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전쟁 - 대한민국 안보를 파멸시킨 탐욕의 세력들
김종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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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전쟁>은 진보진영의 안보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가 작년에 정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되기 전에 쓴 책이다. 북핵, 사드, 주한미군, 사이버전쟁, 무인기, 방산비리, 내무부조리, 군내 인사 문제까지 한국의 군사와 안보를 둘러싼 여러 이슈들에게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북한과 대치 중이라는 특수성과 군대란느 조직의 특수성 때문에 한국 군대는 참 문제가 많은데도 이를 정면에서 비판하기가 쉽지 않은데 신선한 시각을 통해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생산된 최루탄이 터키나 바레인 등의 독재 국가에 수출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보수진영에서 수시로 자극하는 위기론이 안보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한국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책의 전체적인 주장에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군대 내 인권 문제에 대해 저자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문제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람직하다(참고로 이번 회기에 국회 국방위원회에 소속되겠다고 자원한 국회의원이 저자를 포함해 세 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이 지난 해 총선 전 출판된 책(책에 수록된 각각의 글들은 그 이전에 언론에 발표된 것들)이다보니 북핵위기에 대해서는 2017년 9월 현재 시점에서 읽었을 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 특히 북핵문제는 지난해와 올해에 급변했다. 지난해에는 4차, 5차 핵실험이 있었고, 올해 들어 최근에는 6차 핵실험과 ICBM 실험까지 벌이며 말 그대로 핵보유국이 되기 직전의 상황이다. 수소폭탄과 ICBM 실험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음만 먹으면 LA에 핵미사일을 날려버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물론 다분히 결과론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저자가 북핵문제에 대한 진단은 다소 나이브한 것 같다. 보수세력의 북핵 위협론이 지난 몇 년간 실제보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상상력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이미지"(63)라고까지 평가절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은 지난 몇 년간, 아니 십수년 간 북한은 차근차근 핵보유국으로 향하는 길을 걸어왔던 것이 아닌가? 저자는 이 책에서는 물론, 지금도 사드 배치에 열렬히 반대하고 있다. 진보세력은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꾸준히 대화를 주장해 왔지만, 핵실험을 끊임없이 해 온 북한에 대해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있는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국의 보수정권, 진보정권 모두 북핵문제 해결에 실패해 왔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도, 결과적으로는 북한이 핵보유국을 향해 한 걸음 한걸음 다가서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안드레이 란코프가 <리얼 노스 코리아>에서 말한 비유를 빌리자면 북한에게 "채찍은 충분히 아프지 않고, 당근은 충분히 달콤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주변국들은 북한의 핵무장화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가장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올해는 한국과 미국에 정권교체가 일어나 새로운 정치 지도자들이 선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북핵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북한으로부터 무시당했고, 트럼프는 트위터로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아베는 북핵문제를 과장해 우경화를 진전시키고, 시진핑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김정은을 통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진보진영, 특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0년 전 햇볕정책을 다시 한 번 꺼낼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반도의 핵전쟁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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