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세계문학세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든파티 - 영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김영희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장바구니담기


글 속에는 꽤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작게는 작가 개인의 인생과 신념, 그리고 그의 삶을 좌우했던 환경들부터 크게는 그가 살았던 마을과 고향, 그리고 나라 전체를 아우르는 시대적 분위기와 사상까지.. 그래서 문학작품에서 많은 사람들은 작가 개인의 인생을 살피기에 그치지 않고 그 시대상과 그가 인생을 살았던 한 나라의 흐름을 읽어내곤 한다. 단순히 상상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자 그 시간을 살았던 누군가의 인생이고, 역사의 한조각이니 말이다.


한 나라의 정서를 단편집을 통해 만나다.
창비의 세계문학전집은 수 많은 문학전집들 중에서도 약간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장편과 단편을 가리지 않도 하나의 전집에 포함하는 일반적인 전집 시리즈들과는 다르게 우리에게 익숙한 혹은 익숙치는 않으나 문단의 높은 평을 받고 있는 작가들의 단편집들을 중심으로 국가별로 나누어 발간했기 때문이다. 짧은 분량으로 손 쉽게 그리고 짬짬히 시간을 내어 읽을 수 있는 단편들이지만 오히려 장편 소설들에 비해 찾아보기 힘들었던 작가들의 단편집을 국가별로 모아놓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단편 모음집이기 이전에 한 국가를 관통했던 보편적인 정서와 분위기들을 토막토막의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음이 아마도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으로 느껴지기도 할 단편 문학들, 그 중에서도 영국편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이름은 익숙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새로웠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기도 했다.

유명작가들의 익숙치 않은 단편들.
영국편에 수록된 작가들은 찰스 디킨스와 토마스 하디, 조리프 콘래드,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D.H.로런스, 캐서랜 맨스필드와 도리스 레씽으로 오랜 시간 영화와 애니메이션등의 작품으로 만들어지며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악몽'의 찰스 디킨스와 페미니스트 작가로 이름을 널리 알린 버지니아 울프등의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의 작가부터 D.H.로런스, 캐서랜 맨스필드와 도리스 레씽등의 생소한 작가까지 다양하고도 고루 분포되어 있다. 또 이들이 출생년도도 1800년대 초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이어져 있으며 도리스 레씽의 경우 1919년에 출생해 아직 살아있다고 하니 영국 단편 문학의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하다.


단편 소설만이 가능한 +α.
영국이라는 이름의 한 나라를 대표하는 단편 문학들과 작가들, 그들의 짧은 이야기들을 만나기 직전 조금은 선입견에 가까운 예상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문학작품이 산업사회를 주도했던 영국의 냉소적이고 직선적인 일면을 담아 읽는 내내 지루함과 피로함을 가져다 주진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사라져 가는 인간의 본성과 이와는 반대로 부각되어 가는 기계적인 문화들을 표현하며 인간성에 대한 회의를 가득 담아낸 회색빛 가득한 이야기들만이 한권의 책을 채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달까? 그래서 참 망설이며 책장을 펼쳤던 것 같다. 물론 이 단편집에는 책장을 펼치지 전 예상했던 심드렁한 문체와 싸늘한 이야기들도 담겨져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기묘함과 기발함, 그리고 따뜻한 온정의 시선과 함께 시대가 변화하고 흘러가도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의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도 담겨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이야기는 토머스 하디의 오그라든 손과 버니지아 울프의 유품이었는데 토머스 하디의 오그라든 손에서는 산업사회를 이끈 영국에서도 누군가의 사랑을 얻기 위한 여인들의 마음은 모두 같은 것이었음을, 때로는 그 방법이 이성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아주 바보스러운 짓이기도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고 잔인한 어른동화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버니지아 울프의 유품은 100년이 넘는 시간에도 여인들의 자아 찾기는 늘 갈망되어 왔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왜 버지니아 울프가 패미니스트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토막의 이야기였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분명, 한 나라의 작가들, 그것도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작가들의 이야기에는 그 당시 그 나라를 관통했던 보편적인 사상이 깃들어져 있을 것이다. 그것은 때로 거창한 정치적 분위기일수도 있고, 오랜시간 그 나라를 자연스럽게 흘렀던 정서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한권의 책 속에 담긴 여러편의 단편을 읽으며 나는 그런 보편적인 정서보다는 누군가는 모두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모두가 똑같이 보는 것들을 다르게 보기도 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여러 작가들의 짧은 이야기들 속에 숨어있는 +α, 그것은 무엇인가를 다르게 보는 새로운 시각과 그것을 풀어내는 작가들의 나름의 방식, 그리고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짧은, 그러나 깊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