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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랄 하은맘의 십팔년 책육아 ㅣ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평점 :
여기 '딱 그 엄마들 공포심 이용하는 게 사교육이다'라고 선언하고 사교육 발 끊고 십팔 년 동안 최고 교육은 '책육아'(머리 독서)와 '바깥놀이'(몸 독서)라는 신념으로 딸 하은이를 기른 흔하지 않은 엄마가 있다.
그 노하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게 <'지랄발랄 하은맘의' 십팔년 책육아>다.(유사 발음에 주의!)
학원 뺑뺑이 한번 돌리지 않고 오로지 독서력으로 자녀를 키운다는 게 핵심이다. 영어 역시 영어책으로 해결하고, 아직 어린아이가 독서에 취미를 붙이기 전까지는 엄마가 목이 쉴 각오로 잠들 때까지 책을 읽어줄 헌신과 정성은 기본이며, 여기에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추가되어야 '책육아'는 완성형이 된다.
"집이 도서관이니 개처럼 뛰어다니다 읽고.
먹으면서 읽고, 싸면서 읽고, 자다 읽고, 쉬면서 읽고, 차에서 읽고..."(P 125)
우선 기본 패턴은 어디까지나 '실컷 놀기 + 책 보기'가 되어야 한다. 남들 학원 가는 시간에 그 놀이가 무엇이든 놀다 지쳐 쓰러질 만큼 놀고 나서 남는 시간에 책을 본다는 논리인데... 통상적으로 독서의 효용에는 공감하는 부모라도 이 부분에서는 넘사벽을 느낄 수밖에.
거기다 가장 가까운 롤 모델인 엄마도 당연히 월화수목금토일 드라마 시청이 아닌 독서광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식단은 [간편식 × 인스턴트] 절대 금지 웰빙 식사로 준비해야 하고, 디지털(SNS, 웹 서핑, 게임 등) 세상과는 단절하는 대면 접촉 위주의 아날로그 삶, 자녀가 어떤 일탈을 하더라도 '평생 지랄 총량 불변의 법칙'을 믿고 기다려주는 '따뜻한 무관심', 사용되지 않은 사교육비는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해서 날리지 말고 자녀의 미래를 위해 확실하게 적립을 해두면 얼추 저자가 말하는 '책육아'를 비슷하게 흉내 내는 정도는 된다.
'책육아'에는 이론적 근거가 있다. "패시브 스킬 VS 액티브 스킬"로 설명이 가능하다.
- 패시브 스킬
따로 사용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이미 장착되어 있는 스킬
예) 체력, 사고력, 근성, 성실성
- 액티브 스킬
사용 버튼을 눌러야 발동되는 스킬
예) 영어 능력, 업무 능력, 말하기 능력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독서를 통해 패시브 스킬이 몸에 배면, 거기다 액티브 스킬을 장착해 '초강력 맨파워'가 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입시 준비는 주로 무한 반복 문제풀이, 암기식 학습 등 학원, 학습지 사교육 뺑뺑이인 액티브 스킬에 해당하는 바, 이렇게 준비한 학생들은 패시브 스킬로 내공을 쌓은 학생들을 당해낼 수 없다는 논지다.
오만가지 다양한 독서를 통해 뇌 회로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레 학습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들이 머릿속에서 지들끼리 알아서 척척 사고의 서랍으로 분류 · 융합되어 '메타인지'를 거쳐 르네상스형 인간이 된단다.
"잠재 포텐이 빅뱅이 되어 한꺼번에 아웃풋으로!"
그래서 그 결과는요?
입시만 놓고 보자면 하은이는 중학교 1학년 말 학교를 관두고 초졸 학력이 된다.
중등 검정고시는 전 과목 만점, 고등 검정고시는 과학에서만 2개 틀리고 통과.
열여섯 살에 건국대 정시에 합격했으나, 1년 더 해보겠다 해서 결국 열일곱 살(만 16세)에 연세대 정시 최초 합격!
공부가 다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자기 일처럼 해온 하은이는 엄마의 빈자리를 꽉 채우는 살림 도사요, 대치동 고액 과외로 단련되어도 현지에 떨어지면 벌벌 떠는 영어 울렁증을 가진 애들과 달리 현지인 필로 어려움 없이 미국을 누비며 '타임'지를 요약하고, 재학 당시 반 아이들에게 인기짱인 사교력 만점에다, 가끔 엄마의 강의에 찬조 출연하여 엄마보다 더 인기를 끌고, 본 대학 입시보다 경쟁률 치열하다는 연세대 상경대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 활약 중인 팔등신이고...
아! 이 정도만 적자. 더 적을 건 많은데 그건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남겨놓기로 하자.
한 마디로 부모가 원하는 이상적인 아니 그 이상인, 전생에 나라를 구한 은혜로운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하은맘이라기보다 잘 자라준 하은이다.
일반 책에선 접해보지 못한 독설 가득한 거친 화법의 공격적인 책을 덮고 나면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그래, 그럼 이참에 나도 노선 바꿔 봐?" 하는 미지근한 마음이 들다가도...
"에이, 이런 건 진짜 스페셜한 경우가 아니냐고!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면 안 되지." 하면서 대부분 '잘 읽었네, 하은이 큰 인물 되라, 파이팅!' 하지 않을까. 저자와 소통하며 따라하기 하는 책육아 조직원들의 '홍해의 기적' 간증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 중 일부 적용할 수 있는 부분만 해 보지 뭐' 하는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퉁치고 말이다.
'우리 애도 이리 됐으면 좋겠다'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지만, 해서 안 될 이유는 100가지도 넘는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은 말로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아니라 부모의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 아니겠나!
전집만 사 주고 거실을 서재로 만들어도 저절로 하은이가 나오진 않는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건 웬만한 각오와 대범함 없이는 꿈도 꾸지 말지어다.
선을 넘을지 말지 역시 언제나처럼 선택은 당신 몫이다.
"안 되는 애 없다. 안 되는 엄마만 있을 뿐!"(P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