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온우주 단편선 1
곽재식 지음 / 온우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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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곽재식 작가의 <최후의 결말의 마지막 끝>이라는 단편집을 읽고 푹 빠졌던 적이 있다.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역시 곽재식 작가의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인데, 그래서인지 훈훈한 사랑 이야기들을 농축해 담았던 <최후의 결말의 마지막 끝>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수록된 다섯 편의 단편소설 중 <다슬기와 달팽이>를 제외하면 남자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연애소설이다. 1인칭 화자가 되는 주인공은 그야말로 평범한 남자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력적인 여자의 마음을 얻어 연애에 성공한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어떤 위기가 닥쳐오고 남자 주인공이 그 위기를 극복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내용이 단편집에 나오는 공통적인 패턴이다. <달과 육백만 달러>에서 주인공은 종적을 감춰버린 옛 연인을 찾아나서고, <왕>에서는 옛 애인과 재회하기로 약속했던 장소인 남산 자물쇠 탑이 벨기에 왕의 방문으로 폐쇄될 위기에 처하자 벨기에 왕을 찾아 탄원을 하기 위해 나선다. <최악의 레이싱>은 자전거를 못 탄다는 사실을 숨기고 썸녀와 자전거 데이트를 하자는 약속을 해 버린 주인공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에서 주인공은 백두산 화산 분화로 인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편이 없어진 와중에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터키, 몽골, 북한을 거쳐 지구 일주를 하게 된다. 네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1인칭 서술에 적합한 유머 능력을 구사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별 볼 일 없는 남성들이지만 순애보만으로 자신의 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은 훈훈하게 다가오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어째서인지 막연히 저자를 SF 소설 작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이른바 SF로 분류될 만한 소설은 아닌 것 같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땅에 발을 붙이고 있다. 주인공들이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단편집을 통틀어 우주로 날아가는 등장인물이 한 명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내용이 소설의 핵심을 이루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땅 위에서 평범한 문제들을 고민하며 바득바득 기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SF가 아니라 일반적인 연애소설로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적 요소를 찾자면 남자 주인공들이 평범하기 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계기 없이 매력적인 여성들과 연애에 성공한다는 점이 아닐런지...

저자 특유의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문체가 빛나는 작품들이지만, 국제결혼이 중요한 소재로 나온다. <왕>에서 주인공은 인도 여성과 결혼하고,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에서 주인공은 방글라데시 여성과 결혼한다. 단편집에서 유일하게 연애소설이 아닌 <다슬기와 달팽이>는 국제결혼의 주제가 전면에 드러난 소설이다. 여기서는 다슬기와 달팽이가 등장하는 베트남 설화와 다문화 가정의 1인칭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드러난다. 1인칭 주인공은 선생님의 편견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지만, 설화 속의 다슬기와 달팽이가 그러했듯이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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