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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서정 지음 / 모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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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라는 제목에서 내가 꽂힌 키워드는 '그들' '변경' '걸었다'일 것이다. 먼저 "그들"이란 유럽의 문화예술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들, 즉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안나 아흐마토바, 샤갈, 쇼팽, 괴테, 고흐, 토마스 만, 니코스 카잔차키스 등이다. 유럽 문화에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눈이 확 뜨일 만한 이름들이다. "변경"은 유럽문명에서 상대적으로 변두리에 해당하는 러시아와 동유럽, 그리스 등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걸었다"에서 이 책이 여행기임을 알 수 있는데, 그 주체인 저자는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학 전공자라고 하니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유럽의 변경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러시아와 동유럽, 그리스는 말 그대로 변경에 해당하겠지만, 베를린이나 남프랑스, 베네치아는 어떤 의미에서도 변경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단순한 지리적 구분이 아니라 정신적 의미에서 변경인 것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무언가 석연치 않다. 차라리 러시아, 동유럽, 그리스, 서유럽 등 몇 개의 장으로 나누었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유럽의 거장들의 족적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삶을 예쁜 사진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인물이 둘 있다.


먼저 그동안 이름만 알고 있던 샤갈이다. 샤갈은 벨라루스의 비텝스크에서 태어난 유대인이었다. 이 사실부터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막연히 프랑스 사람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후 제1차세계대전을 전후하여 파리로 망명하고, 제2차세계대전 당시에는 나치스의 침략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남프랑스로 이주하여 여생을 보냈다.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고향을 떠나 이곳저곳 전전하며 살아야 했던 샤갈의 인생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노마드 예술가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또 한 사람은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빅토르 박이다.1922년 중국에서 조선인으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연해주로 이주했고, 그 후 구소련, 현재의 우즈베키스탄에서 몇 년 전 작고할 때까지 평생을 살았다. 사마르칸트, 타슈켄트 등의 풍경을 그린 화가로 이름을 날린 그는 "우즈베키스탄에 살았던 러시아 리얼리즘의 전통을 잇는 작가이며 운명적으로 한반도의 문화로부터 단절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191, 192)었다. 샤갈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노마드로서의 삶을 살아간 예술가였다.


그들은 중심이 아닌 변경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어느 곳에서나 이방인이었다. '그들'의 삶을 추적한 책이라 읽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그들의 여정을 따라 나도 유럽의 변경을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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