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알쓸신잡>이라는 예능 프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알고 보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준말이다. 원래는 <지대넓얕>,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원조다. 또 <닥끌오재>, '닥치고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라는 책도 나왔다. 최근의 트렌드는 잡학상식인 것 같다. 나도 잡학상식을 통해 심오한 고찰을 가능케 하는 책 10권을 뽑아 보았다.

 

1. <돈가스의 탄생> 오카다 데쓰(정순분)

 

 

 

일본은 18세기까지도 육고기를 일반적으로 먹지 않았다.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를 추진하기 시작한 이후, 음식에 관해서도 서양식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일었고, 소고기와 돼지고기 음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돈가스는 서양의 문화를 일본식으로 재해석한 대표적 음식이다. 돈가스의 탄생에 이르는 양식의 변화를 통해 일본의 근대를 조망한 점이 재미있다.

 

2. <대한민국 치킨전> 정은정

 

 

한국은 치킨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치킨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양념치킨부터 치맥, 조류독감과 프랜차이즈 등 치킨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치킨이라는 음식을 통해 한국사회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치킨이 먹고 싶어지는 건 덤이다.

 

3. <맥주, 세상을 들이켜다> 야콥 블루메(김희상)

 

 

역시 치킨의 단짝은 맥주인 모양이다. 맥주의 역사, 역사 속의 맥주를 주제로 맥주로 유명한 나라 독일 사람이 쓴 책이다. 치킨 한 조각에도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녹아 있듯이, 맥주 한 잔에도 다양한 정치사회적 문제들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음을 새삼 알게 된다. 

 

4. <담바고 문화사> 안대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말이 있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을 거쳐 전래된 담배는 그리 오래된 물건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조선 후기에는 '담바고'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유포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당시의 조선인들은 담바고를 어떻게 접하고 대해왔을까? 조선시대 담배에 대해 쓰인 글들을 통해 당시대 생활상을 알 수 있다.

 

5. <문구의 모험> 제임스 워드(김병화)

 

 

문방사우라는 말도 있지만, 글쓰는 사람들에게 책 못지 않게 문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필, 지우개, 볼펜, 만년필부터 스테이플러와 포스트잇까지 문구들이 겪어 온 모험들이 그려진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시대이기에 새삼 빛나는 아날로그 문구들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6. <라디오체조의 탄생> 구로다 이사무(서재길)

 

 

얼마 전 예비군 훈련에서 오랜만에 국군도수체조를 했다. 한국에 국민체조가 있다면 일본에는 라디오체조가 있다. 1920년대 일본에서는 라디오체조가 유입되어 유행하였고 그 명맥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파시즘과 전체주의와 함께 유행한 라디오체조는 신체와 시간의 규율화하는 대표적인 매체였다. 라디오체조를 통해 일본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운 책이다.

 

7.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진중권

 

 

최근 한국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 중 하나는 반려동물, 그 중에서도 고양이의 인기가 아닐까 싶다. 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이 고양이 기르는 즐거움에 푹 빠지더니 고양이의 역사, 문학, 철학에 대한 책을 썼다. 고양이는 언제부터 어떻게 길러졌으며,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비롯한 문학 작품들에서 고양이들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쇼펜하우어나 데리다는 고양이를 어떻게 그렸는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책이다.

 

8.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손열음

 

 

클래식이라고 하면 아직까지도 고상하다거나 어렵다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손열음이 쓴 이 책은 클래식에 대해 어려워하는 일반인이 입문하기에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클래식에 빠져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9. <김이나의 작사법> 김이나

 

 

나 역시 클래식보다는 대중가요, 특히 걸그룹 노래가 더 익숙하다. 현재 가장 유명한 작사가 김이나가 작사의 비법을 풀어놓은 책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요즘 노래는 가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선입견도 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멜로디에 맞춰 서정적인 가사를 쓰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앞서 소개한 책들이 돈가스나 치맥을 먹으며 읽어야 할 책들이라면, 이 책은 유튜브를 켜 놓고 읽어야 할 책이라 할 수 있다.

 

10.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이경혁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게임비평 책이라 반갑다. 그 옛날 오락실 게임부터 스타크래프트, 문명, 워킹데드, 심시티, 마인크래프트, LOL 등 일세를 풍미한 게임들을 다룬다. 게임 속에 나타난 철학적 문제들을 다루는 것은 물론, 게임을 통해 정치와 사회를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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