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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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작으로 유명한 <연인>은 저자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이다.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 살고 있던 10대 소녀 주인공이 돈많은 중국인 남자를 만나 연인이 된다는 스토리다. 쉽게 접할 수 없던 1930년대 당시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주인공 소녀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은 가난하고, 히스테릭한 어머니와 폭력적인 큰오빠에게 애증을 느낀다. 그녀가 연인이 되는 중국인 남자는 화교라고 무시받지만 돈은 많다. 그래서 주인공의 가족들은 유색인종과의 연애를 탐탁치 않게 여기지만,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용인하게 된다. 인종적 위계와 경제적 지위가 뒤바뀌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인종과 빈부, 나이의 차이 때문에 두 남녀는 여러 편견에 시달린다.

가족과의 갈등을 겪고 중국인 남자와의 연애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던 주인공은 프랑스로 귀국한다. 언뜻 보기에 백인과 현지인의 사랑을 그린 <미스 사이공>이나 <나비부인>에서 성별이 역전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남자는 베트남인이나 캄보디아인 같은 현지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다. 중국인은 프랑스 식민지에서 현지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한 수혜자로 그려진다. 성과 사랑, 인종주의와 식민지주의, 시대와 개인, 가족 등의 소재들이 복합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소설 기법 상의 특징은 동일한 주인공을 지칭할 때 '나'와 '그녀'라는 1인칭과 3인칭이 혼용되고 있으며, 시제 또한 현재 시제(~한다)와 과거 시제(~했다)가 혼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저자는 이를 통해 소설 속에 그려지는 사랑이 과거에 있었던 사건임과 동시에 현재에도 변함없이 계속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려 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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