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아 페미니즘
박가분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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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게임 성우가 메갈리아 티셔츠를 인터넷에 인증했다가 교체되거나 초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사회적 비판을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도촬 영상이나 성범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 "메갈이니?"라는 소리를 듣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는 물론 최근 메갈리아와 워마드 등이 인터넷에서 벌인 패악질에 원인이 있지만, 페미니즘에 대해서 메갈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사회적으로도 부정적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 '페미니즘 포비아(phobia)'로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얼마 전에는 한 페미니스트 연예인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경솔한 발언으로 인해 페미니즘의 혐오발언 역시 문제시되고 있다. 트랜스젠더나 게이 등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이 워마드 등의 인터넷 페미니즘 커뮤니티에서 일반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와 같다. 이 책에서는 "남녀 간의 혐오감과 공포심을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부추기는 페미니즘"을 두고 "포비아 페미니즘"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성평등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페미니즘이 어째서 성소수자를 비롯한 불특정 다수에 대한 모욕과 조롱으로 점철되게 되었는지 상식인들에게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의 저자는 여성이 약자이고 피해자이고, 그래서 항상 옳고 선하다는 관념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선악이분법 위에 서 있는 사상은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우리'는 항상 옳고 '그들'은 항상 틀렸다는 기준을 세운다. 여성에 대한 혐오발언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여성들의 혐오발언에 대해서는 정당화하는 이중잣대(시쳇말로 '내로남불') 역시 아무런 반성 없이 용인되어 왔다. 페미니즘이든 파시즘이든 맑시즘이든 스스로의 도덕성을 절대시하며 반대되는 입장에 대해 편협하고 독선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면 교조적 이데올로기로 변질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이중잣대와 진영논리다. 페미니즘이라는 사상 자체는 상황에 따라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페미니즘이 절대적으로 옳고 틀릴 수 없다는 전제에 대한 확신은 페미니즘 진영에 대한 반성 자체를 가로막고 사회로부터 점점 더 고립시키고 있다. 비단 페미니즘뿐 아니라 보수도 진보도 진영의 문제에 대해 눈을 감는 대신 문제점을 직시하고 반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악이분법적인 진영논리에 빠져 서로를 비난하는 성찰하지 않는 보수, 성찰하지 않는 진보가 우리 사회에서 신뢰를 잃었듯이 성찰하지 않는 페미니즘 역시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페미니즘 포비아와 포비아 페미니즘은 서로가 서로를 "메갈"이라고, "한남"이라고, 매도하면서 적대적 공존을 계속하고 있다. 페미니즘 포비아와 포비아 페미니즘을 넘어서 성평등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P.S. 일부 이용자들의 항의로 인해 알라딘에서 "여성/젠더" 분야에서 "사회비평/칼럼"으로 이 책의 카테고리를 변경했다고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다. 비판과 이견(異見)에 직면했을 때, 논리적 근거에 기반한 논쟁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된 이념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책에 대한 논리적 반론 없이 카테고리를 변경함으로써 비판과 이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태도는 편협하고 독선적인 페미니즘의 문제를 보는 듯하다. 저자는 "이 책이 페미니스트들에게 읽힐 것이라 기대하지 않으며 그들과의 논쟁이 성립할 것이라 기대하지도 않는다"(18)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오히려 페미니스트들이야말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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