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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라서 다행이야
김리연 지음 / 원더박스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간호사라는 직업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은 어려움이 있는 직업이라고 한다.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라는 제목의 책 표지에는 “제로 스펙, 지방 전문대 출신 간호학생이 삼성서울병원 거쳐 뉴욕 대형병원에 입성하기까지”라는 선전 문구가 있다. 제주도 출신의 80년대생 저자는 어려서부터 영어를 좋아했는데 고등학교 때 캘리포니아에 다녀온 이후 미국 생활에 동경을 가지게 되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제주한라대학에 입학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후 서울삼성병원에 취직하고 나서도 미국에 가서 간호사로 취직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은 저자는 각고의 노력과 몇 가지 우연 덕분에 미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현재 뉴욕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고 있다.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인 성공스토리다. 내가 간호사를 할 것도 아니고, 간호사 여친을 만날 것도 아니지만, 솔직하고 진솔한 저자의 글 덕분에 느낀 점이 있었다. 저자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개인주의적인 것 같은데, 그런 성향이 한국의 직장생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간호사 생활을 막 시작한 신규 시절에 선배 대신 나이트 근무를 서거나 “행사 준비, 송년회 장기자랑 등 간호와 전혀 상관없는 잡다한 일”(98)에 동원되는 것 같은 부조리에 대한 불만이 드러난다. 그에 비해 미국 병원에서의 직장은 합리적이고 개인주의적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점이 '미국 간호사'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여느 자기계발서나 성공스토리처럼 ‘한 우물만 파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은 우직한 꿈이지만, 저자는 삼성병원을 2년 만에 퇴사하고, 패션모델도 해 보고, 승무원 준비도 해 보고, 미군병원에 지원도 해 보는 등, 여러 가지 도전을 많이 한다. 한 길만 우직하게 매진하는 대신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게 요즘 세대의 특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간호직에 종사하거나 지망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TV 의학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간호사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