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호드의 탄생 제우미디어 게임 원작 시리즈
크리스티 골든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지음, 김수아 옮김 / 제우미디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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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J.R.R 톨킨이 <반지의 제왕>에서 창조한 가공의 종족 오크(Orc)는 이후, 수많은 판타지 소설과 게임에서 대표적인 악역 몬스터로 기능해 왔다.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실시간 전략게임 워크래프트 1편(1994)과 2편(1995)에서도 마찬가지로 오크는 평화롭던 인간들의 세계, ‘아제로스’에 침략한 괴물들로 그려졌다.


2002년 발매된 워크래프트 3편은 오크의 족장 ‘스랄’을 주인공으로 하며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게 된다. 오크를 단순히 악역 몬스터가 아니라 나름의 정의를 추구하는 종족으로서의 측면을 강조했던 것이다. 이후, 워크래프트 시리즈가 실시간전략게임에서 MMORPG로 변모하면서 오크는 워크래프트-WOW 시리즈를 대표하는 종족으로 발돋움했다.


<호드의 탄생>은 그러한 워크래프트 세계관 속의 오크 종족의 역사에 대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드레노어’라는 행성에서 거주하던 오크족이 악마에 의해 타락하여 같은 행성에 거주하던 종족 ‘드레나이’를 학살하고 ‘아제로스’를 침략하게 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의 간접적 화자인 ‘스랄’은 과거에 잘못된 길에 빠져 피의 살육을 벌였던 오크 종족의 과오를 참회하며 종족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과거의 역사를 되짚는다.


‘스랄’의 입을 빌려 저자는 소설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나와 동시대를 살면서 이 역사가 소멸되기를 원하는 이들이 그토록 많은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역사가 조용히 망각 속으로 가라앉게 내버려두자. 시간의 수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다가 호수의 표면이 잠잠해지면, 누구도 심연에 도사린 수치심을 모르리라.(중략)


그 일이 얼마나 끔찍하고 충격적이었는지를 잊는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그런 일이 없었던 척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파멸시키는 데 한몫했다는 걸 인정하는 대신, 우리를 희생자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 오크는 이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늦기 전에 우리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한다.(중략)


그래서 우리 종족이 절멸을 향해 한 발, 또 한 발 내디디며 나아갈 당시 그 길을 걸어간 이들의 증언을 듣고자 한다. 우리가 왜 그 길로 나아갔는지를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 길이 타당하고 선하며 올바른 것처럼 여겼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 (140,141)


이 대목을 읽으며 이 소설이 게임 속의 허구의 사건을 그리고 있음과 동시에, 나치스나 군국주의 일본 등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에 대한 알레고리로서 쓰여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몬스터였던 오크들마저 역사에 대한 반성에서 무언가를 배우려 한다면, 하물며 인간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소설 외적인 부분에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호드의 탄생> 원서는 2006년에 쓰여졌는데, 20년 넘게 이어져 온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도중에 몇 번이나 설정이 변경되었다. 올해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이 영화화되면서 그 프리퀄로서 <듀로탄>이라는 소설이 발매되었는데, 내용상 <호드의 탄생>과 겹치면서도 업데이트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도 <듀로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왜 굳이 10년 전의 <호드의 탄생>이 지금 와서야 번역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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