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 인생을 위한 고전, 개정판 명역고전 시리즈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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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감일은 다가오고 500여 페이지의 <논어>는 분량의 압박이 상당하다.

본문도 본문이지만 매 페이지 아래에 작은 글씨로 포함된 각주만 원고지 500매 이상 분량이라니 <논어>를 모두 꼼꼼히 읽어 나가는 데는 웬만한 책 2권 이상을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래 무거운 책은 이동 시 들고 다니지 않는데, 마감일의 압박으로 가지고 다니면서도 읽었다. 하루 종일 책만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이래저래 완독엔 5일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논어>의 내용 자체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잖나?

 

금번 개정판은 중국 고전의 번역 작업에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인 김원중 교수가 작업했다.

거의 평생 <논어>를 비롯한 고전들을 파고든 "동양고전의 대가" 김 교수는 "명역고전" 시리즈를 통해 <한비자>, <명심보감>, <손자병법>, <노자 도덕경> 같은 책들을 선보였고, 그중 가장 수요가 높은 <논어>는 개정 작업을 거쳐 이번에 새로 선보이게 되었다.

오래전 논어를 읽은 적이 있지만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우선 2가지 사실이 새로웠다.

1.

논어는 전체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편의 이름은 내용의 첫 두 글자(일부 세 글자)에서 따왔다.

'학이', '이인', '위정', '공야장'...

2.

<논어>를 해설한 주석서는 가장 대표적인 송나라 주희가 편찬한 <논어집주> 외에도 방대한 저서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다산 정약용의 40권으로 구성된 <논어고금주>를 비롯하여, 이황, 이이, '성호' 이익도 주석서를 남겼다!!!

 

논어의 의의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용을 읽어나가면서 자연스레 내 안에 내재화되어 있는 윤리, 규범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오랜 기간 학교 교육이나 부모님 말씀 등을 통해 굽이굽이 전해져 내려왔기 때문일 거고 중장년층이라면 더욱 그러하리라 본다.

'동양 = 중국'의 오랜 공식에서 유학의 정통성을 지켜 온 게 <논어>고, 중국을 향한 사대 정신으로 이어온 조선 왕조 500년 역사 속에 위에 보았듯 우리나라 대표 석학들도 <논어> 주석서를 편찬했으니 '동방예의지국'의 밑바탕에 <논어>가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仁)과 예(禮)를 중시하는 <논어>의 유교적 사고방식은 정치, 경제, 사회(윤리, 도덕), 교육 등 인간사 모든 부분을 짚는다.

전전긍긍, 과유불급, 교언영색, 살신성인 같은 4자 성어나 미혹하다, 기망하다, 역부족, 고수레, 극기 등의 단어들도 <논어>속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 해석을 놓고 이견이 있을 수도 있고, 같은 행동을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토록 많은 주석서가 존재하는 이유다.

편저자인 김 교수는 주요 주석서를 모두 검토하여 깨알 같은 주석을 질릴 정도로(!) 달아 놓았고, 주석 외에 기존 번역 또한 여러 판본과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해 수정하여 개정판을 완성했다고 한다.

나 같은 하수 독자들에겐 '이건 이런 의미야'라고 간단명료하게 결론을 지어주면 좋았겠으나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아 보다 고급스러운 독서를 가능하게 유도한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박수받아 마땅한 작업이며, 그래서 김원중 <논어>가 기존에 나온 국내 어떤 판본보다 뛰어난 판본이며, 노작(勞作)인 까닭이다.

'스스로 알고 깨우치면 좋지 아니한가!'


공자의 시대에는 학문을 닦는 이유가 궁극적으로는 정치를 통해 뜻을 펼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공자 역시 관직에 올라 본인이 이상향으로 삼는 요순시대를 재현하고 싶어 했으나 제대로 된 군주를 만나지 못했고 명성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이 나라 저 나라 떠돌이 생활을 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고, 이에 대해 적잖은 아쉬움과 탄식을 토해내는 부분이 많아 인간적인 측은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오직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

그들은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 제17편 [양화] 17.25 (P 444)

 

<논어>에서 만나는 이 섬̰한 문장이 혹시 수천 년간 여성을 남성의 시다바리로 존재하게 한 '남존여비'의 사상적 토대는 아니었을지! 그래서 역시 오래전이지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과격한 주장이 나온 건 아닐까.

 

혹시라도 '공자왈~'하는 <논어>가 고리타분한 정석 플레이만 주야장천 떠들어대기에 하품만 나오는 거 아닌지, 현대적이진 아니잖아 하면서 딴지를 걸고 싶은가?

나라가 모 장관 임명으로 두 동강이 나서인가 정치에 관해서 명심해야 할 부분이 차고 넘친다.

이 부분들만 발췌해서 정치인들에게 아침저녁으로 들려주고 싶다.

 

- 백성들에게는 '선부후교 先富後敎', 먼저 잘살게 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원칙, 즉 의식주가 먼저라는 논지다.(P 320)

제아무리 중요한 예의나 염치라도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제대로 지켜질 리 만무하다.(P 328)

- (정치란) "반드시 명분을 바로잡아야할 것인저." - 제13편 [자로] 13.3 (P 322)

- "모두가 그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고, 모두가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 제15편 [위령공] 15.27 (P 397)

- "잘못하고서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 - 제15편 [위령공] 15.29 (P 398)

- "군자는 자신의 친족을 편애하지 않고.. (중략)" - 제18편 [미자] 18.10 (P 460)

- "[군주에게] 신뢰를 얻고 난 다음 간언하는 것이니 신뢰받지 못하면 [군주는] 자신을 비방한다고 생각한다." - 제19편 [자장] 19.10 (P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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