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에서 좋든 싫든 중국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사드 보복이라는 형태로 중국의 위험성을 엿보았던 것처럼 중국, 미국, 북한, 일본 등의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잘 다룰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일이다. 과연 현재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사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중국에 관한 책이 워낙 많은 탓에 열 권으로는 택도 없겠지만, 오늘날의 중국을 읽을 수 있는 책 열 권을 골라 보았다.

 

1. <중국어의 비밀> 박종한, 김석영, 양세욱

 

중국의 성장과 함께 요즘은 영어 못지 않게 중국어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네 개의 성조와 간체자, 한국어와는 다른 문법체계가 있는 중국어는 한국인으로서 습득하기 쉬운 언어는 아니다. 중국어란 무엇인가, 그 역사와 체계를 재미있으면서도 심도 있게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

 

2. <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엘리슨(정혜윤)

투키디데스의 <펠로포네소스 전쟁사>는 패권국 아테네가 성장하는 신흥 도전국 스파르타를 견제하려고 하다가 펠로포네소스 전쟁이 발발하였다고 기술하였다. 이는 제1,2차세계대전에서 영국과 독일과의 관계에도 투영되고는 한다. 그렇다면 패권국 미국과 도전국 중국의 전쟁 역시 불가피한 것일까? 국제정치의 대가인 저자가 미중간의 전쟁을 피할 길을 밝히고 있다.

 

3. <차이나 모델> 다니얼 벨(김기협)

 

높은 경제 발전 속도와 공산당 독재라는 정치와 경제의 이질적인 면모는 한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세계에서 중국이 특수하게 보인다. 중국의 공산당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의심케 하는 논조 또한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품성과 능력을 겸비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중국 공산당의 현능주의가 대의민주주의보다 나을 수 있다는 놀라운 주장을 전개한다. 중국 공산당 정치체제의 특수한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한 권이다.

 

4. <여덟 번의 위기> 원톄쥔(김진공)

 

공상주의 체제 하에서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다가 개혁개방 이후 세계제2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의 성공신화는 실로 눈부시다. 하지만 중국의 버블이 빠지고 세계경제에 타격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예언 또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중국 성립 이후의 여덟 번의 위기들을 통해 경제사를 다룬 이 책은 중국 경제의 허와 실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5. <백 사람의 십 년> 펑지차이(박현숙)

 

마오쩌둥 시기의 문화대혁명은 중국 현대사에 있어 가장 큰 상흔으로 남아 있다. 그 참상에 관해서 한국에서는 영화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는데, <백 사람의 십 년>은 문화대혁명 시기를 기억하는 평범한 중국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모은 책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문화대혁명을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일독을 권한다.

 

6. <고별혁명> 리쩌허우, 류짜이푸(김태성)

 

중국현대사는 쑨원과 신해혁명에서부터 마오쩌둥의 중국혁명, 문화대혁명에 이르기까지 혁명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그러한 혁명이 결과적으로 폭력과 독재를 낳았다는 사실은 중국현대사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고별혁명>은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두 사람이 혁명의 사상을 비판하고 개량의 사상을 주장한 책이다.

 

7.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조경란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교해서 중국 지식인들에 대해서는 아직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 같다. 그래서 현재 중국의 지식인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고, 그에 대한 지식인들의 입장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중요한 문제다.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는 중국 현대사와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수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중국의 지식인들에 대해 개괄적이면서도 본격적으로 다룬 중요한 책이다.

 

8. <중국은 어떻게 서양을 읽어왔는가> 왕치엔(홍성화)

 

개혁개방 이후로 중국에 베버부터 푸코, 데리다, 레비스트로스, 하버마스, 하이에크, 마르크스에 이르기까지 서양 사상가들이 소개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두 세기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서양사상이 불과 30년 사이에 압축되어 수용되는 상황 자체가 중국의 특수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학자의 책을 한국어로 읽는다는 경험 역시 독특하다.

 

9. <나는 내 나라가 낯설다> 쉬즈위안(김태성)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가 낯설게 여겨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일 지도 모르지만, 급변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중국인들에게는 특히 그럴 것이다.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문학자 쉬즈위안이 중국의 남과 북, 타이완 등을 여행하며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사유하고 있다.

 

10. <13.67> 찬호께이(강초아)

 

오랜 세월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97년에야 중국에 반환된 홍콩은 그 역사적 변천 때문에 중국에서도 가장 독특한 지역이다. 홍콩에 갔을 때는 좁은 땅덩어리의 도시에 즐비하게 늘어선 수많은 고층빌딩들이 인상적이다. <13.67>은 1967년부터 2013년까지 홍콩에서 있었던 6건의 살인사건들을 다룬 소설인데, 홍콩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적절한 책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