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3주


최근들어 영화계의 가장 큰 특징을 들라면 원작이나 전작들이 이미 존재하는 일명 리메이크 혹은 재탄생 영화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설들을 원작으로 하여 이미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을 위주로 탄탄한 스토리와 어느정도 보장된 흥행성까지 더해 많은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상영중인 백야행 역시 그런 작품들 중 하나라 하겠다.

 

백야행 - [개봉일] 09.11.19





원작인 일본 소설이 있고 이미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 백야행. 바로 그 백야행이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만으로 꽤 많은 관심을 받았고, 거기에 더해 얼마전 군에서 제대한 고수가 복귀작으로 선택했다는 것과 손예진이라는 아름답고 뛰어난 배우가 작품의 미호역에 100% 싱크로율을 자랑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솔로이스트'를 먼저 보긴 했지만 몇일 지난 후에 다시 극장을 찾아 선택한 백야행 역시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 빛까지 좋은 개살구였음을 확인했으니 이번 주 개봉영화들에 대한 평점은 두루두루 높은 듯 하다.

 

14년전 한 남자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폐선박의 선실 한곳에서 살해 당한다.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밀폐된 공간, 유력한 용의자는 그와 내연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는 한 여인이지만 그녀 역시 자살로 추정되는 가스중독으로 목숨을 잃는다. 살해된 남자의 아들과 용의자로 지목되었으나 죽어버린 여인의 딸은 한 학교의 한 학급의 남여 학생. 용의자의 죽음으로 사건은 미결로 남지만 이 사건을 맡았던 한동수는 어딘지 미심쩍었던 이 사건을 홀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들을 잃게 된다.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에 집착하기 시작한 한형사는 그 후로도 홀로 사건을 조사하지만 얻은 것은 없다. 그리고 14년 이제 그 사건의 공소시효가 얼마남지 않은 어느날에 그 사건과 관련있었던 또 다른 남자 한명이 자살처럼 보이는 살해를 당한다. 14년전에 벌어졌으나 잊혀져가던 사건은 그 남자가 살해당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사건을 추적하던 사람들도 하나씩 사라져간다.

아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사건의 실체가 다시 드러나면서 한동수는 이 사건의 시작점에 14년전 죽었던 남자의 아들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용의자의 딸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백야행은 한 사건의 피해자의 아들과 가해자의 딸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중심에 놓는다. 서로를 끝없이 원망하고 저주해야할 것 처럼 보이는 이 아이들에게 그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들려주고 서로 떨어질 수 없지만 같이 할 수도 없게 만든다.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간극은 그 두사람의 사이를 극단적으로 일방적인 위치에 놓이게 만든다. 끝없는 갈망으로 상대를 원하는 이와 과거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끝없이 도망가야 하는 위치로 말이다. 자신의 아버지로 인해 끝없는 어둠으로 떨어져버린 미호를 빛으로 구해내기 위해 자신이 대신 어둠으로 빨려들어간 요한, 그리고 그 요한의 어두움만큼 빛을 받는 미호. 그래서 그들은 절대 함께 할 수 없고 서로를 절대적으로 갈망했는지도 모른다. 백야행의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역시 한동수 역을 맡은 한석규가 아닐까 싶다. 한때는 부드러운 미소와 성우출신답게 멋들어진 음성으로 뭇 여성들의 가슴을 울렸던 그가  텔 미 썸씽과 주홍글씨를 거치며 자주 모습을 보였던 형사로서의 연기가 회를 거듭할수록 진지하고 몰입하게 하기 때문이다. 너무 형사만 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형사전문배우가 되다시피한 한석규이지만 그 많은 형사연기 중에 가장 복합적이고 연민을 느끼게 했던 작품이 아마도 백야행이 아닐까 싶다.


한동수 역에는 한석규, 유미호역에는 손예진, 요한역에는 고수가 출연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개봉일] 08.07.30





개인적으로는 한석규가 연기 했던 형사 역할 중 가장 신경질적이고 선이 굵었던 역이 바로 이 역이 아니었는가 생각하는 작품.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다. 강렬한 인상을 위해 머리까지 백발로 염색했던 그의 열정이 작품에 고스란히 느껴지고, 이 사람이 과연 <8월의 크리스마스>과 <접속>을 연기했던 그 포근하고 따스한 배우인가 싶을 정도로 확연히 다른 느낌을 전달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인물 훤~하고 강렬한 인상을 가진 차승원에 비해 비교적 수수한 외모를 자랑하는 한석규이니만큼 그 만큼의 간극을 히스테릭의 최고봉이라 말할만한 연기력과 백발로 훌륭하게 채워낸 작품이기도 하다.

 

어느 날 서울 한복판에서 현금수송차량이 탈취당한다. 그리고 거기에 한술 더 떠 형사를 사칭해 제주에도 금괴를 가지고 사라진다. 사칭 당한 형사는 분노하여 이들을 쫓지만 범죄수사물의 초반이 늘 그렇듯 이 범인, 매번 쏙쏙 빠져나간다. 수사망이 좁혀지며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지만 범인은 이런 짓 안해도 잘 먹고 잘 살만큼 똑똑한 엘리트이다. 계속되는 추격적과 범인 안현민, 이를 쫓는 백성찬의 인물 대립이 영화의 주를 이루는 작품.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다. 사실 이 영화가 개봉했을당시 관객들 사이에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렸다. 스토리가 빈약하고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간단히 말해 재미없다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했던 반면 두명의 톱배우가 한 영화에서 팽팽하게 벌이는 신경전이 스크린을 채우고 넘치는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음... 두번째 경우에 속했는데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나 구성에 관심이 있었다기 보단 한석규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신경질적인 배우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가 가장 궁금했고 그 궁금증과 기대감에는 어느정도 보답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보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한석규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또 다른 형사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신경질적이고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형사 백성찬역에는 한석규, 뛰어난 머리와 학력까지 갖추었지만 어쨋든 도둑이었던 안현민 역에는 가끔은 웃기고 가끔은 진지한 멋진 배우 차승원이 출연한다.

 
 
 

주홍글씨 - [개봉일] 04.10.29





영화의 개봉당시에도 화재였지만 개봉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더욱 유명해진 영화, 바로 주홍글씨가 세번째 한석규표 형사의 모습이다. 리뷰를 작성하며 새삼 알게 되긴 했지만 벌써 이 영화가 4년여가 흘렀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이 영화 이후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여배우 이은주씨가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있었기에 주홍글씨라는 이 영화에는 그야말로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그 사건이 아니라 할지라도 개봉당시 노출이나 선정적인 장면, 그리고 자극적인 소재로 꽤 많은 이슈들을 몰고 다녔던 작품이기도 하다.

 

강력계 형사 기훈은 순종적인 아내와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음에도 또 다른 내연녀를 가지고 있다. 그의 아내와 내연녀는 대학시절을 함께 보낸 동창이다. 형사인 그에게 어느날 한 남자가 살해당한 사건이 주어지고 이 사건을 파헤치는 동안 그의 개인적인 사생활에도 불안한 변화가 시작된다. 한동안 임신이 되지 않았던 그의 아내가 임신을 하고, 그의 내연녀인 가희역시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임신으로 인해 그동안 유지되었던 세사람의 관계의 균형이 깨어지며 가희는 점점 기훈에게 욕심을 부리게 된다.

 

물론 이전의 작품에서도 한석규는 형사를 연기했던 적이 있지만 이전의 작품과는 다르게 그가 형사역을 했다는 사실을 가장 뚜렷하게 각인시킨 작품은 아마도 이 주홍글씨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범죄를 수사하는 형사와 그의 불륜, 그리고 그 불륜으로부터 시작되는 불행과 이전의 불행이 더해져 만들어내는 참혹한 결과들이 충격적이었고 평범하지만 동시에 평범하지 않은 생활방식을 가졌던 선인도 악인도 아닌 기훈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다중적인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형사의 모습 이전에 공포에 놓인 한 인간의 이기성에 대해서도 선명할정도로 잘 표현이 된 영화이다. 아마도 한석규가 아니었다면 그 변화가 그토록 크게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이기도 하고 말이다.

 

강력계 형사 기훈 역에 한석규, 그의 내연녀 가희역에 이은주, 기훈이 맡은 사건의 용의자이자 미망인인 경희 역엔 성현아, 기훈의 아내인 수현 역엔 엄지원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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