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분과 싸우겠다는 거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록 가운데 하나로 지난 대선 당시에 박정희 논란에 대해 반발하며 했던 말이다. 사실 20대인 나는 박정희에 대해 산업화세대나 민주화세대가 느끼는 애증을 느끼지 못했다. 박정희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던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역시 박근혜의 대통령 취임이었다. 현재까지도 여전히 살아있는 박정희라는 인물은 누구였는가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을 10권 선정해 보았다.
1.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강상중, 현무암
다카기 마사오라는 이름이 화제가 되었듯이 '박정희 비긴즈'라고 할 수 있는 시기는 만주국에서 장교로 임관한 시절의 이야기다. 물론 임관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제가 패망했기에 박정희가 실제로 친일행위를 적극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만주국에서의 경험은 이후 박정희가 집권한 이후에도 국가 운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이 책에서 분석하는 바다. 아베 신조의 할아버지이자 박정희와도 친교가 있었던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의 정치적 행적을 교차시키며 논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2. <박정희 장군, 나를 꼭 죽여야겠소> 김학민, 이창훈
박정희에게 친일 행적과 더불어 또 하나의 흑역사는 친북 행적이다. 공산주의자였던 형 박상희가 죽은 이후 남로당에 투신하여 사형까지 구형되었다가 한국전쟁에서 다시 재기하여 쿠데타로 집권하기까지의 '박정희 라이즈'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박정희가 5.16 쿠데타로 집권한 직후 북한에서 박정희와 접촉하도록 남파되었다가 체포되어 처형된 황태성 사건을 중심으로 박정희와 레드 컴플렉스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3. <1960년을 묻다> 권보드래, 천정환
4.19 혁명으로 펼쳐진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에 대한 여러 담론이 발생했던 1년 남짓의 시기는 5.16 쿠데타로 귀결된다. 정치적 혼란기에 나타났던 담론적 상황을 <사상계>를 비롯한 당시의 잡지와 책들을 통해 문화 연구의 틀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던 1960년대를 다룬 책으로 읽을 만하다.
4. <1970, 박정희 모더니즘> 권보드래, 천정환, 황병주, 김원, 김성환
선데이서울, 새마을운동, 대마초, 의료보험 등 1970년대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분석한 책이다. 당대 서민들의 생활이나 문화를 통해 역사를 분석하는 틀은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특히 박정희의 유신과 문화적 상황들을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5. <유신> 한홍구
1972년의 유신 이후로 박정희 정권은 김대중 납치사건이나 인혁당 사건, YH사건 등을 거치며 폭압의 정도를 더해가다가 부마항쟁과 10.26사건으로 막을 내린다. 근대화의 그늘에 가려진 박정희 시대의 그림자를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책이다.
6. <건국과 부국> 김일영
박정희 시대의 그림자가 아닌 빛에 주목한 책도 한 권 들고자 한다. <건국과 부국>은 한국 보수 논단에서 명성이 높았던 고 김일영 교수가 한국 현대사를 보수주의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대표적 저서다.
7. <동원된 근대화> 조희연
박정희 시대의 근대화에 대해 위로부터 가해진 억압의 결과로 보거나 아래로부터 동의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이분법을 저자는 비판하면서 동원이라는 관념을 통해 박정희 시대를 조명한다. 대중을 동원한 근대화라는 박정희 시대의 복잡한 성격을 다루고 있다.
8. <박정희 정부의 선택> 기미야 다다시
박정희 시대를 논할 때, 경제발전에 대해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희 신화와는 별개로 박정희 시대에 한국이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수출지향적 중공업 정책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경제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
9. <개발독재와 박정희 시대> 이병천 외
이상의 책들을 통해 박정희 시대의 여러 측면들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박정희 시대는 어떤 시대였는가를 어떻게 논할 수 있을까? 한 권의 책으로 박정희 시대를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아야 할지를 총괄한다면 여러 저자들의 글들로 모은 이 책이 도움이 될 듯 싶다.
10. <최순실게이트> 한겨레 특별취재반
박정희의 후광으로 당선된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도 한 권 추천하고 싶다. 박근혜의 파탄난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전여옥, 강준만, 안민석 등의 책이 있지만, 최순실게이트를 밝히는 데 큰 활약을 한 한겨레 신문 취재반이 쓴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최순실게이트 발각부터 탄핵 인용까지의 과정을 추적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시대를 이해하는 데에는 필수적인 한 권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