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선동열 - 자신만의 공으로 승부하라
선동열 지음 / 민음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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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선동열"이라!

얼핏 보면 거만한 제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에 딴죽을 걸만한 반대 의견을 내긴 힘들다.

그가 한국 프로야구에 남긴 발자취는 '최고'의 길이었으니까.

'무등산 폭격기'였던 선동열은 일본으로 넘어가 초반기 적응의 문제로 잠시 고전했으나, 곧바로 원래의 위용을 되찾고 '나고야의 태양'이 되었고 구단 최고의 등번호를 팀의 최고 투수에게 이어받게 하는 특별한 전통을 지닌 주니치 드래곤스의 '그 번호' 20번을 달고 선수 생활을 했고, 현역 11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이 1.20였다.(한 시즌만이라도 그 정도 자책점이 나오면 꿈에서나 볼만한 대단한 기록인데 통산 방어율이라니!)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스타 군단 삼성에 우승 DND를 심고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경력을 이어가서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라는 선입견을 불식시켰고 최초로 야구 국가대표 전임 감독이 되었다.

모두 알다시피 2018년 국가대표팀 선발과정에서 불거진 병역 특혜 논란에 연루되어 국정감사장에 서게 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명예' 사퇴를 하게 된다.

평생 야구밖에 몰랐고 정직한 승부의 세계에서 '원칙과 순리'를 좌우명으로 살았던 저자에게는 여러모로 크나큰 충격이었으리라.

선동열은 사건 이후 아마도 본인의 야구 인생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했겠고, MLB 최고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로 선진 야구를 배우러 가기 전 우리에게 <야구는 선동열>이란 책을 선물한다.

코리안 시리즈가 끝나고 야구팬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에 아주 적절한 기획이다.(비슷한 시기에 <야구하자, 이상훈>도 출간되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한, 일에서 뛴 선수 생활에서의 결정적 장면들(특히 일본에서 초창기 시련을 딛고 일어선 이야기), 감독으로서 가지고 있는 지도자론, 국정감사에 대한 소회, KBO에 대한 쓴소리를 포함한 야구 개혁론 등을 풀어놓는다.

오랜 시간 야구를 일상의 기쁨으로 즐겨왔고 그의 경기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팬 서비스다.

현역 시절 그의 투구 모습을 상대편에서 질투와 경탄의 마음으로 직관하기도 했고, 야구 시즌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는 내게도 과거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이었고,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레전드들의 이름들과 그 아름다운 순간들을 회상하게 하는 추억 여행이었다.

투수와 타자로 구분하여 언급한 존경하는 선수들과 그에게 영광을 선사한 감독들에 대한 기억은 소중하다.

당대 최고의 투수로 '국보급'이었던 그는 MLB에서도 스카우트의 손길이 뻗쳐 오지만 서슬 퍼런 안기부라는 국가 폭력의 개입 속에서 '국내용'으로 소비되고 만다. 그 결과 프로야구팀은 오직 해태 타이거스만 있나 싶을 정도의 타이거스의 우승은 계속 이어졌고, 광주 민주화운동의 후유증으로 신음하던 호남 사람들은 다소나마 한풀이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고 개인에겐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땐 그랬다."

심지어 일본 진출 때도 '가네 못 가네' 말이 많았던 그 과정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

선동열이란 이름은 타이거스 전력의 90% 이상, 수치로 과하다면 적어도 심리적으론 그랬다.

흔히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지 아마!

또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선동열도 손가락은 짧고 뭉툭한 편이라고.

절친한 후배 KT 이강철 감독은 선동열보다 손가락 매듭 하나가 더 길고, 한화 단장이 된 정민철과는 5㎝나 차이가 났고, 그래서 그는 포크볼을 익힐 수 없었다고 한다.

프로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최동원과의 맞대결도 물론 주요 내용으로 소개된다.

저자는 최동원이 자신의 롤 모델이었으며 그의 어깨를 보고 야구를 배웠노라 한없이 몸을 낮춘다.

영화 <퍼펙트게임>으로도 만들어진 그 유명한 사직구장에서의 15회 무승부 게임 다음 날 저녁 최동원의 초대로 단골 식당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니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 이상으로 절친한 선후배였던 모양이다.(선수끼리 교류뿐 아니라 부친끼리의 교류도 아낌없이 주고받는 사이였다고)

격의 없이 다가와 스스럼없이 대하는 최동원의 모습이 살갑게 그려진다.

그 역시 너무나 그리운 이름이다!


국감장에 선 정운찬 KBO 총재는 '국가대표 전임 감독은 불필요하고 집에서 TV로 선수를 본다'고 선동열 감독을 질타했다. 그래도 같은 편 아닌가?

총재가 KBO를 100% 대표한다고 보긴 그렇지만, 그래도 저자가 KBO에 좋은 감정을 가지긴 힘들 거다.

관계자가 보면 낯 뜨거워질 정도로 이번엔 저자가 KBO에 대해 본인 최고 무기 돌직구를 던진다.

그들의 무능함과 비전 없음에 대해.

투수의 영향력이 결정적인 운동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래도 야구는 엄연히 단체 운동이다.

나 혼자 아무리 잘 해도 '퍼펙트게임'은 할 수 있을지언정 '노히트 노런'은 할 수 없다.

선동열의 빛나는 영광에도 당연히 누군가의 헌신과 조력이 있었다. 야구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며 그들 존재의 고마움을 새삼 발견하는 저자가 페이지마다 느껴진다.

야구는 유일하게 '희생'이 있는 스포츠다.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희생타.

이 책에서 가장 가슴 뭉클한 감동은 '맺음말'에서 나온다.

그의 빛나는 인생을 위해 희생타만 쳐 온 가족들에 대한 절절한 헌사... 특히 결혼을 하는 둘째 딸을 보며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정리하고 싶었던 그 마음이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였다고.

메이저리그로 적지 않은 나이에 연수를 가는 그는 분명 지금보다 더 좋은, 발전한 사람으로 돌아올 것이다.

물론 그 후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나라 야구에 기여할 거고.

아무렴, "야구는 선동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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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 인생을 위한 고전, 개정판 명역고전 시리즈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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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감일은 다가오고 500여 페이지의 <논어>는 분량의 압박이 상당하다.

본문도 본문이지만 매 페이지 아래에 작은 글씨로 포함된 각주만 원고지 500매 이상 분량이라니 <논어>를 모두 꼼꼼히 읽어 나가는 데는 웬만한 책 2권 이상을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래 무거운 책은 이동 시 들고 다니지 않는데, 마감일의 압박으로 가지고 다니면서도 읽었다. 하루 종일 책만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이래저래 완독엔 5일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논어>의 내용 자체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잖나?

 

금번 개정판은 중국 고전의 번역 작업에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인 김원중 교수가 작업했다.

거의 평생 <논어>를 비롯한 고전들을 파고든 "동양고전의 대가" 김 교수는 "명역고전" 시리즈를 통해 <한비자>, <명심보감>, <손자병법>, <노자 도덕경> 같은 책들을 선보였고, 그중 가장 수요가 높은 <논어>는 개정 작업을 거쳐 이번에 새로 선보이게 되었다.

오래전 논어를 읽은 적이 있지만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우선 2가지 사실이 새로웠다.

1.

논어는 전체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편의 이름은 내용의 첫 두 글자(일부 세 글자)에서 따왔다.

'학이', '이인', '위정', '공야장'...

2.

<논어>를 해설한 주석서는 가장 대표적인 송나라 주희가 편찬한 <논어집주> 외에도 방대한 저서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다산 정약용의 40권으로 구성된 <논어고금주>를 비롯하여, 이황, 이이, '성호' 이익도 주석서를 남겼다!!!

 

논어의 의의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용을 읽어나가면서 자연스레 내 안에 내재화되어 있는 윤리, 규범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오랜 기간 학교 교육이나 부모님 말씀 등을 통해 굽이굽이 전해져 내려왔기 때문일 거고 중장년층이라면 더욱 그러하리라 본다.

'동양 = 중국'의 오랜 공식에서 유학의 정통성을 지켜 온 게 <논어>고, 중국을 향한 사대 정신으로 이어온 조선 왕조 500년 역사 속에 위에 보았듯 우리나라 대표 석학들도 <논어> 주석서를 편찬했으니 '동방예의지국'의 밑바탕에 <논어>가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仁)과 예(禮)를 중시하는 <논어>의 유교적 사고방식은 정치, 경제, 사회(윤리, 도덕), 교육 등 인간사 모든 부분을 짚는다.

전전긍긍, 과유불급, 교언영색, 살신성인 같은 4자 성어나 미혹하다, 기망하다, 역부족, 고수레, 극기 등의 단어들도 <논어>속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 해석을 놓고 이견이 있을 수도 있고, 같은 행동을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토록 많은 주석서가 존재하는 이유다.

편저자인 김 교수는 주요 주석서를 모두 검토하여 깨알 같은 주석을 질릴 정도로(!) 달아 놓았고, 주석 외에 기존 번역 또한 여러 판본과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해 수정하여 개정판을 완성했다고 한다.

나 같은 하수 독자들에겐 '이건 이런 의미야'라고 간단명료하게 결론을 지어주면 좋았겠으나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아 보다 고급스러운 독서를 가능하게 유도한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박수받아 마땅한 작업이며, 그래서 김원중 <논어>가 기존에 나온 국내 어떤 판본보다 뛰어난 판본이며, 노작(勞作)인 까닭이다.

'스스로 알고 깨우치면 좋지 아니한가!'


공자의 시대에는 학문을 닦는 이유가 궁극적으로는 정치를 통해 뜻을 펼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공자 역시 관직에 올라 본인이 이상향으로 삼는 요순시대를 재현하고 싶어 했으나 제대로 된 군주를 만나지 못했고 명성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이 나라 저 나라 떠돌이 생활을 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고, 이에 대해 적잖은 아쉬움과 탄식을 토해내는 부분이 많아 인간적인 측은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오직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

그들은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 제17편 [양화] 17.25 (P 444)

 

<논어>에서 만나는 이 섬̰한 문장이 혹시 수천 년간 여성을 남성의 시다바리로 존재하게 한 '남존여비'의 사상적 토대는 아니었을지! 그래서 역시 오래전이지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과격한 주장이 나온 건 아닐까.

 

혹시라도 '공자왈~'하는 <논어>가 고리타분한 정석 플레이만 주야장천 떠들어대기에 하품만 나오는 거 아닌지, 현대적이진 아니잖아 하면서 딴지를 걸고 싶은가?

나라가 모 장관 임명으로 두 동강이 나서인가 정치에 관해서 명심해야 할 부분이 차고 넘친다.

이 부분들만 발췌해서 정치인들에게 아침저녁으로 들려주고 싶다.

 

- 백성들에게는 '선부후교 先富後敎', 먼저 잘살게 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원칙, 즉 의식주가 먼저라는 논지다.(P 320)

제아무리 중요한 예의나 염치라도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제대로 지켜질 리 만무하다.(P 328)

- (정치란) "반드시 명분을 바로잡아야할 것인저." - 제13편 [자로] 13.3 (P 322)

- "모두가 그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고, 모두가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 제15편 [위령공] 15.27 (P 397)

- "잘못하고서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 - 제15편 [위령공] 15.29 (P 398)

- "군자는 자신의 친족을 편애하지 않고.. (중략)" - 제18편 [미자] 18.10 (P 460)

- "[군주에게] 신뢰를 얻고 난 다음 간언하는 것이니 신뢰받지 못하면 [군주는] 자신을 비방한다고 생각한다." - 제19편 [자장] 19.10 (P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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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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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태어난 이상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게 권장되지만, 세상에는 겪지 말아야 할 경험들이 분명 있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사춘기 학창 시절, '왕따' 학교폭력을 당했던 이들의 직접 경험을 영상으로 담았던 <왕따였던 어른들> 시리즈는 매 편당 10여 분 내외인데, 영상으로 분명 더 길게 편집할 수도 있었겠으나 요즘 동영상을 대하는 인내심이 점차 짧아지는 추세를 반영해서인지 그 정도 분량으로 유튜브에 올려져 있다.

이 프로젝트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거기에 담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어른이 되었으나 이들의 회고는 '피눈물' 그 자체다.

이런 자리에 나와서 얼굴을 드러내고 동영상을 찍으면서 본인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용기 자체가 과거 트라우마에서 어느 정도 치유가 된 증거로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마음속에 깊은 우물이 있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집에 와선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으니 눈뜨고 있는 매시간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온 정신으로 살 수 있었을까!

사실 학교 폭력이 청소년 피해자 입장에서 적절히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교실의 테두리 안에서는 부모나 선생님 그 누구도 큰 도움이 되기 힘들다. 그들과의 대화는 짧고 교실 생활은 길다.

반드시 이런 극악한 학창시절을 겪지 않았다 하더라도, 회사 내에서도 생기는 교묘한 '은따' 분위기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분명 있다.

 

이들이 가장 울분을 토하는 지점은 본인들은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도 그 시절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보란 듯 잘 먹고 잘 산다는 현실이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도 하고 SNS를 통해 늘 밝은 모습을 자랑하기 바쁘고, 청소년 상담을 하기도 하고.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온도 차이가 이들을 다시 한번 좌절하게 만든다.

'그게 뭐 대수라고...', '장난이었잖아', '당시 난 어쩔 수 없었어. 너도 알잖아', '난 잘 기억 안 나는데... 그랬나?', '나는 아니었지?'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의 아픔을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P 13)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당시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극복하는데 단 한 명의 친구가 매우 소중했다고.' 아니면 '한 명이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을 내밀어 준 이가 있었다면...'

신앙이 없어도 사람은 어느 때건 고해성사가 필요하다.

그걸 들어줄 가족, 선생님, 친구, 동네 언니 그 누군가의 소중함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진다.

 

이런 주제를 학술적으로 다룬 논문들과 다르게,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모아진 <나의 가해자들에게>는 비슷한 처지의 많은 이들에게 하나의 나침반이 될 수도 있고, 향후 출판계에서도 보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소재다. 여기에 관련된 동영상, 책자는 앞으로 더욱 많이 필요하고 이러한 노력이 모여진다면 분명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본다.

 

이름이 알려진 몇몇 연예인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인생의 부메랑 법칙"을 굳게 믿는 편이다.

뭐냐면 내가 누군가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가슴에 멍을 들게 했다면 나 역시 언젠가는 그런 대가를 치른다는 말이다.

현재 잘 먹고 잘 산다고? 내세가 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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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건강 이 속에 있다
현영근 지음 / 비엠케이(BM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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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건강한 치아는 오복의 하나라고 여겨졌다.

살면서 치과 안 가는 사람은 없지만 치과라는 공간은 왠지 모를 공포를 유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눈은 가려진 채 입은 벌리고, 무시무시한 드릴 같은 걸로 드르륵드르륵...

그래서인가 <마라톤 맨>이나 <공정사회> 같은 영화에서 보면 치과에서 무시무시한 고문이 벌어지기도 한다.

다시 그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다!

정리하자면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곳이지만 일상적인 공포가 있는 곳이라고나 할까.


모든 사람이 하루에 몇 번씩 양치질을 하고 그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치아가 튼튼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요즘처럼 먹방, 쿡방, 맛집이 대세인 시대에는 더욱 잘 관리해야 할 신체의 한 부분 아니겠는가?

요즘은 보험의 혜택을 받아서인가 스케일링 받으러 최소 1년에 한 번 정도는 가는 친근한 공간으로 변모하긴 했지만, 누구나 치아에 관련해서 1~2가지는 개운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내 경우엔 아주 친한 주위 사람들이 입 냄새를 지적했고, 양치를 할 때마다 눈에 가시처럼 육안으로도 보이는 아래 앞니 뒤쪽 치석이 마음에 걸린다.

30년 경력의 치과의사가 쓴 <100세 건강 이 속에 있다>는 치아 관리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을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잘 정리한 책이다. '페리오플란트'라는 임플란트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 / 중국 치과 면허까지 취득하였고 현재도 매일 환자들을 만나는 실력 있고 경험 많은 현직 의사가 그간 가장 빈번한 질문을 연령대 별로 성인 / 어르신 / 어린이로 구분하여 꼭 알아야 할 내용만을 정리해서 누구라도 치아 관리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구취를 유발하는 장소는 혀의 안쪽 부분, 즉 목구멍 쪽이 첫 번째고 다음으로 잇몸 염증, 충치 순이라 한다.

따라서 혀 안쪽의 백태를 잘 닦아주는 게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혀 클리너를 이용해 백태를 제거하는 게 좋다고.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사실들을 몇 가지 알았는데 '혀 클리너'라는 게 있다는 것도 알았고, 사랑니처럼 뽑힌 본인의 치아를 보관했다가 나중에 임플란트 등의 시술을 할 때 사용할 수 있게 보관하는 '치아은행'도 있단다.

치주 질환이 있으면 암 발생률도 높아질 뿐 아니라 치매도 악화된다니 치아만 건강해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노인의 남아 있는 치아 개수와 잇몸 병은 치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최소 식후 3회는 '바스(Bass)의 칫솔법'에 따라 양치질하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하면서 치아 상태를 확인하자. 한 군데에서 오래 개업한 믿을만한 단골 치과 확보는 기본이다.

무엇이든 건강할 때 관리해야지 충치가 생기고 문제가 발생한 후엔 이미 늦는다.

생각난 김에 책에 나온 몇 가지 내용 추가적으로 기억하자!

- (손을 깨끗이 씻고) 검지를 잇몸에 대고 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듯이 10회 정도 문지르는 '잇몸 마사지'를 하라.

- 체다치즈와 브로콜리, 파인애플은 '천연 미백 식품'

- 김치찌개와 라면은 치아 변색의 주범, 조미료 없이 담백하게 먹는 식습관이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된다.(달고 짜고 매운 음식처럼 식품첨가물이 많은 음식을 멀리하라! 많이 찔리죠?)

-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면 이가 변색되는 것을 줄여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 잇몸 보조식품은 그 효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나, 대체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 기대 이상으로 껌 씹기에 밝혀진 많은 효능이 있으니 나이가 들수록 껌을 자주 씹도록

- 양치 전 칫솔에 물 묻히지 마세요!

- 전동칫솔은 손가락 사용이 불가능한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 이게 손가락을 이용해 꼼꼼하게 닦는 것보다 나을 순 없다.

- 저녁을 먹고 최소 30분은 기다린 후 양치를 하는 것이 좋다.

- 구강청결제 사용 후에는 입안에 남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30분간 물이나 음식물 섭취를 하지 않도록

- 기능성 치약들은 별로 영양가가 없는 듯(!)

건강한 치아를 오래 사용하고 가능하면 치과는 안 갔으면 하는 당신께 이 책은 '치과 가이드북'으로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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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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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9년 차 이혼 전문 변호사인 최유나 변호사(일명 '최변')가 직접 작가로 나서고 만화가 김현원이 그린 화제의 인스타툰 《메리지레드》가 <우리 이만 헤어져요>라는 이름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최변이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이혼 관련 에피소드들이 만화로 재구성되었고, 군데군데 작가의 짧은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한때는 좋아서 안 보고는 못 살던 연인들이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쳐 '검은 머리 파뿌리 되리라' 백년해로를 다짐하지만 결국 남보다도 못한 관계로 서로 상처를 주면서 이혼을 하거나, 혹은 극적으로 다시 살기로 하거나...

책에서 나오는 어떤 이야기들은 삼류 막장 드라마 필인 것도 있고, 가슴이 짠한 사연도 있다.

이혼이란 것도 불가피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기에 과거에 부당한 대접을 받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살다가 자녀들의 결혼 이후 홀로서기에 나서는 주부들의 황혼 이혼도 나오고, 결혼이라는 게 생판 몰랐던 양쪽 집안이 결합하는 의미도 있기에 당사자의 문제가 아닌 양가 집안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불씨가 되기도 하고, 성인 남녀는 갈라선다 하더라도 아직 어린 자녀는 아빠 엄마 중 누군가를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가장 은밀한 공간에서 드러나지 않게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가정 폭력의 어두운 민낯도 드러난다.

만화로 만들어져서 페이지는 막힘없이 넘어가지만, 그 안에 우리네 인생이 있고 삶의 교훈이 숨겨져 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결혼 생활에 대해서 독자들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흔히들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게 결혼'이라고들 하지만, 그렇다면 이왕이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우리네 인생의 가장 큰 후회는 '안 한 일들에 대한 후회'라는데.

본인과 하나부터 열까지 똑같은 분신이라면 모를까 세상 그 어느 누구도 모든 게 자기 입맛에 완벽하게 맞을 순 없다. 부모도, 배우자도, 자녀도... 적당히 이해하고 양보하고 배려하고 사는 수밖에는!

한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린다는 결혼의 의미에 대해 재고해 보고, 밤에 가만히 누워서 등 돌리고 자는 배우자의 모습을 다시 한번 애정 어린 눈길로 볼 수만 있다면 이 책의 소임은 충분하다.


"너의 삶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 - P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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