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 -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
이원석 지음 / 필로소픽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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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는 일세를 풍미한 자기계발서 14권을 비판적으로 해부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자기계발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익숙한 것과의 결별>,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아침형 인간>,<보보스>, <시크릿>, <인생 수업>, <긍정의 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리딩으로 리드하라>,<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미움받을 용기>다. 누구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베스트셀러다. 이 목록을 보며 자기계발서는 뭇 지식인들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출판업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이러한 자기계발서의 유행은 한국, 미국, 일본에 특징적인 현상이며 유럽에서는 보기 드물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에서도 자기계발서가 유행한 것은 90년대 IMF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쟁에 내몰리면서부터다. 책에도 나오는 농담이지만, 부자되는 법을 읽고 부자가 되는 사람은 책 저자 밖에 없다고 한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그 책들을 읽고 부자가 되었다는, 혹은 성공했다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내용은 과학적으로, 통계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저자의 개인적 주장이 많다.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사실은 책을 쓰기 전에 사업으로 성공한 적이 없다거나 <아침형 인간>의 독자가 회사원이 아니라 경영자나 학부모였다는 사실 등을 지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자기계발서가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이나 열정의 문제로 환원시킴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지적하고 있다. 현실과는 다른 허황된 내용으로 때로는 독자들을 위로하고, 때로는 독자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심고, 때로는 독자들을 질타하는 자기계발서는 작지 않은 부작용과 해악을 낳고 있는 것이다. 꾸준히 비판을 받으면서도 자기계발서는 개신교, 뉴에이지, 인문학, 심리학, 힐링 산업 등과 결합하면서 그 형태를 바꿔가며 살아남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베스트셀러는 시대상과 사회상의 반영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계발서의 문제는 그 책을 쓰고, 팔고, 읽는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책이 읽힐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양극화로 인해 끝없는 경쟁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의 불안을 파고 들어 책을 파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판은 쉽지만, 그러한 비판을 넘어서 더이상 자기계발서가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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