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과 교육

 

 

                              카르마

 

 

 

씨앗을 심었네

 

이틀 후,

 

싹이 텄을까?

작고도 하얀 순이 연약한 아기 손가락처럼

흙으로 내밀어 따스한 흙에 닿았을까?

삼일 후, 아직도 흙위로 올라온 것이 없는

흙을 다시 파볼까? 싹이 튼 걸 보고 다시 심을까? 

말을 걸어줄까?

노래를 불러줄까?

멋진 경구라도 들려줄까?

 

단단한 껍질을 좀 뜯어 내줄까? 순이 좀 쉽게 나오게 말이야

 

어머니, 때에 맞추어 물이나 주세요

햇살도 거기있고, 바람도 거기 있으니

 

 

201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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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그2

 

 

                     카르마

 

 

 

 

머나먼 그 곳

아무도 가본 적이 없다는 곳

누군가 아예 갔다고 소문이 난무하는 곳

짬이 나도 가볼 수도 없는 그곳에

그녀가 집요하게 응시하는 그곳에 그가

흘러가고 있을까? 아직 주저앉아 있을까?

다만 시간만이 기억을 떼내어 가져갈 것이고

그녀의 어깨는 그때마다 희미하게 흔들릴 것이다. 

 

절룩이며 가는 시간들사이에

하루 종일 매달려 흔들리는 나뭇 이파리처럼

그녀의 손가락은 여위어가고

앙상한 팔다리에 눈발이 내리칠 때마다

아이들의 눈망울에 웅덩이가 패일 것이다.

그녀가 건너야할 바다가 될 것이다.

출렁 출렁 무섭도록 깊은 바다, 시간이 휘두르는 어지러운 돛대에

대롱 대롱 매달려 건너야 할 것이다.

 

 

2012. 12.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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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그1

 

 

                      카르마

 

 

 

그녀의 그는 쓸쓸한 발자국으로 꿈을 지웠다.

운동장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아득하고 하얀 꿈이 솜이불처럼 펼쳐져 있는데

그녀의 그는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떠났다.

 

이제부터 무수히 해가 뜨고 질텐데

이제부터 무수히 눈이 오고 비가 올텐데

수 많은 날을 한 숨 한 숨 조심스레 살아갈 날이 미안하다.

그녀의 그는 저렇게 눈발처럼 날릴 것이다.

 

그녀의 그는 부엌 옆에서 식탁에서 거실 낡은 소파에서

어쩌면 슬리퍼에서 눈발처럼 돌아올 것이다. 빗물처럼 스며올 것이다.

과거는 바위로 쌓은 성처럼 단단하고 현재는 꿈을 지우는

발자국이 끝나는 곳, 오늘도 그녀가 그를 위해 저녁을 지을 것이다.  

   

2012. 12. 15.

 

(어쩌니..어쩌면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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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말하자면

 

 

               

                              카르마

 

 

진실로 말하자면 진실이 때로 안쓰럽구나 

하여튼 멀리서도 올 듯한 바람처럼 진실은 

떠나기도 하였으며, 돌아오기도 하였으나,

본디 이처럼 머뭇거리기도 하였으되

그토록 두터운 진실을 호리고 눈앞에서 멀어진

마침내 그대는 오래된 벗, 어디쯤에 늘 있었듯이

어디서나 늘 끌어안고 있는 사물의 그늘과 빛

어디서나 늘 제자리를 오가는 길이 모이는 곳

 

진실로 말하자면 진실한 모든 것이 안쓰럽구나

하여튼 물론 괜찮다, 이파리를 적시는 모든 입김이

애초에 아주 작은 물 조각에서 시작하였듯이

하나씩 각각 떠다니는 습기가 서린 진실들

바람의 옷자락 펄럭일 때마다 조금씩 꺼내어 보라

떠다니는 습기어린 것들, 새삼 눈시울이 뜨겁도록 보라

어디서나 늘 공간과 시간을 끌어안고 있는 사물의 

어디서나 늘 매달린 현실과 허구가 풀려나가고 있다.

 

 

2012. 0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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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서서 멈추어 서서

 

 

 

                                                  카르마

 

 

 

어디쯤 걸어가다가 멈추어 서서 영원히 멈추어 서서

나무처럼 멈추어 서있어, 나무처럼 그림자를 벗어던지고

산자락 마을어귀마다 뛰어다녔을 아이처럼

폴랑폴랑 흩날리는 가벼운 모습으로

그 순간, 네가 부르는 그 순간 멈추어 서서

길을 붙들고 내려다보고 있어

 

한 백년은 더 살아서 네 마음의 초입에 서성이며

길을 온통 끌어안은 느티나무처럼 머뭇거리며

네가 오는 길에 누워있는 느리고 느린 오후의 햇살과   

두꺼운 그늘 깊은 어둠 속에서 굳어가는 쓸쓸함의 형상

가끔은 와서 쓰다듬어주겠니, 바람의 늙은 손가락

마디에 앉아 부리를 닦아내듯, 살살 흔들리는 이파리를

 

떨어뜨리고, 가을마다 떨어뜨리고, 너 대신 장렬히 죽은

사랑, 발을 그 곳에 묶어두었어, 구름다리도 그 곳에 잡아두었어

우리를 불러내는 이 무렵의 노래에는 아픈 침묵의 추임새

집을 나서서 이리 저리 기웃거리던 투명한 너는

책갈피 어디쯤에서 닐니리 피리를 불어대고 나는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나무처럼 서서 멈추어 서서.

 

 

2012. 0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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