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도란스 기획 총서 1
정희진 엮음, 정희진.권김현영.루인 외 지음 / 교양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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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원래 지향하던 가치와는 달리 한국에서 최근 페미니즘 논의는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청년을 조롱하거나 전태일 열사/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모욕하고, 게이나 트랜스젠더 등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양산하고, 인터넷 마녀사냥을 조장하는 워마드 같은 사이트가 페미니즘 세력으로 오인받으면서 건전한 페미니즘 논의조차 "메갈"이나 "워마드"로 몰리는 실정이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는 기존의 페미니즘 논의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한다.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변화하고 이동하지 않는 주체, 운동, 언어는 '운동권/역'이라는 또 다른 기득권 집단과 '연줄' 집단을 만들 뿐이다. '서울, 중산층, 젊은, 이성애자, 고학력, 비장애인' 중심의 여성 운동도 예외는 아니다. 왜냐하며 이들은 사회가 수용 가능한 '여성다운 여성'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11)

"남녀동권주의(男女同權主義)"로 번역되는 페미니즘의 사전적 정의는 "여성이 남성과 같은 권리와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믿음과 목표, 혹은 이를 성취하기 위한 투쟁"이다. 즉,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을 전제로 하여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이념이다. 이러한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은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인터섹스(LGBTI) 등을 배제한다. 양성평등을 넘어 성평등을 추구하기 위해서 페미니즘 또한 포스트페미니즘(post-feminism)으로 업그레이드 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함께 이 책은 미성년자 의제강간, 동성애와 교회, 공연음란죄와 퀴어범죄학 등의 실천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는 메갈리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이 수록되어 있다. 메갈리아로부터 파생된 워마드는 동성애자 및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발언으로 잘 알려진 시스젠더(cisgender, 지정성별) 헤테로 중심주의 사이트다. 물론 워마드의 전신인 메갈리아는 워마드와는 분리되어야 하지만, 메갈리아 시절에도 호모포비아적 혐오발언이 다수 있었다.

다섯 명의 필자들의 글을 모은 책이기 때문에 수록된 글들 사이에 논조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메갈리아에 관한 글에서는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남혐이 아닐뿐더러, 나아가 '여혐혐'에서 그치지도 않는다"(145)며 메갈리아가 이성애 중심주의 또한 극복하려 했다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 근거가 되는 것은 "2001년 청소년 유해매체 검열 대상 지정에 반대하며 '팬픽도 문학이다'라고 외쳤다"(144)는 것인데, 2001년에 있었던 일이 메갈리아의 탄생과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도 없다. 더구나 이 글에서는 메갈리안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찬탄받던 '촛불소녀'들이기도 했다"(132)고 말한다. 단순히 세대로만 보자면 2008년 촛불시위에 참여한 촛불소녀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워마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근거가 빈약하다고 느껴진다.

페미니즘이 양성평등의 패러다임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에 앞장서는 메갈리아/워마드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필요할 것이다.

책에 수록된 <왜 한국 개신교는 동성애 혐오를 필요로 하는가>는 2000년대 후반 이후, 한국 개신교의 정치세력화와 교세 유지를 위해 동성애 혐오가 이용되고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런데 동성애 혐오가 한국 개신교에 국한된 현상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가톨릭,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 등의 서아시아 기원 일신교들은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 않은가? 이들 종교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동성애 혐오는 한국 개신교의 특수한 상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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