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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품절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정에 빠지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어떤 말도, 어떤 모습도 의미가 없고, 그저 내 눈에 보이는 모습과, 내 귀에 들리는 말들만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 순간들은, 그들에게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사랑이라 불리우고, 다른 이들에게는 한번쯤 만나게 되는 바보가 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그 무엇도 개의치 않는 철저한 바보가 되어도 좋은 4월의 물고기들일지도 모른다.

4월의 물고기로 채워진 세상
<4월의 물고기>라는 제목을 가진 한 권의 책. 따사로운 햇살이 하늘부터 땅까지는 모두 보듬는 그 시절을 써내려간 온화하고 밝은 빛의 이야기일것이라는 나의 예상을 깨고, 이 책은 가장 잔인하고 가장 통속적인 모습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조금은 의외의 모습을 한 책이었다. 마치 가장 아름다운 핑크빛으로 단장을 하고 사람들을 홀리는, 그러나 그 실체는 100% 아름답지 않을지도 모르는 현실의 사랑처럼 말이다.

장르는 없다.
<4월의 물고기>의 가장 큰 특징은 다소 복잡하게 섞인 장르의 혼재인 듯 하다.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법한 비밀, 그리고 가장 아름다워야 할 기억에서 인생을 뒤흔들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이들의 만남을 통해, 사랑이라는 이름의 가장 아름답거나 혹은 잔인할 수 있는 이름으로의 치유를 그리는 듯한 연애소설로 시작했다가 그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사건의 시작과 진실을 뒤쫓는 추리소설의 모습으로 뒤바뀌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가장 큰 상처를 기억에서 지워버린 서인과 그 지워진 기억들을 단편적으로 끝맺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전체로 끌어와 반쪽의 삶을 살아야 했던 선우의 만남, 그래서 그들의 만남은 가장 운명적이자 가장 완벽하고 가장 필연적인 것들이라는 의미마저 가지게 된다.

순수함을 갈망하다.
서인과 선우는 언뜻 보기엔 일방적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린 시절 혼란의 시작이 선우였으며 그 인생 마지막의 혼돈까지도 선우에게 좌우되었던 서인의 삶과, 한 소녀의 인생에 끼어들어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 인생을 보상받듯 그녀를 뒤쫓던 한 남자 선우.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관계는 일방적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라기 보다는 처음부터 한 덩이였던 찢겨진 나무조각처럼 서로를 갈망하는, 혹은 갈망할 수 밖에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며 그들의 이야기속에 존재했던 이런 혼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사랑했던 혈육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던 선우의 잃어버린 순수와, 어린시절 지워진 기억속에 기억과 함께 잃어버린 서인의 육체적 순수. 그것은 잃어버린 선우의 동생 미우와 자신의 순수를 빼앗아갔던 선우가 아니면 절대 회복되지 않을 그들의 단 하나의 순수였기에 그들은 어쩌면 서로를 원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잃어버린 순수를 갈망했었던 것은 아닐까? 절대 성공하지 못할것 같은 나의 손에 걸려든 바보 같은 4월의 물고기들처럼 바보같은 순수함으로 서로에게 걸려든 두 사람은 그래서 운명을 깨닫고 세상을 잃어버린 바보 4월의 물골기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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