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이하여 관련 도서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산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려고 했던 러시아혁명은 소련이라는 전체주의 국가를 낳았고, 억압과 폭력으로 70여년을 버텼던 소련은 결국 1991년 붕괴하며 현실 사회주의의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러시아혁명이 남긴 것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책 10권을 선정했다.
1. <러시아 혁명사 강의> 박노자
러시아혁명 그 자체를 다룬 책들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다. 저자는 소련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하여 인기를 얻었던 박노자씨다. 러시아혁명에 대한 남다른 관점이 기대된다.
2. <실패한 제국> 블라디노프 주보크
러시아혁명 이후, 붕괴하기까지의 소련의 역사를 두 권에 걸쳐 다룬 책이다. 소련 전체의 역사서로서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깊이있게 읽을 수 있다.
3. <코뮤니스트> 로버트 서비스(김남섭)
마르크스부터 레닌, 마오쩌둥, 덩샤오핑, 카스트로까지 공산주의 역사의 중요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다룬 포괄적인 책이다. 물론 러시아혁명과 소련에 대한 내용 또한 책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4. <동물농장> 조지 오웰(도정일)
전체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소설로 풀어낸 조지 오웰이 쓴 책이다. 인간들을 내쫓고 동물들만의 농장을 이루었지만, 이상향으로서의 동물농장 안에서 계층 구분과 폭력, 억압이 다시금 재현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러시아혁명의 알레고리로서 탁월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5.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영의)
소련은 체제에 반대하는 인물들, 아니 아무런 이유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수용소에 보내는 가혹한 생활로 유명했다. 그 중에서도 솔제니친이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쓴 <이반 데니소비치>는 냉전 중에 소련의 가혹한 현실을 고발하였다. 수용소라는 곳의 억압과 폭력의 생생한 기록이다.
6. <농담>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저자 체코의 밀란 쿤데라가 쓴 소설이다. 편지에 농담삼아 "트로츠키 만세"라고 썼다가 반동분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수형부대로 보내지며 인생을 망치게 된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련뿐 아니라 공산주의 국가들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던 탄압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
7. <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박산호)
소련의 스탈린 시대, 주인공 레오는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와 개인의 존재를 말살하려는 소련 체제라는 두 가지 적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게 된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 속에서 개인의 존엄성을 짓밟는 체제가 낳은 괴물을 통해 소련 체제의 폭압성을 그려낸 소설이다.(그러고 보니 영화 <VIP>랑 비슷한 듯?)
8. <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송은주)
영국문학의 거장 줄리언 반스가 스탈린 정권 당시의 피아니스트 쇼스타코비치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제목처럼 시대와 예술, 체제와 개인의 이야기를 묵직하게 다루고 있다.
9. <세컨드 핸드 타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김하은)
1980년대 후반 고르바초프가 등장하며 페레스트로이카를 진행하자 소련의 보수파들은 쿠데타를 획책하고, 소련의 시민들이 여기에 저항하면서 마침내 소련이 붕괴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도입되고 10년 후, 러시아 사람들은 소련 해체 이후의 빈부격차, 인플레, 체제 불안, 전쟁과 인종청소를 겪으며 차라리 소련 시절이 나았다고 회고하게 된다. 평범한 구소련 사람들의 인터뷰를 생생히 기록하면서 문학적 감동을 주는 걸작.
10. <러시안 다이어리> 안나 폴릿콥스카야(조준래)
소련은 무너졌지만 현재 러시아의 대통령인 푸틴은 새로운 독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압적인 통치를 계속하고 있다. 푸틴 정권을 비판하다가 2006년 암살당한 저널리스트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그러한 러시아의 현재를 상징하는 인물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푸틴 당선 이후 러시아의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과정을 기록한 이 책을 유작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