혹은 문단의 평들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된다.

자, 여기 1923년 출생해 일본 문학사에 수 많은 족적을 남기고, 노벨문학상이라는 상의 수상자로도 거론되었을만큼 작품의 무게감과 가치를 인정받았던 작가가 있다. 전쟁과 종교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으로 역사와 사회를 아우르는 깊이있는 문학작품을 남겨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깊이있게 세상을 말했던 작가. 이미 세상에 없지만 그 이름만은 오래토록 남을 그런 작가 말이다. 그 작가의 작품을 당신에게 내어놓으며 읽어보라 권했을때 당신은 어떤 작품을 상상하며 마음의 준비라는 것을 할까?

유모아 극장은 바로 그런 수 많은 이력을 자랑하는 뛰어난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이상의 즐거움을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마치 자신의 모든 이력들 앞에 " 왜? 난 이런거 쓰면 안돼?"라고 반문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볍고 유쾌하며 기발한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어이없어 웃고, 황당해서 웃고, 즐거워서 웃는 웃음을 한가득 실어 보낸 이야기 말이다.

유모아 극장은 총 1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표지만 보아서는 이것이 단편소설집인지, 만화책인지 알 수 없을만큼 시작부터 엔도 슈사쿠라는 작가의 이름에 의문을 달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이 이야기는 그 안쪽에 담고 있는 짧막한 몇편의 이야기들 안에서도 일관된 것이라서 유모아 극장이라는 책의 이름과 익살맞은 표지, 그리고 그 내용들과 어울리지 않은 것은 오로지 작가의 이름과 작가의 이름으로 책을 상상한 독자의 기대감 뿐이라고 해야할 정도. 그만큼 기발하고 상상력 가득한 유머들이 가득들어찬 책이기도 하다.


남몰래 사모했던 한 여인의 몸 속으로 들어가 갇혀 온갖 보고 싶지 않은 몸속사정까지 속속들이 알게 되어버린 의사라는 당혹스러운 설정부터 경쟁에 불을 붙인 여자들의 심리까지 말할 수 없기 가볍고 한없이 황당하기만한 이야기들을 만나며 예전에 가지고 있돈 엔도 슈사크라는 작가의 이미지에 즐거움을 더하게 되는 기쁨과 함께, 그 소설이 아주아주 오래전에 씌여진 그래서 1990년쯤이면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 수술하는 것도 가능할것이라는 상상력을 발휘한 기발한 작가의 특이한 면모를 만나게 되는 것 또한 유모아 극장이 가져다 주는 플러스 알파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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