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발견하는 시간 - 하버드.MIT 석학 16인의 강의실 밖 수업
양영은 지음 / 생각정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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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양영은은 KBS 기자로 <아침 뉴스타임>을 진행하기도 했고, 현재 매주 토요일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을 진행하고 있어 익숙한 이름이다. 그런 저자가 재직 중 MIT와 하버드대학에서 유학하고 그때 만난 석학 16명의 인터뷰를 책으로 낸 것이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MIT와 하버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기에 그 유학 시절의 인터뷰는 당연히 흥미를 끌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인터뷰이 중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 에릭슈미트 구글 회장의 이름은 잘 알고 있었지만,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최초로 하버드대학 종신교수가 된 석지영, 삼성전자 실리콘밸리 연구소 최연소 임원 프라나브 미스트리,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시상식장에서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린 창, 하버드 최초의 여성 총장 드루 파우스트 등의 이름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인터뷰 하나하나의 길이가 길지는 않은데 책에 나온 인터뷰이들의 생각을 요지로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짧으면 짧은 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 자신의 교환유학 경험에서 느낀 미국 대학의 특징은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접할 수 있고, 전공을 비교적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카투사 시절 만난 미군 소위는 대학에서 슬라브어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이과/문과/예체능 구분이 확실한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인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석지영 로스쿨 교수는 고등학교 때까지 발레리나를 꿈꿨고,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류는 하버드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마찬가지로 바이올리니스트 린 창은 학부 2학년 때까지 의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예술적 창조성과 학문적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냄으로써 많은 도움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물론 이러한 전공 경시 풍조에 대해 미국 학계 내에서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다양한 학문 분야를 경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책을 읽으며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무부 정무차관을 경험한 닉 번스, 국방부 국제안보 차관보를 경험한 조지프 나이, 선거 전략을 담당한 스티브 자딩 등 실무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 하버드나 MIT에서 교수로 강의를 한다는 것이었다. 학계와 기업, 정부 인사를 돌아가며 맡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실무 경험이 있는 교수들의 강의를 대학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귀중한 경험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을 때 있어 구성이 조금 난해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질문, 인터뷰이의 대답, 인터뷰어의 해설이 뒤섞여 있는데, 질문은 작은 글씨로 쓰여 있어 읽다 보면 질문이 무엇인지 놓치기 십상이다. 반면에 인터뷰이의 대답과 인터뷰어의 해설은 따옴표 여부 외에는 글씨체나 글씨 크기 등이 완전히 똑같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인터뷰이의 대답이고 인터뷰어의 해설인지 한 번 보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조금 더 구성을 신경썼더라면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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