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억새


이별한 사람들은 겨울 억새처럼 꺽여

저마다 눈송이 머리에 이고 있다.


그들은 저마다 바람이 되어

작은 눈송이 날리면서

언젠가 돌아오겠지

언젠가 돌아오겠지

미련 끈적한 등유로 

새벽까지 불 밝힌다.


여기저기 여윈 손

바스락 바스락 부서지는 메아리

빈 가슴에 얼어붙은

이슬 부서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눈 오는 겨울 밤


누가 나를 그리워 하나.


하얀 눈 살포시 

창문 안을 들여다보다

한줄기 시처럼

주르륵 흘러내린다. 


한 폭의 그림 위     

붓질이 마르지 않은 곳에서 

주르륵 노래처럼   

조그만 목소리로 미어지듯


가로등 하나 둘 켜지고

바람도 잠잠한 밤

버스 정류장 이곳저곳 

서성이는 발자국 자욱하다. 


아직도 한 줄의 시처럼

노래처럼, 바람처럼

눈 오는 겨울밤에


누가 나를 그리워 하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초승달


펼쳐진 바다 위에 저 혼자 

배고픈 달이 와서 눕는다.

수많은 바램으로

조금씩 닳아 지워진 손톱


그림자 한 올 한 올 풀려

밀물 치는 바다에

여태 잠들지 않는다.

소리 없이 들썩이는 파도


저 끝없는 밤바다를  

바람으로, 등불로, 이슬로 건너온  

젖은 귀하나 

피곤한 몸 눕힌다.


그리운 만큼 볼 패인 사랑이

와서 눕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느 눈오는 겨울


어느 겨울

구름이 소복이 떨어지던 날 나는

편지를 쓰겠다.

하얗게 설레이며 떨어지는 눈위에

나의 방황을

하염없이 쓰겠다.


아직도 아프고

아직도 그리운

그대라고 쓰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도시인과 자연


얼마나 자주

도시의 어둠 속에서, 그리고 낮의 우울한 형상속에서

우리는 안타까운 몸부림을 쳤던가

외로운 방에서, 크고 작은 도시의 소음속에서

습관적으로 길러진 저열한 감정에 

매번 굴복하고 

고요하게 복원되는 새벽까지


얼마나 자주

안타까운 몸부림이 소용이 없었던가,

세상의 열병으로 심장이 고동쳤던가

얼마나 자주 나는 그대를 향했던가

숲이 우거진 개울이 흐르는 곳

자유로이 방황하는

영혼은 얼마나 자주 그대를 향했던가


숲, 개울과 구름, 들꽃과 이름모를 풀들아...


<세상과 뒤섞이면서도 소박한 즐거움에 만족하며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