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 어느 사학자의 에고 히스토리
임지현 지음 / 소나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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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모호했다. 1. (문제 있는) 역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2. 역사라는 학문을 어떻게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다 결국 2번으로 혼자 결론을 내렸다. 완독한 지금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가 임지현 교수의 글을 처음 접한 건 학위 논문을 준비하며 <민족주의는 반역이다>라는 논문을 알게 된 때이다. 내 못난 선입견에, 젊고 약간은 개구쟁이 같은 외모의 학자의 글이라 큰 기대를 않았지만, 이 논문은 상당히 도발적이었고 기존의 내 역사 상식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사학계에서는 철저히 무시 당했지만 결국 그의 주장은 현재 많이 보편화되어 있다. 민족주의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민족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저자의 역사학자로서의 연구 이력과 같은 책이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 역사를 전공하게 되었으며, 마르크시즘에 기반을 둔 자신의 역사 연구가 어떻게 성장 변화하여 지금에 이르렀는지 친절히 이야기해 준다. 내게는 역사학자의 에세이로 읽혔다.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임지현이란 학자의 연구 자세에 있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학자의 모습은 대학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논문을 써서 학회에 발표한 뒤 나중에 책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다. 물론 저자도 이런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지만 그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던(혹은 터부시 되던) 마르크시즘, 폴란드사, 한국사의 민족주의, 우리 안의 파시즘, 국사 해체, 대중독재 등의 주제를 선택하여 사회와 학계에 파장을 일으켰고 이는 다시 큰 울림이 되어 변화를 촉구하는 촉매제의 기능을 하게 했다. 서양사학자로서 한국 사회와 한국사학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늘 도발적이었고 불편했다. 즉 그는 동지도 많지만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다수의 적을 만들어 본인 역시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그의 노력은 한국 내에서보다 세계 역사학계의 인정을 받는 모양새다.

우물안 개구리의 삶을 살고 있는 내게 도전을 주는 책이다. 서양에 유학하지 않은 한국파 서양사학자로서 그의 학문 이력이 게을러 터진 나를 크게 일깨운다. 그래서 다시 임지현 교수의 다른 책을 꺼내들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그의 책들을 읽게 될 것 같다. 조금은 모난 돌 같지만 그의 주장은 고정된 틀이 많은 우리 사회를 일깨우고 변화를 촉구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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